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슈퍼 이야기 걷는사람 에세이 21
황종권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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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슈퍼 이야기

황종권 에세이

걷는사람

 

예고에서 시를 가르치는 시인의 어릴 적 살던 동네의 방울슈퍼. 어머니의 가게이기도 해서 슈퍼집 아들의 기쁨과 슬픔을 엿볼 수 있다. 그 시절 슈퍼에서 팔았던 추억의 과자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내 어릴 적 기억도 함께 소환된다.

 

미니쉘, 없는 마음도 고백하고 싶은

저자가 짝사랑했던 아이에게 고백하려고 미니쉘과 꽃과 시를 선물했던 이야기. 그런데 훔쳐서 고백했다는 것은 안비밀!!! 슈퍼집에서 제일 많이 도둑맞는 게 초콜릿이었던 것도 놀라운 점.

나는 어릴 때 미니쉘은 좀 비싸서 사 먹지 못했던 초콜릿이다. 주로 먹었던 과자는 새우깡, 감짜깡, 쭈쭈바, 깐돌이 등이다. 소심했던 나는 주로 00깡을 사 먹은 걸 보니 나는 어려서부터 깡이 많이 필요했나 보다. 100원이면 기쁘게 슈퍼로 달려갔던 그 시절이 소환되어 웃음이 지어진다. 한때 내 별명은 ‘100원만이었다!

 

왜 수프가 배고픈가

본디 수프란 부드럽게 속을 다스리거나, 입맛을 돋우는 식전 음식이지 않았나. 그러나 할머니 수프는 메인 메뉴였다. 오직 어린 것을 배불리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상 한복판에 차지하고 있었다. 수프와 섞인 흰밥의 맛은 어땠을까. 꼭 한번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식 리소토같은, 어릴 때긴 했지만 나는 정말로 잘 먹었다. (p81)

 

손자를 위해 따뜻한 오뚜기수프에 흰밥을 말아서 상에 내어 오시는 할머니가 연상되어 따뜻함이 느껴졌다. 한 번도 안 먹어 본 조합이라 궁금증도 일어나고. 오늘 당장 오뚜기수프 사러 갑니다요!!!

 

또한 저자는 일 평생 가장 기억에 남는 라면도 소개하는데 비가 장대같이 오던 날 동네 할머니께서 끓여주신 김치국수 계란 3개 라면이란다. 배고픈 자의 주린 배를 고려해서 국수와 김치에 계란까지 3개 넣어 인심 좋은 라면을 대접받았고, 그 음식의 따뜻함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이후 저자는 라면 먹자는 말은 살아 보자는 말로 들린다고 한다. 상대를 배려한 따뜻한 음식은 사람을 치유하는 걸까.

 

나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친구에게 추어탕을 한 그릇 포장해서 선물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그 추어탕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친정 식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배려였다고. 음식을 선물할 때 나는 그 친구가 평소에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고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추어탕을 선택했다. 아픈 친구를 걱정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뭐였지 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나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따뜻함을 나눈다. 지금까지도.

 

과자 하나에 울고 웃던 8090 추억 소환장이라는 부제에 맞게 그때 그 과자들과 추억들, 친구들이 떠오르는 에세이라서 여름날 시원한 선풍기 앞에서 새우깡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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