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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ㅣ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나라의 본격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으로 여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한 편을 만났다. 소개글 속에 이슬람 사원, 교회, 사회학자, 다문화교류연구원 등이 등장하는 걸 보고 단순하게 종교적 갈등으로 인한 사건인가 생각하며 읽었더랬다. 그런데.. 종교적 갈등과는 다른, 더 복잡하고 모순적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담고 있었다. 많은 청년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돈을 벌러 가거나 공부를 하러 간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아야 할 만큼 가난한 나라였다. 그 시절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외화를 벌러 나가고 공부를 하러 떠났다. 그들이 외국에서 받았을 차별과 부당함, 그리고 온갖 노동에 시달리며 힘들게 버터야 했음을 우리 모두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나은 인생을 살고자 노력하던, 앞길이 창창했던 '그녀'의 비극적인 삶이 어쩐지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첫 사건의 시작은 이슬람 사원 골목길에서 벌어졌다.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들이 모두 이슬람 사원과 관련되어 있었기에 원인으로 종교적 갈등이 지목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언론에서는 경찰의 무능함을 꼬집으며 종교적 갈등과 혐오를 조장해 시끄럽게 만들었지만, 담당 형사 오지영은 많은 눈이 쏠려있는 상황에서도 묵묵하게 수사를 해나갔다. 도무지 사건들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던 때에 여성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수사의 방향이 잡혀갔다. 마침내 사건들의 중심에 '그녀'가 있음을 파악해 낸 수사팀은 드러난 진실의 참혹함에 말을 잃는다.
"그녀가 바란 것은 구원이 아니라 단 3학점이었다."라는 말이 왜 줄거리와 함께 소개되어 있는 걸까 의문이었다. 도무니 줄거리와 연결이 되지 않았던 탓이다. 학점과 학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 종교적 갈등 등을 어떻게 연결 시킬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나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가 3학점을 얻을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녀의 인생은 비극에서 희극으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닐거라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결말을 맺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희극으로 바뀌기엔 그녀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이미 주변을 감싸고 있었으니 많은 것을 바꾸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답답하고 화가났다.
추리 스릴러, 특히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은 외국 소설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작가 분들의 활약으로 점점 더 많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소설이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 그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작가가 오랜 기자 생활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작가의 말을 보면 오지영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니 말이다.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로 돌아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