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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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는 동대문구였다가 중랑구가 된 상봉동이다. 집 장사가 마음먹고 똑같이 지어놓은 단층 양옥이 쪼르르 골목에 줄지어 있던 그곳을 1년 전쯤 찾아가 봤다. 그때의 모습이 조금은 남아 있을까 싶어 향수를 느끼고 싶었던 거다.

 

태어나서 초등학교 4학년 2학기에 전학을 갔으니 그곳이 내 고향이다. 우리 집에는 이모와 이종사촌 언니 2명도 함께 살았다. 언니들이 빌려온 만화책을 옆에서 같이 보고 떡볶이 해먹을 떡볶이 떡, 어묵, 또 언니들의 스타킹 심부름 등은 항상 내 일거리였다.

 

한동안 내가 빠져 있었던 것은 자전거타기 였는데 아무도 가르쳐주는 이가 없어서 혼자 매일 자전거를 타며 익혔다. 그 당시 화장품 방문판매원이었던 이모가 퇴근하면 그 자전거를 끌고 큰 도로로 나가서 도로의 연석에 한 쪽 발을 올려놓고 높은 안장의 어른 자전거에 앉았던 기억이 난다. 자전거를 혼자 타게 되었을 때의 그 자유로움이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땀을 식혀주는 그 시원함, 이른 저녁의 어스름함 속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던 그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더 내 어릴 적 그 동네에 대한 향수가 진한 걸까. 지금은 내 곁에 없는 이모를 떠올리게 하는 것. 내 어린 날의 이모의 자전거이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박완서 작가님의 타계 13년 주기를 맞아 기존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 미발표 원고를 더하여 리커버되어 출간되었다. 한 편을 읽고 나면 옛 기억에 잠기곤 해서 잠시 헤매이다가 다시 다음 편을 펼치게 된다. 보통의 것들, 우리가 지나쳤던 삶의 작은 조각들을 다시 돌아보고 또 나의 예전의 그 감각을 깨워주는 시간이다.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던 나, 슬펐던 나, 너무나 자유로웠던 나 그리고 그런 나와 함께 했던 내 주변의 사람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 아련함이 오래 남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읽었는데도 한결같은 다정함으로 나의 마음을 잔잔히 일렁이게 하는 이 책을 20241월에 다시 만나 행복하다. 미발표 된 작품도 수록되어 꼭 읽어야 할 이유가 확실하니 모두 읽어보시길. 따스함을 함께 나누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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