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비밀 수첩 쉿! 사계절 중학년문고 40
강정연 지음, 보람 그림 / 사계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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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렸을 때 비밀수첩(=일기장)이 있었다. 일반 노트였는데 자꾸 훔쳐보는 가족 때문에 자물쇠가 달린 수첩으로 바꾸었더니 이번에는 열쇠 두는 곳을 들켜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그뒤로 한참 만들지 않다가 다이어리를 쓰면서 다시 비밀수첩을 만들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타인에게 내용이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고, 그 즉시 수첩을 없애버린 뒤 다시는 만들지 않았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지만 남의 비밀수첩에는 왜들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좋지 않게, 타인에 의해 강제로 일기쓰기를 그만두게된 일은 지금도 상처로 기억된다. 제로의 솔직한 비밀수첩을 읽다보니 저절로 그때의 기억이 생각났다. 만약, 좋지 않은 일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꾸준하게 쓰고 있을까? 잠깐 생각해 봤지만, 내 대답은 아니오다. 지금에 와서는 애초에 처음부터 한바탕 쏟아내고 바로 없애버리는게 차라리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제로의 비밀수첩도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시작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털어놓기 무섭게 다양한 이유로 반대를 하는 부모님에 대한 불만도 한몫을 한 것 같긴 하지만. 암튼, 비밀수첩 '쉿(이름도 지어줌)'은 제로의 비밀친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양한 일들이 쉿에 채워졌고, 제로는 위안을 얻었다. 귀여운 실수부터 투정, 기쁨과 속상함까지 다양한 제로의 일상들을 보면서 내 아이들의 곧 다가올 미래가 조금 걱정되고 무섭기도 했다. 분명 나도 제로의 부모처럼 잔소리 폭격을 하기 일쑤일 테니 말이다. 잔소리 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아이들과 실랑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할까?! 있다면 정말 꼭 좀 알고 싶다.

일기를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장점이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고, 털어놓기 싫은 진짜 마음과 고민을 속에 꾹꾹 눌러담고만 있으면 언젠가 한꺼번에 터지고 만다. 하지만, 일기로나마 한바탕 쏟아내고나면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풀리고 어느새 마음도 진정이 된다. 또 쓰면서 한번 더 생각이 정리되고,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서 때로는 반성도 하고, 자기 객관화로 나 자체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 감정을 다듬을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수단이기도 하며 조리 있는 글쓰기와 언어 습득 능력의 향상, 감정조절, 생각하는 힘 등으로 권장되는 글쓰기이기도 하다. 제로처럼 많은 아이들이 글쓰기의 장점을 쏙쏙 흡수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생각과 고민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보는 현명한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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