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 - 검은 핏방울
조강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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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21일 '동원탄좌 사북지역' 광부들이 노동항쟁을 일으킨 것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만났다. '사북사건'은 열악한 환경과 부당한 임금 책정 등의 여러 불만으로 시작된 광부들의 목숨건 싸움으로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낸 역사적 사건이다. 가까스로 합의가 진행된 이후에도 지켜지지 않은 약속과 가혹한 고문, 블랙리스트 등 끝까지 광부와 그의 가족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이 광부사건에 토속신앙을 접목시켜 당시 광부들이 겪었을 심리적인 압박감과 부담감, 공포감, 좌절감 을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역사적 사건 중 많은 억울한 희생을 만들어냈음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 이런 사건들이 하나씩 진실규명이 되어 부당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작은 신문사 기자인 박창. 사북 광부들의 과격한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취재해보라는 편집장의 오더가 떨어졌다. 이에 박창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후배 종석이를 데리고 상경 후 한번도 간적없는 고향 사북으로 향하게 된다. 언제나 기침을 해대며 탄광에서 나오는 광부들, 탄광에서 나오면 술을 퍼마시던 아버지, 창을 낳은 후 얼마 안되어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 그의 기억 속 사북은 그리 좋은 곳이 아니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향이었지만, 지금의 기자 자리라도 지키려면 사북의 상황을 취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창은 알고 있었다. 그가 사북의 진실을 알리고자 글을 써도 신문에는 실리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어울리는 자극적인 사진과 글을 원할 뿐이란 것을 말이다. 신문사도 결국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이익집단이었으니까.

여러 이유 때문에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창이었지만,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사북여고의 여고생 최지웅으로부터 기이한 이야기를 듣게된 후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사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업으로 인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고, 광부들에 의해 경찰들이 쫓겨나 무법지대가 되어있는 상태라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던 거였다. 무엇보다 지금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없기도 했다. 때문에 지웅은 창에게 친구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세상에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창은 거절하고 싶었으나 어른들의 일에 휘말린 아이들이 신경쓰여 결국 아이들의 일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게된 말도 안되는 상황. 믿고 싶지 않아도, 부정하고 싶어도 그의 눈으로 확인한 사실로 인해 창은 아이들의 일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과 광부들의 파업, 대체 어떻게 연결지어야 하는 걸까?

이야기는 속시원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이들, 양호선생, 무당, 후배. 모두 묻힌 진실 속에 같이 묻혀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암시 아닌 암시를 줄 뿐이다. 현실을 빗대어 놓은 듯한 결말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진실이 규명되어야 하는, 많은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이런 일들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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