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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픈 그대에게 - 초보 의사가 사회초년생들에게 전하는 수련 일기 ㅣ 어쩌다 보니, 시리즈 4
송월화 지음 / 북산 / 2022년 2월
평점 :

‘유치하고 불가능한 꿈인 줄 알지만
몸도, 마음도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저자는 내과전문의로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현직 의사이다. 의과대학생, 인턴, 전공의, 전임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진솔하게 글로 표현한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의사끼리 서로 부탁하는 과정에서 병원의 근간을 ‘사랑’이라 정의한다. 의사들은 차가운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참 따뜻하고 인간미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간 숙련의 기간을 겪으며 숙련되어 가는 과정의 힘듦과 노고를 고통스럽지만 참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저자의 단단한 마음가짐에 의사라는 직업의 소명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살피는 일이다. ‘내가 발견하게 된다면 예민하게 알아차리기를, 내가 알아차렸다면 섬세하게 진단하고 확실하게 치료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p.119)라고 저자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엄마의 임종을 병원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끝까지 살리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는 여러 의사들, 간호사들이 떠오르는 책이다. 아픈 환자의 짜증과 요구를 들어주고 병에 맞게 치료하고 세심하게 살피는 그들이 있어 참 고맙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아플 때 받는 도움은 기억으로 크게 남는다. 아픈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편지 같은 에세이 였다.
환자가 좀 더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으면, 환자가 덜 부작용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병원의 많은 의사들이 오늘도 서로 부탁하고, 부탁받는다. 아마 가족이 아닌 사람이 나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게 되는 일은, 병원이 아니고서는 거의 드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의 근간은 사랑이 맞는 것 같다. (p.58)
스스로 움츠러들고 자신이 없을 때, 전공의로서의 마지막 날을 떠올린다. 그날 느꼈던 후련함과 허무함,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던 리듬감을 기억한다. 숙련되어간다는 것은 참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또한 아름답기도 하다. (p.112)
좋은 의사는 많은 경험과 지식으로 최선의 판단을 하는 의사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 말고는 아무도 건널 수 없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고픈 사람이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또한 의사뿐이기에 시간을 되돌려도 나는 여전히 미숙한 의사일 것 같다. (p.171)
모든 의사가 바라는 것은 좋은 타이밍을 잘 알아차리는 의사가 되는 것일 것이다. 그것은 공부와 경험만으로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아주 늦지 않은 타이밍에 환자가 본인의 이상을 발견하기를, 발견이 어렵다면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내가 발견하게 된다면 예민하게 알아차리기를, 내가 알아차렸다면 섬세하게 진단하고 확실하게 치료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p.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