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구를 죽이려고 네오픽션 ON시리즈 13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년묵은 여우는 매구가 된다. 여우는 인골을 덮어쓰고 둔갑을 한다. 인골은 죽은 사람에게서만 얻을 수 있다. 호수 바닥에는 매구에게 끌려 들어간 죽은 자들의 시신이 묻혀 있다. (pp.421~422)’ 경기도 북음군 매구면 남바리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하는 매구호수가 있는 마을에서 아버지와 둘이 엄마와는 떨어져 살게 되는데. 온 마을이 매구의 이야기를 하고 마을엔 호수에 빠져 죽은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하는 그런 뒤숭숭한 상황에서 반의 모범생 현승과 친해지면서 우정을 나누게 되고, 또 아리라는 묘한 느낌의 아이와도 알게 된다. 아리는 마을에서 매구의 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다.

 

사람이 죽어나오는 매구호수. 매구호수에 대한 무서운 소문. 매구를 죽이려 매구 탈을 만들었던 아리의 아버지는 그 무거움을 이겨 내고 못하고 죽게 되고 매구 탈은 그 후 계속 공방에 걸려 있다. 작은 마을을 공포로 물들이는 매구의 존재는 무엇일까? 책 속 매구는 사람을 해치는 무서운 존재이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내장을 파 먹는다고 한다. 설마 정말 귀신이야기일까 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결국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만들어낸 허상일 거라고 쉽게 추측했다.

매구를 불러들인 건 매구탈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이야. 모든 일에 시도 때도 없이 매구를 끌어들이니까. 아버진 매구를 죽이려고 탈을 만든 거야.”(p.310)

섬뜩한 결말로 가는 <매구를 죽이려고>를 소문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의 이기심과 소심함, 비겁함을 핑계 삼기 위한 도구로 매구를 등장시키고 마을의 모든 이야기 속에 매구가 등장한다. 매구는 누가 만들었고 누가 과연 매구일까? 한 마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매구라는 귀신을 믿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 마을을 지키는 선한 수호신도 아니고 귀신이라니. 공공의 적을 만들어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소문으로 매구는 현실이 되어 간다. 소문이 현실이 되어 실체가 되는 것은 인간에게 달렸음을 보여주는 소설 <매구를 죽이려고>이다.

 

사람들이 말했다. 매구호수라고 알지? 거기 사람이 빠지면 매구가 구해준대. 그러니까 절대 구하려들지 마. 사람이 뛰어들면 매구는 물에 빠진 사람을 호구 바닥으로 끌어당겨 죽게 해. 여태 벌어진 사고 중 예외는 단 한 번도 없었어. 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늘 거기서 문제를 냈다. 어쩔래? 매구를 믿고 지켜볼래, 아니면 구하러 뛰어들래? (p.8)

 

깜빡 잊을 뻔했는데 대숲을 지날 때 말이야, 누가 네 이름을 부르더라도 세 번 부르기 전까지는 결코 돌아보지도 대답해서도 안된다.알겠지?”(p.30)

흉측하고 아름다웠다. 그 얼굴은 여자처럼 보이기도 했고 남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와 닮았다. (중략)

너도 닮았어.”

너하고도 닮았어.”(pp.236~237)

 

이 동네가 그래. 어쩔 수 없는 것은 모두 매구탓으로 돌려. 그런 식으로 허구의 매구가 현실에서 버젓이 살게 되는 거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어.”(p.249)

 

매구을 쓰고 매구가 하는 짓을 막는다. 본래 탈이란 가면을 말하는 게 아니야. 탈은 말 그대로 탈이 났다고 할 때의 탈이지. 매구탈을 쓰고 매구 짓을, 그러니까 탈짓을 하는 거야. 그런 행위를 통해 그 탈을 제거하는 것이 탈을 만드는 목적이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생각해도 되고 아니면 굿 같은 의식이라고 봐도 돼. 즉 탈은 액운을 막는 방패막이지.”(pp.310~311)

 

난 죽일 수도 없고 죽여지지도 않아. 이상한 것은 언제나 이 세상에 있어왔고 모두가 있기를 바라지.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거 너도 알거야. (pp.439~440)

 

나는 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가 부르는 이름으로 존재해.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야기 속에서 내가 불리면 나는 계속 살아 있는 거야.

이상한 것은 스스로 너희에게 가지 않아. 너희가 필요해서 불러들인 거지. 너희가 원하는 한 나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늘 그 자리에 있어. 나는 자라지 않아.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유지. (p.463)

 

@jamobook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