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블로그를 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4월 1일, 다시 회사원이 된 이후부터 쭉. 가꾸지 않고 만져 주지 않는 공간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면서 손을 쓰지 못한 채 매일 눈도장만 찍었습니다.
빵은 만들었습니다. 쿠키도 만들고, 케이크도 구웠습니다. 야채빵, 비엔나버터롤, 사과케이크, 녹차케이크, 치즈수플레, 초코칩머핀, 모카머핀… 되도록 전에 만들지 않았던 것들을 해 보려고 애썼습니다. 블로그에 일일이 올리진 못했지만, 아끼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평을 주고받으며, 제과․제빵에 조금씩 눈떠 가는 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잘 지냅니다. 건강하고, 회사도 잘 다니고,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도 놓치지 않습니다. 야근이 생각보다 잦지만 예전만큼 버거워 하진 않습니다. 적응을 잘 했거나 일에 능숙해져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를 주님의 일꾼으로 써 주세요”라고 매일 기도하는데, 아마 그 기도 때문인가 봅니다. 회사의 일원도, 사장님의 직원도, 팀장님의 부하도 아닌 오직 주님의 일꾼으로서 나름 의연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하는 베이킹은 아기자기한 재미와 기쁨을 줍니다. 김영모 아저씨의 책을 따라 만들면, 최소한 맛에서 실패하는 일은 없습니다. 전문가의 손길을 보여주는 이웃 블로거들의 블로그에도 좋은 레시피가 많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본보기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예쁜 쿠키틀과 포장지도 갖춰 놨습니다. 위시리스트 맨 위에 있었던 핸드믹서도 선물 받았고, 뚜껑 덮어 쿠키와 케이크를 보관하는 상자도 갖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손수 만든 것들을 누구보다 맛있게 먹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빵이든 쿠키든 케이크든, 처음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감동을 마지막 한입에까지 이어 가는 사람. 만들어 준 것이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단언하는 사람. 미약한 재주와 정성을 힘껏 지지해 주는 사람. 하나 더, 내가 선물한 것들을 애써 사진으로 남겨 주는 사람. 알고 있겠지요? 많이 고맙습니다.
업데이트를 곧잘 하던 때 조금씩 가까워졌던 이웃님들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잘 지냅니다. 이전의 나와 크게 달라진 건 없으나, 그렇다고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한편 단단해져서, 한편으로는 보드라워져서, 연약하지도 않고 굳세지도 않은, 결이 살아 있는 나무숟갈로서 범사에 감사하며 고만고만 살아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