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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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외롭고---빛나는

 

어린이란 가장 먼저 행복을 발견하는 존재라는 작가님의 말에 흠뻑 젖어 있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코끝이 찡해지는 마법 같은 책, 덮고 나면 더 나은 내가 되리라 다짐하게 된다.

 

나를 한 없이 사랑해주던 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려 시야가 흐려진다. 그래, 그때 그랬지. 호된 사춘기를 겪은 큰아이, 지금 사춘기 같다며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른다는 둘째 아이. 아이의 성장과 함께 당황하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려니 하고 마음을 다독여 보기도 한다. 이럴 때 만난 이 책은 내게 다시 사랑하는 힘을 준다. 나도 가슴을 맞대고 안아줘야지, 눈을 바라봐 주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같이 길을 걸어야지 하고.

 

엄마를 위해 웃겨보겠다고 온몸으로 개그를 하던 아이, 몰래 숨어서 나를 놀래키던 아이, 종이컵에 커피를 타주며 사랑을 고백하던 아이, 오리 눈사람을 만들어 선물하던 아이, 지금도 두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안아달라고 나를 찾는다. 애정이 부족한가? 혹은 지치기도 하지만,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이는 나를 성장시키는 존재라는 것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나를 가장 많이 변화시킨 것도 바로 아이라는 존재이니까. 이미 자라버렸지만 내 마음속엔 아직도 작고 여린 소중한 아이의 모습으로 남아 오늘도 아이의 얼굴에 그 모습이 겹쳐 보인다.

오늘은 사진첩을 하루종일 보게 될 듯하다. 우리의 시간들을 추억하고 싶어진다. 아이와 또다른 추억을 만들러 길을 나서봐야겠다. 흐린 날이지만 햇살이 눈 부신 날처럼 따스한 온기를 주는 책 <어린이의 말>이다.

 

어린이의 마음에는 어떤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는지. 그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면, 어쩐지 이전보다 행복해질 것만 같았다.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양육자가, 더 괜찮은 어른이 될 것도 같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이의 말을 마음의 창고에 하나씩 저장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런 이유였다. (p.8)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준다. 행복한 사람이란 자기 자신과 잘 놀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 누구의 시선도 상관하지 않고, 투명하게 나의 욕망을 들여다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달려나가는 어린이는 그래서 하루에 500번 넘게 웃는다 (어른은 평균 열 번). (p.37)

 

사랑의 영역을 넓혀가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걸(엄마에게 주었던 숱한 선물들이 말해주듯이) 주는 사람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걸 주는 사람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마치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처럼 지난날의 어떤 장면들을 복기하게 된다. (p.98)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내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여서 내 모든 것들을 받아주고 품어주던 기억이 나를 찾아올 때마다 마음에 새긴다. 사랑이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와 선의와 관용을 끝까지 잃지 않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p.205)

 

너를 다 안다고 쉽게 생각하는 대신, 너를 알아가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하겠다.’(p.232)

 

만약 타인과 나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시간의 낙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 잊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서로에게 더 너그러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도달하지 않은 이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면 우리는 조금 미안해질 테니, 내가 겪어본 만큼만, 아는 만큼만, 보고 들은 만큼만, 겨우 상상한 만큼만, 딱 그만큼만 상대를 헤아릴 수밖에 없는 나의 깜냥이. 제때에 알지 못해 오래 누군가를 외롭게 서럽게 한 것이. (p.259)

-요즘 내가 누군가를 외롭게 했다고 반성하고 있었는데 이 문장을 만나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과해야겠다.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툭하면 화를 내고, 걸핏하면 약속을 잊고, 무시로 잔소리를 쏟아내는 나를 그저 나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해주는 작은 존재. 아이는 나를 보자 가장 많이 웃는 사람이자, 나의 온갖 실수를 가장 많이 용서해준 사람이며, 내게 가장 많은 칭찬을 해준 사람이다. 그저 그런 나를 과하게 사랑해주는 아이 덕에 나는 자신을 예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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