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응 거부선언 -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 파도문고
이하루 지음 / 온다프레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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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부랑자이자 히치하이커인 저자 이하루가 세계를 방랑하며 동물해방을 위한 퀴어활동가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 저자의 고민 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동물해방에 관해서는 예전에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를 읽었었는데 이 책은 세계의 여러 동물 해방운동들에 대해서 그들이 연대하고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러 투쟁에 연대하며 언제든 떠날 기회를 노리며 대충 열심히삶을 살아가는 이하루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밖에서 오래 지낼수록 숲은, 동물들은, 이 우주는 굳이 나를 해칠 의도가 없음이 분명해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처음이 두려웠지 해보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럴수록 삶은 더욱 재미있어 졌고, 점점 더 쉽게 느껴졌다.(p.23)

 

저자는 호주 멜버른에서 덤스터 다이빙 dumpster diving, 쓰레기통 뒤지기를 해서 식사르 해결하고, 영국에 입국심사에 걸려 감금되어 있었으며, 워커 웨이를 통해 숙식을 해결하여 여행을 계속 이어 나간다. 난민 가족을 만나면서 저자는 자유롭게 여행하고 배움을 익히는 과정이 자신이 가진 특권임을 알게 된다. 카나리아 제도의 레인보우 개더링에서는 지속적인 성추행 사건이 있었는데, 중도를 지키려는 선량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권력을 쥐고 있는 가해자 편에 힘을 보태고 있음에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또한, 저자는 육식이 기본값인 사회에서 개인을 탓하기보다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계속해서 요구해야 함을 주장한다. 이런 여러 활동을 하면서 영상으로 남긴 자료들로 저자는 다큐를 만들고 여러 사람에게 알린다. 학살의 시대가 끝나는 날 진정한 자유로워짐을 향해 자신의 길을 오롯이 가고 있는 책임 있는 활동가인 저자의 이야기를 나는 매우 부끄럽게 읽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을 통해 동물해방운동에 대해 조금 이나마 알게 되었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부여된 자유가 아니라 진정한 자유를 위해.

 

미국의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뜨거운 여름날 유리창을 깨고 차 안에 방치된 개를 구하는 것은 합법일 뿐 아니라 시민의 의무로 여겨진다. 반면 농장이라 불리는 비육시설에 갇힌 채 태어나 그 안에서 병들었거나 몸집이 유독 작은 아기돼지(그들이 사료를 축내지 않도록 땅바닥에 머리를 내려쳐 도태시키는 것은 축산 노동자의 업무다)를 구조하는 것은 축산업계의 로비로 인해 무려 테러리즘으로 규정되어 있다. (p.162)

 

나에게도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을,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내가 살던 작은 세상과 좁은 시야 속에서, 나는 언제나 고난과 열등감에 시달리던 약자이자 피해자였다. 그러나 길 위에서, 가자 지구와 난민 캠프, 국경을 비롯한 부당한 시설과 그 경계를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축사나 도살장에서 남들을 대신해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현대사회에서 가축으로 지정된 소, 돼지, 닭이 아닌 인간으로 이 세상에 왔으며, 일하지 않기를, 집 없이 살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평생 외면하며 살수도 있었던, 진실을 마주할 여러 번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나는 내게 주어진 수많은 특권을 알아차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살아가기로 했다. (pp.208~209)

 

누군가 왜 그런 짓-축사와 도살장에 몰래 들어가는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학살의 현장과 좀 더 가까운, 좀 더 직접적인 증인이 되고자 한다고 답할 것이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 작가 프레모 레비의 말처럼 진정한 증인은 이미 다 죽었지만, 우리는 현장에 직접 존재했던 목격자가 되어, 더 나아가서는 학살을 목격함으로써 정신적 외상을 입은 당사자가 되어, 새로운 시선-진실-을 이 사회에 전하고 요구할 것이었다. (pp.25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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