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섬 나오시마 - 아트 프로젝트 예술의 재탄생
후쿠타케 소이치로.안도 다다오 외 지음, 박누리 옮김, 정준모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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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젊은이들은 도쿄를 갈망한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도쿄는 꿈의 도시라고 한다. 우리네의 서울사랑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도시는 결국 도시고 삶의 현장일 뿐이다. 젊음과 도시는 서로 꽤 잘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며 결국 본성으로 돌아간다. 자연을 찾게 되고 자연스러움을 눈에 담고 싶어진다.

이 책에는 나오시마, 테시마, 이누지마라는 세토내해의 세 섬이 소개된다. 세토내해는 유난히 아름다운 바다로 명성이 높다. 이 곳에서 아트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한 사람들이 그 과정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기본이 되는 사상은 작품이 주인공이 아니고 주인공은 인간, 그리고 자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누시마는 1900년 초에 10년 정도밖에 가동하지 않았던 구리 제련소가 폐허가 된 채로 방치되어 있었고 그 부지의 일부를 산업 폐기물 매립장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인간이 만든 문명과 발전, 겉모습 번듯한 도시 뒤에는 산업 폐기물로 뒤덮혀야 하는 운명의 다른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교섭에만 4년가량 걸려서 이누시마의 폐허가 된 제련소가 서 있는 1만 평의 부지를 취득했다고 한다. 사실 이런 능력도 자본이 있어야 가능하다. 실제로 나오시마와 세토내해 섬들의 이 예술 프로젝트는 후쿠타케 소이치로 베네세 홀딩스 이사장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재력 없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 엄청나게 성공했다. 국내에서 나오시마에 대한 다수의 책이 출간되어 있다. 후쿠타케 소이치로 이사장은 나오시마에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것도 기쁘지만 실은 현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활기를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이를 현대미술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프로젝트의 당초 목적이던 인간을 향한다를 이루어낸 것이다. 한국의 유명 작가 이우환미술관이 있는 것도 반갑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은 미술관과 호텔의 결합으로 유명하고 지추미술관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고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나오시마의 야외작품인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최고 인기다. 사람들은 나오시마 하면 빨간 호박, 노란 호박을 떠올린다. 호박 하나 뒀을 뿐인데 주변 풍경이 확 달라진다. 이런 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

 이에 프로젝트는 대부분 사용하지 않은 가옥을 개조해 현대미술 작품으로 만들었지만 미나미테라의 경우는 안다 다다오가 설계를 맡은 신축이다. 안도의 작품으로는 귀한 목조 건축이라고 한다.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구마 겐고가 목조로 유명하지만  최근 읽은 신문기사를 보니 구마 겐고도 콘크리트 작품이 있다고 한다. 이런 몰랐던 사실을 아는 것도 이 책의 재미있는 포인트다.

 기존 국내 발간 나오시마 관련 책들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여행 관점에서 책을 쓴 경우가 많다면 이 책은 실제 나오시마와 세 섬의 아트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 보고의 느낌이다. 그렇다고 딱딱하지는 않다.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이 1인칭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만큼 다양하고 유익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예술가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신선한 시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한번쯤 가보고 싶은 그 곳, 나오시마다.

  

< 인상깊은 대목 >

P.​009 도쿄에는 자극, 흥분, 긴장, 경쟁, 정보, 오락이 있을 뿐 거기에 '인간'이라는 단어는 없다. 역사와 자연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할 리 없다.

P.011 현대미술은 출판이나 음악과는 다른 형태의 문화다. 출판물이나 음악은 대량생산이 가능하면, 많이 팔릴수록 수익도 커진다. 반면 현대미술 작품은 기본적으로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P.011 세토내해의 아름다움은 에도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를 거쳐 전 세계로부터 높은 찬사를 받아왔다. 세계쩍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는 세토내해에 현대미술의 요람을 만들자는 구상은 이렇게 구체화되어갔다. 나오시마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섬을 방문해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작룸'을 만들어주고 있다. '장소특정적 미술'로 주문형 작업인 셈이다. 그림이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인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P.015  이우환미술관은 2010년에 완성되었다. 이우환이라는 예술가에게는 전부터 흥미가 있었는데,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그의 개인전을 본 것이 나오시마에 이우환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모노하(MONO SCHOOL) 작가로 불리고 있지만, 나는 그 작품에서 물질 문명에 대치하는 선에 가까운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의 목표에 가장 근접한 아티스트가 아릴까 생각한다.

P.017 1970년은 미시마 유키오가 자결한 해이자 오사카 만국박람회가 개최된 해이다. 나는 우연히 미시마 유키오가 12세부터 25세까지 살았던 도쿄 시부야구 쇼토에 있던 옛 미시마 가문의 저택을 해체하여 소유하고 있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언젠가 복원할 수 있도록 보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P.108 안도는 미나미테라의 벽면에 야키스기 판을 사용했다. 나오시마 목조 건축에는 일반적으로 야키스기 판이 사용되는데, 안도도 이를 의식해 설계했을 것이다. 안도의 작품으로서는 귀한 목조 건축이다.

P.120 일반적으로 오늘날 남아 있는 신사는,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도 기껏해야 메이지 시대쯤에 지어진 것이 많아 에도 시대의 취향이 현저하게 남아 있어 부자재 등도 꽤 굵다. 우지의 뵤도인 등, 헤이안 시대의 건물에 남아 있는 것은 훨씬 가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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