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인생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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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일까,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현대 사회는 무한 경쟁의 시대이고 조직안에서 협력해서 성과를 내지만 개개인은 서열화되어 있다. 그것이 조직안에서 개인들을 경쟁으로 몰아넣지 않는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가 병을 얻어서 일을 그만두거나 번아웃이 온다. 정년은 빨라서 직장은 우리를 쥐어 짤 만큼 짜고 다 짜낸 레몬껍질을 버리듯 버린다. 그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더 경쟁하고 살아 남으려 아득바득 일한다. 악순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확 와닿지가 않았다. 사실 다 맞는 말인데 어떤 사회면 이것들이 가능할까? 개인들이 변하면 회사가 변할까? 그런 날이 올까? 이 책을 읽기전에 읽은 <별일 하고 산다>에서는 일잼러들을 다뤘다. 이 책 또한 일에서 즐거움을 찾으라 한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이가 얼마나 될지 나는 물어보고 싶다. 우리는 대리만족에 머무는 것은 아닐지.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공헌감은 아주 좋은 말이다. 내가 가진 일에 공헌감을 가지면 그것이 나의 가치로움이고 나는 그것으로 일을 잘 하게 되고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 또한 공헌감은 개인이 스스로 느껴야 하는 것이므로 누군가로부터 강요받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강요받는 공헌감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의 가치를 못 찾고 버텨내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하는 일에서 공헌감을 느껴 나의 가치를 찾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는 심히 궁금하다.

 

개인에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일의 공헌감을 찾고 자신의 가치를 찾으라하는 말은 이제 너무 무책임하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개인에게 문제들을 떠넘기는 것에 피로감이 몰려온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일함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타자를 위해 쓰고 타자에게 공헌한다. 타자에게 공헌하면 공헌감을 느끼고, 그럼으로써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일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p.34)

 

우리는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스스로 인생을 선택하길 바란다. (p.55)

 

당신은 지금 하는 일에서 공헌감을 느끼고 있는가?(p.76)

 

공헌감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공헌감이 있으면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고,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면 인간관계 안에 들어갈 용기를 낼 수 있다. 일을 인간관계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으므로 일에도 몰두하게 될 것이다. (중략)

공헌감은 오직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 누군가가 강요한다고 해서 느끼는 것이 아니다. (pp.123~124)

 

진정한 의미에서 인생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을 삶속에서 어떻게 위치시켜야 할지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누구나 반드시 일해야 하는지, 혹은 일에 가치의 차이가 있는지, 무릇 일이란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p.151)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다. 갓 태어났을 때처럼 타자의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기 힘든 상태에서 벗어나 성인이 될지라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타자에게 도움을 받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타자는 그런 의미에서 친구인 셈이다. 이런 상태야말로 인간의 본래 모습이며, 타자를 친구라 간주하고 타자에게 친구로서 공헌하는 것이 아들러가 말하는 공동체 감각의 진정한 의미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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