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절제술 트리플 21
서윤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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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의 트리플 시리즈 21번 서윤빈작가의 <날개 절제술>이다. 내게 다소 어려운 분야인 SF소설이라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지막의 <다이윗미>는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의 놀라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당분간 장르소설은 자제하는 걸로.

 

 

<날개 절제술>

산부인과 병원에서 날개 달린 아이가 태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다소 충격적이다. 심지어 의사는 천사가 아닌 부모 사이에서도 천사가 태어난다고 말하고 부모는 아이의 날개를 잘라 현금으로 받는다. 태어난 아이는 자신이 천사임을 알지 못한 채 천사다운 행동으로 부모의 걱정을 사고 부모는 끝내 아이가 천사임을 밝히지 않는다. 아이는 인간의 사랑을 배우며 인간과 결혼하여 출산을 하게 되는데...

 

이 세상에 천사가 살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천사의 상징인 날개를 자르고 머리위의 고리를 감춰도 그 고유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선함을 타고난 이들은 인간의 삶을 살기에 너무나 이타적이다. 악의를 가져야만 한 인간을 사랑하는 그들은, 본래 모두를 사랑한다. 지금 어딘가에 그들이 날개를 감춘 채 함께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천사입니다.

의사가 말했다. 비유적인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는 건 명백했다. (p.10)

-잘라주세요. (p.11)

 

부부는 아이가 천사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아이는 자기가 천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자랐다. (p.15)

 

모두를 사랑하면 누구의 사랑도 얻을 수 없다.” (P.34)

 

<리튬>

라디오 공장을 경영하며 잘나가던 시절 아프가니스탄에도 라디오를 수출하던 화자는 이제 철물점을 운영하며 고치는 일을 하며 산다. 평소 소원하던 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음을 고쳐달라며 화자를 집으로 초대한다. 화자는 소음의 근원을 찾아 집요하게 연구하여 마침내 그 근원을 찾아내는데...

 

사별한 아내와 딸과의 공명을 이룰 수 없었던 화자는 소음의 근원지를 찾는 것으로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저자는 공명을 이루는 것의 원인을 찾아내지만,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그것을 서랍 안에 넣고 기다리는 것을 선택한다. 그는 다 소진된 배터리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딸이 다시 찾을 때까지 방전된 채 공명을 기다리는 것일까. 사람 사이에 공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다.

 

소음은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소음은 이상했고, 우렁찼다.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소리를 지르듯 거침없는 소리였다. (p.51)

 

연구는 착실히 진행되었다. 나는 전원이 꺼진 휴대폰들이 모종의 진동을 발산하여 전원이 꺼진 보청기와 집 전체를 공명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p.57)

 

나는 휴대폰들을 서랍에 몽땅 쏟아 넣고, 기다렸다.

어쩌면 평생 그래왔던 것처럼. (p.67)

 

@jamobook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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