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합시다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에게 악의적으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은 후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단, 누군가 대신 복수를 해주는게 아니라 내가 직접 해야만 한다. 어떤 방법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일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들만큼 내가 피해를 입었다면 나 역시 복수를 선택할 것 같다. 왜냐하면 세상은 생각보다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더 잘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가해자에게 돈과 권력이 있다면 더더욱 죗값을 제대로 치루지 않고 뻔뻔하게 살아간다. 오죽하면 이와 관련된 영화나 소설도 많이 있지 않은가. 처벌 수위가 약한 법,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경찰에 의존하지 않고 당한만큼 혹은 그 이상의 복수를 직접 실행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속이 시원하면서도 씁쓸했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들만큼 약한 법이 원망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처벌이 가능한 법으로 고치려는 시도가 없어서 말이다.


<우리를 억압하는 대상은 시어머니, 시아버지, 장모님, 장인어른, 남편, 부모, 연인, 직장상사, 학교 동창 등 모두 우리 곁에 있는 존재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복수의 대상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 있으며, 의외로 복수는 마음만 먹으면 시도해볼 수 있는 만만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 작가의 말 中>


그런데 알고보면 우리는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수 있다. 내가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게 나에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겨우'라고 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상처의 크기는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일에도 '겨우'라는 단어가 붙으면 안된다. '겨우' 작은 일들이 쌓이다보면 결국 큰 일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니까 분노의 대상이자 복수의 대상이 내 주변의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생각해보면 뉴스를 통한 다툼의 사이들이 대부분 아는 사람이었다. 최근 몇년 사이에 '묻지마 범죄'가 벌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는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비할바는 아니다. 나도 언제 다툼의 원인 혹은 결과가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참고 살기 때문에 매번 일이 크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잠재적인 분노가 넘치는 우리 사회는 이미 붕괴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인류의 멸망에 가까워졌을 수도..!!


용서라는 것은 상대가 충분한 벌을 받고 난 후에 해주는 것이다. 그 전에 해주는 용서란 어설픈 동정일 뿐이다.  - P. 165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병진은 그저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직장인이었을 뿐이었다. 사장이 갑질이 심하고,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일도 서슴치 않는다는 점이 다른 회사와 조금 다를 수는 있었지만. 어느날 우연히 고등학교 때 그를 왕따로 만들었던 '놈'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지게 된다. 성인이 되어 마주친 '놈'에게 어떻게든 복수를 하고 싶었던 병진은 소심하게 복수를 하다가 되려 또 당하고 만다.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자 얼마전 초대 받았던 '복수를 같이 생각하는 모임'을 떠올리고 참여하게 된다. 모임의 참여자는 방장과 병진을 포함해 모두 4명.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각자의 사연을 알리고 다른 사람들은 복수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식이다. 단, 모임방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직접 복수를 실행하고 복수의 증거를 공개하면 천만원이라는 상금까지 주어지게 된다. 다른 두 사람이 복수에 성공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병진의 차례. 병진 역시 복수에 성공했고, 이제 마지막 방장의 복수만 남았다. 그런데 그에게 만남을 제안하는 방장. 도대체 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는 걸까?! 그 이유는 그녀를 만나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녀의 복수. 이를 악물고 실행했을 그 복수에 마음의 박수를 쳐주었다. 그렇다고 한들 그녀의 응어리가 모두 풀리지는 않았겠지만, 최소한의 복수는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녀의 불행했을 삶이 안타까웠고, 한편으로는 슬펐다. 실제로 그녀와 같은 피해자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모두 힘내기를.. 가해자들 모두 죄의 댓가를 제대로 받았기를, 그리고 그 죄가 평생의 짐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