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해몽사전 걷는사람 소설집 10
박정윤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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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해몽사전

박정윤

걷는사람

 

<프린세스 바리>로 제2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박가 박정윤의 신간 소설인 <꿈해몽 사전>을 만났다. 제목만으로 꿈해몽하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무속의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과 그들의 주변인의 이야기이다.

무당 집단에 속해 있으나 세습무로서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소리가 화자이다. 할머니 무당, 집을 떠난 엄마. 그리고 소리.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와 사는 소리는 무당들의 세계에서 한 발 떨어진 관찰자다. 그들을 사랑하지만 신을 믿지 않고 꿈도 본인의 의지대로 꾼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의 꿈도 사서 해몽하는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무당 집안이라고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무당들이 사는 골목에서도 세습무가 아닌 소리는 또한 이방인이다. 1세대 무당인 할머니, 2세대 무당 참순이 무당, 오뚝이 무당, 3세대인 여진, 예원의 산신제와 단오제 등 다양한 굿을 참여하기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한다. 3대 무당들은 세습을 하지 않기 위해 도망을 가기도 하고, 약을 먹기도 하는데 그들이 모신 신은 신이 아니고 사람들에게 천대 받는데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나 또한 무속이라는 개념은 알면서도 사실 거의 모른다. [무속 : 무당과 관련된 풍속 / 무당: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주로 여자를 이른다. 한자를 빌려 巫堂으로 적기도 한다.] 이 책에는 그네들이 가꾸는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등장하는데 그것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꽃을 사랑하고 나무를 소중히 여기며 길흉을 점치고 행동을 조심히 하는 그네들은 바로 무당이었다.

 

책 전반에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강릉 단오제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유네스코 세계 무형 유산으로 2005년에 지정되었고 천년의 전통을 가진 축제라고 하는데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다.

 

할머니는 꿈을 신이 넣어 준다고 믿었다. 삼신할머니가 넣어 주면 태몽, 조상신이 경사와 위험을 경고하는 꿈을 넣어 주고, 산신이나 용왕신이 미래를 예견하라고 예지몽을 넣어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할머니와 꿈에 대해 다르게 생각했다. 꿈은 신이 넣어 주는 게 아닌 본인의 정신, , 무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같은 꿈이라도 개인적 환경에 영향을 받고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 (p.64)

 

숲속의 무수히 많은 나무 중 하나였던 단풍나무는 그 순간, 우주와 인간을 연결해 주는 신목이 되었다. 나는 나무 하나를 신격화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우울했다. 맹목적으로 나무에 매달리는 그들은 마치 집단으로 원시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는 무속을 무당들은 뼛속 깊이까지 믿고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 슬펐다. (p.144)

 

할머니와 율, 여진 언니, 참순이 무당, 오뚝이 무당. 종교로 인정받지 못하는, 신이 아닌 신을 섬기는 자들로 사회에서 업신여겨졌고 천시와 멸시를 받았다. 나는 처음으로 무당들이 섬기는 신이라는 존재를 강력하게 원망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무업 전승 체계와 혈통이 지긋지긋해졌다. 그 아픔을 다 안고서도 굿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 속상했다. (pp.172~173)

 

무당들은 무사히 신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흘렸다. 제 삶을 돌이켜 생각해 눈물을 흘렸다. 무당은 평상시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자주 크게 웃었지만, 울음도 크고 깊게 울었다. (p.27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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