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스완

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영화와 소설이 동시 제작된 작품이다. ‘엄마가 되고 싶은 여자와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의 눈부신 동행’ 이라는 출판사 소개를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소녀가 첫 장면에 등장하는데 소녀가 하고 싶은 걸 다 못마땅해하는 엄마가 나온다.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그냥 사라져 버리길 바라는 소녀의 바램이 너무 슬프게 다가왔다.

나기사는 남성인데 여성성을 가지고 태어나 성전환수술을 하기 위해 뉴하프 쇼클럽인 ‘스위트피’에서 공연을 하고 접객을 한다. 그런 나기사에게 먼 친척의 아이 이치카가 맡겨지게 된다. 어릴적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아이를 대하는 게 내내 불편했던 나기사는 아이의 아픔을 알고 점점 이치카와 마음을 나누게 된다. 이치카는 엄마에게 학대당하고 갈 곳이 없어 나기사에게 맡겨지는데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깊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 단단히 입을 닫은 조개 같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발레를 하고 싶어 하는 소망이 있는 이치카. 굳게 닫은 마음을 열고 들어온 친구 ‘린’과도 헤어지게 되고 의지하는 나기사와도 이별하게 된다. 이치카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나기사의 모습에서 ‘모성’이 느껴진다.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둘의 모습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엄마’가 되었지만 도망치고 싶은 이치카의 엄마. 여자가 되면 불가능한 바램이지만 ‘엄마’가 되고 싶은 나기사. 누가 진짜 이치카의 엄마일까.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들로 눈물이 나는 <미드나잇 스완>이다. 가독성 좋고 따뜻한 인간의 연민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무것도 부탁한 적 없어.

도쿄에 오는 것도, 도쿄에서 사는 것도, 애당초 태어난 것도, 아무것도, 아무에게도 부탁한 적 없었다. 멋대로 뭔가를 강요하고, 멋대로 비난한 건 다 어른들이었다.

싫어, 싫어, 싫어. (p.70)

‘성동일성性同一性 장애인의 성별 취급 특례에 관한 법률’ 이라는 쓸데없이 긴 이름의 법률이 있다. 줄여서 성전환 장애자 특례법이라 부르는 법률인데, 말하자면 남자에서 여자가 되는 데 일본 정부가 내건 몇 가지 조건이다.

(중략)

“애초에 장애인이 아닌데 장애인이라니.”(p.106)

“나처럼 되면 안 돼!”

나기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이치카의 고독이 제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처음에 불쾌했던 이치카의 그 눈. 그것은 예전의 내 눈이 아니었던가.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고독한 아이의 눈.(p.138)

엄마...... 인가.

생각해 봐야 별수 없는,

영원히 될 수 없는,

그럼에도 바라게 되는.

역시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여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실은 줄곧 엄마가 되고 싶었다. (p.176)

생각해 봐야 소용없는 일뿐이지만, 딱 하나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은 이치카라는 사실.

이치카가 지닌 발레의 재능을 활짝 꽃피워 주고 싶었다. (p.183)

이치카는 어떻게 해서든 ‘백조’를 추고 싶었다.

나기사에게 받은 깃털 장식을 쓰고 무대에 서고 싶었다.

이전에는 무無가 되고 싶어 추었던 발레도 지금은 남을 위해 추고 싶어 졌다.

나기사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

보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언젠가 수많은 관객 앞에서 춤을 추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스스로도 가슴 속에서부터 불꽃이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발레와 만나기 전에는 제안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불꽃이. (p.211)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도와줘.

이치카는 누군가를 찾듯 대회장을 눈으로 훑었다.

“엄마......”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p.242)

이제는 됐어. 어차피 꿈은 이루어지지 않아.

여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여자가 되어 엄마가 되고 싶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치카의 엄마가 되고 싶었다. (p.266)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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