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기선 외 지음, 치명타 그림, 전주희 해제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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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조건 없는’,‘전원 직접고용을 힘주어 말하는 그들의 요구는 당연하다. 불안정한 노동과 삶, 사회. 경제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회에서 이는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전원 직접 고용 후 한국로공사는 현장지원직이라는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최저시급으로 맞춰놓고,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보복하고 있다. 현장지원직은 졸음쉼터 청소와 화장실 청소, 풀베기 등을 하는데, 회사는 원래 그 일을 하던 이들을 해고하고 이들을 투입했다.

 

채용 비리, 착복(식비, 명절선물), 불안정한 고용, 급여 환수, 성차별 등 그들이 겪은 일들은 회사가 그들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직접 고용이 되고 나서도 회사 내 차별은 여전하고 그들만의 일거리를 주지 않아 배회하게 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계속 감내하게끔 한다.

 

얼마 전 덕수궁 미술관에 전시회를 보러 갔을 때 교통공사에서 파업 투쟁 중이었다. 시청 앞 던킨도너츠엔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커피와 도넛을 먹고 삼삼오오 나가고 들어오고 했다. 그날은 갑자기 내린 비로 많이 추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도 그랬을까. 우리는 누가 파업을 하는지 왜 하는지 관심 있게 보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건 더더욱 알려 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귀족노조라고 말하는 이도 내 주변에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냐 물어보면 이러저러 하대~’라고 이야기한다. 언론에서 떠도는 여러 말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맞다는 확증편향적인 사고가 퍼지고 있는 요즘이다.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다. 그들이 왜 캐노피에 올라갔으며 무엇을 요구하고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으니까.

 

누군가의 엄마이고 언니이고 딸이고 동생이고 친구인 그들을 마음 깊이 응원하고 지지한다. 언제라도 내가 될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엄마는 이 직장에서 행복해. 그러니까 엄마는 어느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했던 정은자님이 옳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지금, 옳은 일을 하고 부끄럽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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