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만세 - 100%의 세계를 만드는 일
리베카 리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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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세계를 만드는 일

 

펭귄 출판사 편집장의 책 만들기는 멈추지 않아

 

 

저자는 20년간 세계적으로 큰 출판사에서 일하며 편집하고, 교정하고, 팩트 체크하고, 교열하고, 윤문하고, 다시 편집하고, 색인 작업하고, 교정한 것을 대조하고, 저자를 상대하고, 프리랜서에게 외주를 맡기고, 기획 편집자를 진정시키고, 디자이너 및 인쇄업자와 협업하고, 그리고 마침내 글을 인쇄했다. (p.17) 그 안에서 독자들이 이야기를 계속 읽어나가도록, 끝까지 책을 놓지 않게 하려고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의 이야기다.

-글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작가, 에이전트의 비밀, 편집자 등)

-글은 어떻게 더 좋아지는가 (교열, 문법과 문장부호, 철자, 각주, 색인 등)

-글은 어떻게 더 자유로워지는가 (번역, 표지와 커버, 텍스트 디자인, 인쇄, 절판 등) 로 글이 책이 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책 속에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 중 블라디미르 나보코브의 1955년 출간된 <롤리타>의 초판은 오탈자가 가득했다고 한다. 나보코프는 이 책으로 유명해졌지만, 자기 책 때문에 롤리타라는 이름이 인기가 떨어진 것 같다고. “사람들이 더 이상 딸에게 롤리타라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 것에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 1956년 이후로 암컷 푸들에게 롤리타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사람에게 지어줬다는 건 들어보지 못했다.”(p.214)’ 고 한다. 또한 <앵무새 죽이기>의 하퍼 리의 <파수꾼>을 출판한 것을 두고 저자는 그냥 유실된 채로 두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의견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공감이 갔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초고이므로.

 

이렇듯 우리가 들어 익숙한 많은 책의 이야기를 볼 수 있고 책을 만드는 과정 속의 다양한 편집자의 시선을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가 읽는 한 권의 책 뒤에 좋은 글을 더 좋고 자유롭게 만들고자 애쓰는 고쳐쓰기 부대가 있다는 것에 의의와 의미를 알아주기를 당부한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한 권의 책이 참 가격이 저렴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책이 나를 변화시켰다면 그 책의 가격이 얼마든 사지 않을까. 손으로 책을 쓸어 보며 책의 표지 디자인부터 글자 크기, 종이, 책의 크기까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살펴 보게 된다. 그들의 수고와 애씀으로 내 손에 오는 이 소중한 무게를 잘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책을 만드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 읽게 되는 마중물이 되는 책 <편집 만세> 이다.

 

 

한 권 한 권을 편집하고 만들어나가다 보면 수많은 만세의 순간이 있다. 연이은 실수와 건망이 초래한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우리는 100퍼센트라는 완벽의 세계에 가닿기 위해 오늘도 열심이다.(p.13)

 

저자에게 적당한 교열자를 붙여주는 일은 일종의 본능적 기술이다. 중매를 서는 것과 약간 비슷한데, 장거리 연애를 주선한다고 보면 되겠다. 중요한 건 일단 좋은 조합이 성사되고 난 이후로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좋은 조합을 성사시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겠지만. (p.127)

 

좋은 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묻는다면, 단 한 순간도 잊히지 않음으로써 만들어진다고 답하겠다. (p.354)

 

진짜 문제는 이 책이 읽을 만한가, 가치 있는가, 좋은 책인가하는 것입니다. 책이 구간이든 신간이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이 그 책을 안 읽었다면 구간이더라도 사실은 신간인 셈입니다. 책은 읽히기 전까지 다 신간인 거죠.(pp.362~363)

 

중고책은 집 없이 떠도는 야생의 책이다. 다채로운 깃털을 뽐내며 거대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중고책에는 도서관의 길들여진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p.396)

 

@willbooks_pub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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