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페이지터너스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 빛소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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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에 참전해서 부상을 입고 퇴역한 빅토르 바통은 상이군인 연금으로 가난하게 생활하는 독신남이다. 방음이 안되는 오래된 주택의 옥탑에 살면서 다른 가구들의 생활에 관심이 많다. 다른 이의 사소한 것까지 살펴보는 빅토르는 많이 외롭다.

고독이 나를 짓누른다. 친구가 그립다. 진실한 친구가…….(p.37)’라며 절실하게 친구를 원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책의 목차가 뤼시 뒤누아, 앙리 비야르, 뱃사람 느뵈, 신사 카라즈, 블랑셰 로 빅토르가 만나서 친구로 삼으려 노력했던 이들이다. 누구든 빅토르의 친구가 되었다면 같이 웃어주고 슬플 땐 같이 울어주고 모든 것을 다 내어 주었을 텐데......

 

만난 지 얼마 안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관심을 끌고 싶어서 강의 다리 난간에 자살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오랜 고독에 사무쳐 괴로워하는 모습의 절절한 표현이 디테일하다. 살고 싶다는 말을 하는 빅토르의 손을 잡아주는 이가 없다. 살고 싶다는 말은 외로워서 죽을 것 같다는 말이었던가. 결국 망상에 사로잡히는 모습도 보인다.

 

전쟁의 부상으로 위축되어 있고 가난으로 인해 더 위축되어 정상적인 관계 맺기가 어려워 보이는 빅토르의 모습에서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외로움을 빅토르라는 인물을 통해 극대화시킨 모습이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는 고독사를 생각해보면 sns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들은 오히려 온라인에서의 관계 외에 오프라인에서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외로운 고독남 빅토르는 관계를 맺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오히려 타인의 시선이 불편하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우리는 고독하고 진실한 친구는 찾기가 어렵다. <나의 친구들>이란 제목이 그의 슬픔을 표현하는 것 같다. 안타깝고, 외롭고, 살고 싶은, 사랑에 목마른 남자 빅토르 바통이다. 어디에나 있는 빅토르에게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희망은, 그 사람이 원하는 바를 전부 들어주는 것뿐이다. 강아지처럼 어디든 따라다닐 것이다. 그 사람이 농담을 하면 나는 항상 통쾌하게 웃어 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그 사람을 슬프게 한다면, 나 역시 그와 함께 눈믈을 흘릴 것이다. 나는 한없이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다. (p.38)

 

보통은 죽음에 대해 곧 잊어버리지만, 누군가와 기약 없이 헤어진다거나 하면 나도 모르게 나는 외톨이로 살다가 이대로 죽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다. (p.46)

 

늘 그렇다. 아무도 나의 애정에 대답해 주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저 몇 명의 친구를 갖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그럼에도 늘 나는 외톨이다. 다들 나를 기대하게 만들고, 그렇게 박절하게 떠나가 버린다. 나는 정말 운도 없다. (p.51)

 

이 땅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p.110)

 

가끔 하는 생각인데, 어쩌면 나는 머리가 좀 이상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늘 행복을 손에 넣으려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모든 걸 망쳐 버리고 만다. (p.163)

 

고독, 얼마나 아름답고 또 슬픈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하지만, 내 뜻과 상관없는 오랜 세월의 고독은 한없이 서글프다. 강한 사람은 고독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친구가 없으면 외롭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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