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븐스프링과 오븐라이징이 뭔지, 아밀라제가 알파 아밀라제와 베타 아밀라제로 나뉘는 기준이 뭔지, 아밀로 그래프와 패리노 그래프가 각각 무엇을 나타내는지 몰라도 빵을 구울 수 있다. 경질맥의 회분 함량이 0.4~0.5%이며, 전란의 수분이 75%임을 몰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따고자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필기시험 합격을 위해 제빵, 제과, 재료과학, 영양학, 식품위생학, 생산관리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고 기출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 수업 때 피자와 하드롤을 만듦으로써 제빵 실기에 속한 스물네 가지 품목을 다 배웠다. 그리고 나는 우리 조에서 가장 늦게 필기시험을 봤다. 결과는 합격. 싱겁다고? 그렇다. 아침 11시에 시험을 보니 낮 2시에 결과가 나왔다.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합격’에 의의를 두는 시험이기에 웃었다. 문제는 실기시험이다. 손아귀 힘이 현저히 달리는 숟갈, 밀가루와 밀대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올해 목표 가운데 하나가 ‘양식․중식․일식․제과․제빵 자격증 따기’다. 버거울는지? 새로운 일감이 들어오거나 다른 중요한 일이 생기면 어려워질 법하다. 그러나 요리에 매진한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남은 수업 때 열심히 복습하고 집에서도 연습을 해서 4월 초에 볼 제빵실기시험에 꼭 합격하고 싶다. 그런 뒤 일식 수업, 제과 수업을 나란히 듣게 되길 바란다. 덧붙여 아동요리지도 수업, 떡․한과 수업, 전통요리 수업까지 기웃거리고 있다. 아, 욕심쟁이!
제빵필기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어쭙잖은 조언을 드릴까 한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볼 때처럼 문제와 답만 달달 외울 게 아니라 이론을 찬찬히 훑어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특히 제빵, 제과, 재료과학 중심으로 공부한다면 기출문제를 풀 때 한결 수월할 뿐만 아니라 실기를 할 때도 도움이 될 터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마치 숟갈은 샅샅이 공부한 듯하지만, 정작 이론이라곤 재료과학 중에서도 ‘밀가루’편만 훑고 시험을 봤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날씨가 참 좋았다. 볕에서, 바람에서, 사람들 걸음걸음에서 봄이 느껴졌다. 이제 내복을 두 벌씩 껴입지 않아도 된다. 양말은 한 켤레만 신어도 넉넉하다. 목도리와 장갑은 민망하니 그만. 봄이 가까이 온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시험에 합격하니 더 좋았다. 내게 주는 상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줄리&줄리아’를 보았다. 좋아서 눈물이 났다. 지금은 Heather Headley의 ‘If it Wasn't for Your Love’를 들으며 이 글을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 숟갈은 참 행복한 요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