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토카레프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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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토카레프/브래디 미카코/다다서재

 

어른은 그런 눈으로 아이를 봐서는 안 된다. 아이가 나는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런 눈빛으로 쏘아본들, 이미 태어나버렸는데. 누군가 내가 없기를 바란들, 이미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데.

그 후, 나는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누구도 내가 없기를 바라지 않는 세계. 그 자리에 내가 있어도 되는 세계. (p.35)

 

나는 항상 누군가가 어딘가로 떠나가는 모습을 봐왔다. 아버지에게 가는 동생과 붉은 리본을 흔들며 학교에 가는 소녀들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았다.

나는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무릎을 안고 엉엉 울었다.

어째서 나는 항상 남겨지는 걸까. (p.48)

 

쌩쌩 부는 바람에 어깨를 떨면서 나는 별이 전혀 보이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 몸이 전부 어두운 밤으로 빨려들 듯했다. 나는 내 어머니를 선택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데려오는 남자들 역시 나는 선택하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더 이상 슬프지는 않았다. 그저 나는 분했다. 내가 아이라는 사실이, 나는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분했다. (p.61)

 

어머니는 아이와 헤어질 때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정말로 정이 있다면,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겐도, 하루코도, 버리지 않고 자신이 길렀을 것이다. 아이들을 포기했으면서, 훌쩍거리고 운다고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p.105)

 

혼자 아이를 키우는 두 엄마, 현재 미아의 엄마는 자신의 몸도 잘 돌보지 못하는데 아이 둘을 데리고 있고 과거의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돌볼 생각을 하지 않고 버린다. 두 엄마는 어떻게 다를까. 어느 쪽에 공감하는지 토론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아이에게 책임이라는 개념을 가르칠 생각이라면, 아이의 행동을 어른이 정하고, 아이에게 그대로 따르겠다고 맹세를 받아서는 안 된다. 아이가 하는 행동의 책임은 아이 자신에게 있다. 그것을 앗아버리면 아이는 자신이 하는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자신이 누구로서 살아가는 것인지 모르게 된다. (p.155)

 

“...많은 것들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에 그랬겠지. 나는 젊은 사람들이 좀더 해방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으면 그 세계가 실현될 수 있거든. 모든 책이 그런 건 아닌 데, 몇몇 책은 그런 일에 도움이 돼. 후미코의 책은 그중 한 권이고.”(p.159)

 

 나는 죽을 수 없다. 아직 모르는 수많은 것을 알 때까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 만날 때까지, 살아내야만 한다. 지금 이 드넓은 하늘 아래에는 나처럼 울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 학대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나는 그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 이곳이 아닌 세계는 지금 여기에 있고, 여기부터 펼쳐진다고. 다른 세계는 존재한다. (p.249)

 

이곳이 아닌 세계로 가고 싶었는데, 세계는 아직 여기서 계속되고 있어. 하지만 이곳은 예전과 달라졌어. 아마 세계는 이곳에서부터, 우리가 있는 이 자리부터 변해서 이곳이 아닌 세계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p.260)

 

 

<아이들의 계급투쟁>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읽고 팬이 된 작가의 새 책이 나왔다. 현실이 너무나도 버거운 두 소녀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이어진다. 책을 통해서.

 

빈곤한 현실, 방치 속에서 학대받은 아이들이 꿈을 꾼다. 다른 세계가 있을거라고. 상처받은 아이의 내면 세계가 담담한 글로 표현된다. 나 또한 경험해 본 아픔이었기에 더 와 닿았다. 그때의 나를 토닥여주듯이. 꼭 닫아 놓은 벽장 문을 열 듯이 자꾸 열다 보면 언젠가는 편하게 마주하는 날이 올 거라 다독여 준다.

 

책 속 아이들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제발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다.

 

또한 우리 사회의 돌봄의 부재, 영 케어러, 사회의 계급 등 생각해 볼 묵직한 주제들을 던져주는 책이다.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세상을 꿈꿔야 하는 아이들, 혹은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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