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실기시험에 나오는 요리들은 하나같이 푸짐하다. 또 먹음직스럽다. 튀김요리가 많기 때문이다.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한식이나 소스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양식에 비해 먹을거리가 넉넉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맛난 것을 꼽으라면 단연 ‘깐풍기’다. 닭고기를 두 번 튀겨 간장소스에 버무려 내는 이 요리는 ‘양념치킨 담백한 맛’ 그대로다. 녹말이 들어가지 않아 중식소스 특유의 걸쭉함이 없어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두 번째 도전이라 꼭 합격하고 싶은데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다. 깐풍기와 탕수육만 해 보고 나머지 열아홉 가지는 조리법을 확인하는 걸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탕수조기나 짜춘권은 안 나오길 바라면서.

다섯 번째로 만드는 깐풍기였다. 학원에서 두 번, 집에서 두 번 해 보았으니. 할 때마다 반응은 좋았지만 너무 짠 적도 있었고 튀김옷이 물러진 적도 있었다. 이 녀석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국물 없이 바삭하게 완성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 점에 각별히 주의하기로 했다.
다음은 학원에서 선생님 옆에 찰싹 붙어 기록했던 조리법을 다시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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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풍기(30분)
1. 채소를 씻는다. 청피망과 홍고추는 사방 0.5cm 정도로, 대파, 마늘, 생강은 굵게 다진다.
2. 닭을 흐르는 물에 씻는다. 껍질은 그대로 두고 기름기만 제거한다.
3. 닭 튀길 기름을 올린다.
4. 닭뼈를 발라낸다. (닭다리 기준) 몸 안쪽을 보면서 칼날을 세워 뼈 바로 옆에 집어넣는다. 칼날이 안 들어갈 때까지 뼈를 따라 긁어 내려간다. 뼈 다른 쪽 옆에도 마찬가지로 칼금을 넣는다. 관절은 끊는다. 굵은 뼈 밑에 가느다란 뼈가 있는데, 이 뼈 아래에도 칼날을 넣어서 바깥쪽으로 민다. 뼈와 살 사이를 긁어 나가는 느낌으로.
5. 손질한 닭을 사방 3.5cm 크기로 썬다.
6. 썬 고기를 간장 한두 방울, 청주 약간, 소금 약간으로 밑간 한다.
7. 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식초 1큰술, 청주 1작은술, 물 2큰술로 소스를 만든다.
8. 고기에 튀김옷을 입힌다. 달걀흰자 1큰술, 녹말가루 3~4큰술, 물 1~2큰술을 넣어 조물조물 섞는다.
9. 기름에 튀김옷 반죽을 넣었을 때 3초 후 떠오르는 온도에서 고기를 튀긴다. 한 번 튀겨 익힌 뒤 노릇한 갈색이 날 때까지 한 번 더 튀겨 준다.
10. 팬에 기름을 두르고 ‘홍고추→대파, 마늘, 생강→소스→튀긴 고기→청피망’ 순으로 볶는다. 이때 고기는 소스가 반쯤 졸여진 상태에 넣어 강정을 버무리는 느낌으로 볶아야 한다. 피망을 빨리 넣으면 푸른색이 죽으므로 유의한다. 참기름을 둘러 마무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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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풍기는 무리 없이 완성되었다. 어머니가 사 오신 닭이 토종닭이라 살이 적었지만 열량과 영양은 가득했을 것이다. 또 튀김옷에 녹말가루가 부족했는지 삐죽삐죽한 모양이 안 나왔지만 맛은 퍽 좋았다. 깨물 때 바삭함이 살아 있었고 짭짤함과 달달함이 알맞게 어울렸다. 동생이 지금껏 만든 깐풍기 중 최고라 했을 정도다. 대파를 다지다 왼쪽 넷째 손가락을 베여 여태 밴드를 감고 있어야 하는 점은 안타깝다. 시험 전까진 아물어야 할 텐데.
베인 자리가 애매해 타자를 치기가 불편하다. 그래도 더 맛난 깐풍기를 만들게 됐으니 웃어 본다. 칼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요리를 할 수 없다. 하나 칼이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은 요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숟갈, 아직도 칼을 쥐면 겁이 나지만 꿋꿋이 닭뼈를 발라낼 수 있잖아. 내일 시장에 가서 칼을 갈아 오자. 그리고 시험에 깐풍기가 나오길 기도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