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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평점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저자는 런던에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방황하다가 고갈된 자신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찾고자 볼리비아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야생동물 보호구역 (생추어리) 자원봉사자로 한 달을 기약하고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저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퓨마 ‘와이라’를 만나고 생추어리 안의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게 오랜 기간 머물게 된다.
저자가 생추어리 안에서 와이라를 통해 느꼈던 호기심, 기대감, 희망은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에게는 생각하기 힘든 단어들이다. 그곳의 생활은 정글과도 같다.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과 부족한 음식, 기생충들로 인해 감염되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곳을 떠난 봉사자들은 다시 돌아온다. 자신이 맡았던 동물들과의 교감을 잊지 못해서.
문명에서 찌들고 상처받아 병든 인간을 치유시켜 주는 건 인간에게 괴롭힘을 받았던 동물들이었다. 상처받은 인간들이 인간으로 하여금 상처받은 동물들을 돌보면서 그들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 간다. 모두가 출렁이며 중요한 연결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변화’를 만들어 낸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야생동물과의 최초의 교감을 할 때-그들에게 받아들여 질 때-를 봉사자들은 한결같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한다. 그들은 벅찬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서 눈물을 흘린다. 미안하고 또 고마운 자연의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일까.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마치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동물의 새로운 방사장을 위해 머리를 밀어 머리카락을 경매에 내놓고 기생충에 시달리고 돈을 구해서 다시 봉사자로 돌아오는 그들은 자신들을 미쳤다고 표현한다. 무언가에 미친 그들을 보며 저자의 말처럼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질문이 든다. 동물권, 그들의 기본권을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오랜 시간 동안 처음으로, 와이라의 차분한 숨소리와 나를 둘러싼 정글의 편안한 심장 박동을 들으며 몸이 떠오르는 듯하다. 내 몸이 허공에서 멈춘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이런 장소에 있다니. 더군다나 퓨마와 함께라니. 나는 와이라가 나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만큼 용감하거나 대담하진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p.113)
구조된 동물은 양파와 같다. 불안의 껍질을 힘겹게 한 꺼풀 벗겨내면 예기치 못한 다른 껍질이 나오고, 전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껍질이 그 아래에 숨어 있다. 우리 모두는 이곳 동물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기에, 전부 제각기 엉망이고 망가져 있기에, 우리 또한 양파나 다름없다. (p.118)
산책은 와이라가 원해서 한 것이다. 와이라의 권리였다. 정글에서의 산책은 나보다는 와이라의 기본권이었다. (p.122)
동물은 그저 동물일 뿐이라 여겼던 과거의 삶을 떠올린다. 그랬던 내가 싫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내가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p.133)
와이라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 전부 부풀어 오른다. 뜻밖에 나를 완전히 때려눕히는 그 모든 감정들. 나는 여지없이 망가진다. 몸이 부서지고 마음도 산산조각 난다. 이게 사랑일까? 모르겠다. 확실한 건,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p.199)
와리하는 우리 곁에서 스르르 잠에 들었다. 우리가 그를 믿는 것처럼 그도 우리를 믿었다. (p.279)
“우리는 전부 미친 것 같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여기건 저기건 전부 다.”(p.335)
와이라와 함께 흙바닥에 눕는 것을 사랑한다. 살면서 사랑했던 그 어떤 것보다 더욱. 와이라는 나의 세상을 바꾸고, 창문을 열어 그사이로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결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p.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