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삶의 체험에서 나온 단상과 시선을 담은 이야기를 통해 자아를 잃지 않는 독립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전한다. 또한, 27년의 결혼 생활 동안 합쳤던 서재를 이혼시키면서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결혼에서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1장에서는 기질과 취향이 다른 영원한 타인과 고군분투하는 결혼의 일상을, 2장에서는 자식대신 자신으로 채우고 살아야 하는 삶의 중요성, 3장에서는 타인에게서 빌려온 욕망이 아닌 일상에서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의 결혼생활을 생각해보게 된다. 책 속의 이야기들이 나이듦을 준비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함께 사는 이를 이해하고 서로를 위하며, 그 안에서 독립을 할 때 자유로워지고 서로를 더 배려하게 됨을 알게 된다.

 

글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의 매력에 풍덩 빠졌다. 그가 읽는 글, 그가 보는 세상이 참 다르다는 생각과 닮고 싶은 누군가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남편을 이야기할 때는 그 솔직함에 책을 덮고 웃기도 여러 번이었다.

 

책을 읽고 나니 혼자서도 즐겁게 지내고 자식에게서 독립하고 노년을 더 나답게 살고 싶어졌다. 나다운 것을 떠올려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 자주 만나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자식과는 각자의 삶을 살지만 서로 거리를 두는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그중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오래도록 독서모임을 하는 것이다. 책으로 만난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고 나이 들어도 함께 알아가는 것을 즐거움으로 사는 그런 시간이 오도록 나는 천천히 습관처럼 지금을 살아가야겠다.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위한다는 건, 서로의 욕망을 존중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p.053)

 

니체의 말대로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복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훌륭한 복수는 상대에게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p.067)

 

조금씩 고랑을 파서 물을 흘러내리듯 중년의 습관이 노년을 만든다. 몽테뉴가 말했듯 재미를 맛보는 욕구를 훈련하고 날카롭게 만들어야 한다. 양육이라는 공동 과업을 끝내면 그 빈자리는 자신으로 채워야 한다. 혼자 할 줄 아는 것이 많을수록 자유롭다. 만족스러운 관계는 의존적이지 않다. 나무를 타고 자라는 넝쿨보다 땅에 깊숙이 뿌리내려 올곧게 자라는 나무가 멋진 것처럼.

나는 때때로 내가 없는 그의 인생, 그가 없는 나의 인생을 상상한다. 죽음을 곱씹고, 뺄셈에 익숙해진 건 암이라는 병이 준 단단한 선물이다. (p.116)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차린 저녁 식탁, 가까운 이들과 보낸 친밀한 시간, 두려움 없이 완벽하게 자전거를 타겠다는 결심 같은 것들이다. (p.117)

 

인생에서 주인으로 사는 비결은 해야 하는 일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희생하지 않는 것이다. (p.152)

 

다 아는 데서 새삼스러운 기쁨을 추출하고, 작고 사소한 즐거움에 무뎌지지 않는 능력을 키우는 기술, 우리에게 허락된 작은 기쁨과 행운을 발견해서 어쩔 수 없는 작고 큰 불행에 물타기 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p.163)

 

살아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 성장하고 독립하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우리도 더 이상 같은 존재가 아니다. 사랑으로 살찌워진 내 영혼도 독립한다. 줄 수 있는 것을 아낌없이 주었고, 받을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받는 행복하고 공정한 거래였다. 나를 애착의 습관에 붙들어놓지 않을 것이다. (p.169)

 

세상은 우리 시선으로 존재한다.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하고 집중하는 것, 일상의 작은 움직임, 햇빛 한줄기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제 행복하게 늙을 준비를 마친 기분이다. (p.269)

 

 

@annes.library 좋은 책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