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대로 낭만적인 -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황찬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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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일간의 세계여행을 스케치로 남긴 26살 청년의 여행을 따라가 본다.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기까지, 여행 중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의 삶 또한 하나의 여행임이 느껴졌다. 건축을 공부하는 저자의 관심이 책 속 그림의 건축물들과 그 이야기들로 전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무엇을 찾아 여행을 계획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지고 응원을 가득 담은 눈으로 읽기 시작한 책에는 입석으로 탔던 기차와 버스에서의 고됨과 낯선 곳에서 친절하게 손을 내밀어준 이들에 주는 따스함, 그리고 어디서든 피어나는 사랑이 느껴져 가슴 설레이는 경험을 준다. 베트남에서 맛있게 먹던 쌀국수에 얹어진 고기가 개구리 고기였다는 거, 캄보디아에서 여행안내자를 보고 느낀 평등에 대한 사유, 이스탄불에서 느낀 여행과 일상이 혼동되는 순간, 여행 중 찾아왔던 우울감, 우유니 사막에서의 360도 우주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경이로움의 시간을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따라가게 된다.

 

여행지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오롯한 시간. 그림을 그리며 사유하는 저자의 모습이 여행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을 거라 짐작한다.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낯선 곳으로 가는 설레임, 혹은 두려움. 집 밖에서 23일을 겨우 버티는 나로서는 207일이라는 기간을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이다. 집을 떠나는 것이 두려운 나에게 책은 나가보라 권하는 것만 같다. 나가서 부딪혀 보라고. 그리고 찾아보라고. 집 밖은 위험하다는 것을 잠시 접어두고 떠나보자. 아직 설레일 때 아닌가.

 

죽어가는 나의 호기심 세포를 살려내어 등 떠밀어주는 책 <되는 대로 낭만적인>이다.

 

나는 자각하지 못했을 뿐, 매 순간 행복하고 감사한 삶을 살고 있었다. 자유, 체제, 국적, 인종이나 성별과 같은 모든 것들으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의 의지로 돈을 모아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던 것이다.(p.101)

 

새로운 곳을 걷다 문득 느껴지는 묘한 감정이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두 발을 디딜 때, 어느 순간 느껴지는 그 감정은 어떤 언어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두 다리로 땅을 디디도 서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매 발걸음에 심오한 의미가 담긴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p.177)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을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p.218)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온들 저 색, 구름과 바다가 해가 만드는 저 색은 담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가슴부터 올라오는 작은 탄성만이 지금의 감동을 설명할 유일한 언어일 것이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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