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부엌 -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
오토나쿨 지음 / 유선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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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일인 생활 레세피 에세이

 

 

도쿄에 사는 저자는 <도쿄 일인 생활/스토리>라는 뉴스레터를 110편 발행했다. 그중에 책이 나왔다. 담담하게 써진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소개된 음식에 대해 흥미가 생겨 레시피를 적어보기도 한다.

 

1인분의 일상, 1인분의 음식, 1인분의 마음이 글 속에 오롯이 살아 숨 쉬는 걸 느끼면서 나를 재생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힘든 시기를 넘어오던 때 부엌이라는 공간에서 재료를 다듬고 정성스럽게 조리해서 나만을 위한 음식을 차려내어 내게 대접하는 저자의 일련의 활동들이 의식같이 느껴졌다. 살짝 탄 토스트는 와삭 베어 물고 싶고, 여름날 시원한 맥주-이건 읽으니 당장 한 캔 따야 할 듯한 충동을 느꼈고, 힘든 몸을 일으켜 끓여 먹은 수제비는 잊지 못할 맛임을 나는 안다. 음식은 사람을 살린다. 이 책은 그럼 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함을 알려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아이가 집에 있는 날. 파 기름을 내고 간 고기와 작게 썰은 양파를 볶는다. 굴 소스로 간을 맞추고 두반장을 넣고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 볶는다. 깍둑썰기한 두부를 넣고 끓인다. 그리고 마무리로는 참기름 조금, , 부추 다진 것을 얹어서 낸다. 아이가 좋아하는 마파두부를 만들었다. 맛있다며 먹는 아이를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든다. 지겹다면 지겨운 부엌이 이지만 내가 만든 음식으로 행복의 시간을 만든다. 그 시간이 쌓여서 우리는 힘든 일이 있어도 비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가 말하는 재생의 부엌은 누구에게나 그런 힘을 준다. 톡톡톡, 지글지글하는 소리에 나와서 내가 무슨 음식을 하는지 맛보고 싶어하고 옆에 와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부엌은 여전히 재생 중임을 느끼는 시간이다.

 

 

마룻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는 것도, 자괴감의 심연에 빠진 자신을 건져 올리는 것도 결국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까요. (p.35)

 

누가 오늘 뭐했어?’ 물으면 , 그냥 종일 너덜거렸어라고 대답하는 식으로. (p.79)

 

저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갖는 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저를 흔드는 건 피할 수 없으니, 그저 조금만 흔들리고 쓰러지지는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p.115)

 

부엌에 혼자 서서 제사 음식을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도 싫고 손이 능숙해지는 것도 싫습니다. 언제나 긴장하면서 만들고 싶습니다.

엄마 입에 안 맞으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p.196)

 

부엌은 재생의 공간입니다.

여러 재료를 죽이고 새로운 요리로 탄생시키는 재생 혹은 재창조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중략)아니, 어쩌면 요리를 시작할 때부터 위안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칼을 손에 쥐고 위안을 얻는 곳. (p.299)

 

이렇게 재생의 과정이 가득한 부엌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자신의 효용 가치를 확인하는 삶.

매일 반복되는 일에서 유의미한 뭔가를 찾는다면 그 절박함만큼 단단해지기 위해 부엌에 서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재생의 끼니를 만들어 새살을 채우며, ‘재료의 재생나의 재생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p.301)

 

@yuseon_sa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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