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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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는

스스로였든

타의에 의해서였든

외롭고,

고독하고,

내쳐졌고,

갈구했다.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이다.” (p.15)

 

죽음에 대한 원도의 질문은 계속된다.

 

벼려진 날것의 문장이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하게 한다.

 

자유를 주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선택을 강요하는 산 아버지.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의 선택을 당하며 숨죽이고

삶을 살던 원도.

 

결국, 원도가 원한 것은 사랑.

사랑의 실패가 원도에게 준 것들이 그를 얼음처럼 차가운 여관방에서

피를 토하며 혼자이게 한다.

 

차갑고 어두운 이야기들 속에 원도의 진짜 마음이 있다.

 

모든 순간이 결정적이다. 살아야 할 이유라면 무수히 많다. 살아내는 일분일초, 모든 행위와 생각이 모두 사는 이유다.” (p.235)

 

결국, 끊임없이 죽음을 사유하며 삶을 꿈꾸었던 원도의 이야기.

 

죽지 않고 삶을 살아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살아 있으므로, 삶을 살고 있으므로 우리는 살아간다.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었던 그의 삶이 그를 죽음으로 모는 것 같았다.

아니다.

원도는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았던 것이다.

죽어야 할 이유가 아니었다.

 

책 속에 나오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 죽은 아버지와 산 아버지의 이야기, 여자친구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원도에 가슴에 큰 상처가 있어 아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 후벼파낸 곳을 다치고 또 다치는 원도를 진정으로 안아주는 이는 없었다.

 

다친 마음에 생긴 커다랗고 공허한 구멍을 가진 원도를 바라본다.

공허함을 메워줄 수 있는 손길이 원도를 살릴 것이다.

죽으려는 이에게 살으라고 던지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처럼.

 

왜 죽지 않았을까가 아닌

왜 살아야 하는지,

서로를 채우는 온기가 절실해진다.

 

어릴 적 내가 아플 때, 정서적으로 힘들 때 기댈 사람이 있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없었다.

엄마는 아프고 바빴으며 아빠는 본인이 원할 때만 다정했다.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거부당하는 느낌을 나는 내내 받으며 자랐다.

 

지금도 그런 기억이 있지만 원가족에서 받은 상처를 지금 가족에게서 나는 치유중이다.

원도에게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다 괜찮다고, 너로서 괜찮은 거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원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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