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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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의 편집부를 찾아온 카므셰프는 자신이 쓴 소설의 출간을 부탁한다. 그 원고를 읽어나가는 편집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는데.

 

젊고 아름다운 올가는 백작의 영지 관리인이자 나이 많은 우르베닌과 결혼을 하여 귀족이 되고 싶어 한다. 또한, 그녀는 소설의 화자이자 예심판사인 지노비예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를 사랑한다. 백작 카르예네프 또한 올가를 유혹하여 그녀와의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며 그녀의 허영심을 채워준다. 어느 날 모두 사냥을 함께 나가게 되고 미혼인 줄 알았던 백작의 부인이 도착한다. 그리고 사냥터에서 올가가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그녀는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그녀는 과연 누가 죽였을까.

 

지노비예프의 앵무새 이반 데미야늬치는 남편이 아내를 죽였다!”라고 여러번 외친다.

 

강도가 들지 않을까, 혹은 타인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우리의 공포는 이미 차고 넘친다고.’(p.16) 초반의 문장이 글의 전반에서 느껴지는 인간들이 하는 행위의 공포를 암시한다. 남의 아내를 취하고 남의 재산을 내 것처럼 쓰는 행위,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고 있는지,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체호프가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의 초입부터 이미 범인의 추리가 가능해서 오히려 책 속 인물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인간 내면의 악과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 감추려는 시도 등 양가 적 감정을 가진 인간군상을 그려낸다. 그중에서 허영과 욕망 덩어리로 표현되는 올가를 더 깊이 생각해 본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그녀의 이유에 대해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휠씬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p.152) 그녀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지 않았을까. 최근 읽은 고전들의 공통된 질문에 닿아서 더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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