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마음 시인동네 시인선 205
이제야 지음 / 시인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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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시인선으로 만나본 이제야작가님의 시집이다. 시라는 것은 내게 어려운 도전이다. 모호한 글들이 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레몬 빛깔의 얇은 시집을 받아서 한참을 묵혔다. 가장 또렷할 때 읽자고 생각했다. 커피를 마시고 마음을 가다듬고 읽었다. 읽을수록 조금씩 이해가 갔다. 이별 이야기인가 그런데 이별을 이렇게 조용하게 햇빛이 창을 통해 서서히 들어오듯 표현하다니. <무늬의 색> 중에서 가장 희미해지고 싶던 날이 있다(p.34)’ 는 아련한 아픔이 느껴졌다. 색이 맞이 않다고, 헤매이는 모습이 상상이 되고 희미해져서 사라져 버리고 싶은 마음이 전해졌다. 그래 헤어짐이란 그런 것이지. 이별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준비한다고 다르지도 않음을 우리는 알지 않은가.

 

이별의 말들 사이에 녹아있는 다정함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이별 또한 사랑이 있어야 오는 것이니 결국 이 시집은 사랑이라는 말을 내게 남겨준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소리 내어 또다시 읽어본다. 사랑을.

 

우리의 색은 나와 맞지 않아, 네가 그랬다

햇빛에 바랜 나는 흑백으로 변해가고

복잡한 퍼즐 조각을 맞춰가던 아이처럼 나는 헤맸다

물로 그림을 그리는데 더 선명해지는 것들 사이에서

가장 희미해지고 싶던 날이 있다 (p.34. 무늬의 색 중에서)

 

위로의 방법에는 표정이 있다는데

어떤 계절에도 녹슬지 않는 다정함이었다

 

아침이 되면 더 뭉툭해진 슬픔이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도 가져올 수 없는 울음의 자리가 있었다

 

어떤 표정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슬픔에게

 

벽에 기댄 그림에 꽃을 말려둔다

 

말라가는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 위로일 수 없지만

곁이라는 자리에서 표정을 짓고 싶었던 날들

 

위로는 안아줄 수가 없어서 녹슬지 않는다는

모든 포옹을 빌려도 손이 모자란 흰 눈의 마음 같았다

 

빈 하늘에 액자들을 걸어두자 바래지도록

숨길 수 없는 슬픔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 정원이 될게

 

어떤 계절에도 늘 뭉툭한 외로움이 있었다 (p.53-위로의 자리)

 

자라나는 마음에는 그림자가 없어서 거두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질 때쯤

 

아무도 아무것도 누구도 누구에게 건넬 수 없는 그만큼의

내가 있었고

나만이 견디고 이겨내는 정도의 일종의 마음 같은 것 (p.78-일종의 마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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