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 좋아하는 일, 꾸준히 오래 하면, 생기는 일
정헌재(페리테일) 지음 / 아워미디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살아남기. 한동안 아이들이 읽었던 정글에서 살아남기 이런 책들의 제목이 떠올랐다. 어디에서든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네의 인생을 생각하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책은 그런 나를 우아하게 납작하게 만든다. 작가님이 살아온 세상은 살아남아야 하는 삶임에도 살아남는 것이 아닌 나로 사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 그의 태도들을 읽어 나가며 마음에 다정한 빛이 한 줄기 들어옴이 느껴진다.

 

춥다고 그러면 그냥 안아주고

시끄럽다고 그러면 말을 안 하고

걷고 싶다 그러면 그냥 걸어주면 될 때가 있습니다.

느릿느릿 시간을 쌓으며 얻는

치유의 힘은 대단합니다.”

 

발을 디디고 있는 이곳이 불안하고 미래를 암울한 지금. 이 책이 건네는 따스한 위로와 삶에 대한 태도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귀여운 그림을 그리고 끊임없이 창작하고, 좌절할 때는 유머와 다정함으로 곁을 지켜주는 이와의 모습에 슬며시 미소지어진다.

 

어둠이 가득한 별 위를 혼자 걸을 때

같이 걸어주는 사람입니다.

길을 잃을지도 모르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 길 위를

묵묵히 걸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 손을 잡고 절대 놓치지 마세요

그리고 그 반대의 상황이 되었을 때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 주세요.”

 

내가 잊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이었나. 결혼하고 단둘이 살게 되었을 때 들만의 집이 생긴 것에 행복해하고, 아이를 낳았을 땐 그 아이의 작은 발에 매일 밤 입 맞추고, 주말에 다같이 공원을 느긋하게 걷고, 여름밤 미지근한 맥주를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마시던. 소중한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을 잡으라고 저자는 말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계속 우리 곁에 있어 주길. 귀여운 거로 다정한 거로 우리가 좋은 사람이게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길. 작가님의 건강을 빌게 된다. 난 좋아하는 사람의 건강을 빈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떡볶이집 사장님의 건강과 안녕을 항상 기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