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마민지 지음 / 클 / 2023년 8월
평점 :

저자는 1980년대 한국 도시개발에 얽힌 본인 가족의 흥망성사를 다룬 첫 장편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로 한국 작품 최초로 EBS 국제다큐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책으로 볼 수 있다. 건축 붐이 일던 시절 집 장사로 강남에서 큰돈을 벌던 아버지, 그 아버지와 함께 집의 내부를 설계하고 자금관리를 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의 부동산 현주소를 볼 수 있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아는 송파의 아파트, 강동구의 개발 이야기 등 실제적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다큐를 찍는 과정 안에서 저자는 ’과거의 도시개발 과정을 살펴보니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투기를 부추기고 책임을 지지 않는 한국사회가 있었다. (p.166)‘며 부동산투기의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큰 집에서 살다가 망해서 6인용식탁을 들여 놓을 곳이 없어도 버리지 못하는 엄마, 언젠가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기록했고, 더 이상 사기 위한 집이 아닌 살기 위한 집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이다.
”부동산버블(Bubble)이란 부동산 투기가 원인이 되어 부동산 가격이 경제상황이 반영된 경제지표를 이탈하여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p.229)
어릴 적 살던 단독주택에서 쫓기듯 이사 간 곳은 중곡동의 2층집이다. 1층은 주인이 살고 우리는 2층에 전세를 들어 살았는데 1층과 2층의 실내계단을 신발장으로 막아놓고 살아서 위아래층의 식사 메뉴도 공유했던 기억이 있다. 그 집의 반지하에도 한 가족이 살아서 단독주택엔 3가구가 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집이 집 장사의 집이라는 걸 알았다.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옥외로 나 있어 집안의 계단을 막아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동네에는 그런 구조의 집들이 많았다.
나는 결혼과 함께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서 전세를 살았고, 2년 후 집값 폭락으로 집을 살 수 었고, 그 집이 올라서 또 다음 집을 대출을 끼고 샀다. 그 사이 산 집은 전세를 주고 전세를 살다가 입주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의 이유는 돈이다. 돈이 없어서. 집을 깔고 앉는 것보다 전세를 주는 동안 대출을 갚고 더 빚이 적어졌을 때야 새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지금 집값은 깔고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액수가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했고 집안의 화장실은 은행꺼 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한다. 다시 금리는 오르고 있고 대출이자가 더 오를 까 봐 걱정하고 있다. 아직 ’부동산버블‘은 끝나지 않았고 한국사회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 최소한 책임지기 위한 노력이라도 보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내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p.37)
나는 매일 아파트단지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하루를 보냈고 우리 가족의 일상은 늘 쾌적했다. (p.38)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없는 가부장은 미덕이 없는 존재가 되었다. 40년대생인 아빠는 돈이 아닌 다른 의사소통 방법을 딱히 알지 못했다. (p.60)
‘도대체 중산층이던 우리집은 왜 갑자기 망했을까?’“애초에 부모님은 어떻게 중산층이 될 수 있었을까?‘ ’단란한 정상가족이던 우리 가족은 왜 서로 사이가 멀어졌을까?‘ ’엄마는 왜 부동산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까?‘ 머릿속에 질문이 끝없이 쏟아졌다. (p.71)
@book_k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