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글을 잘 못 쓰는 이유는? 재능이 부족한 것일까? 저자는 단호하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당신의 말투와 자세를 바꿔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어, 정말 그럴까? 잘 이해가 안 가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래, 바로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글쓰기 책에서는 문장 기술을 주로 이야기한다. 평상시의 말투나 행동에 대해 언급한 책은 많지 않았다. 우리는 별 생각없이 잡담 하고 일상적인 평범한 말을 한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는 개구리라고 하는 것이다. 말과 행동에서 왕자와 공주가 되라고 말한다. 어떤 글쓰기 선생은 '댓글 하나를 달때고 많이 고민해야 써야한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와도 통하는 부분이다. '나쁜 놈은 좋은 글을 절대 쓰지 못한다'는 말도 결국은 다 같은 맥락이다. 알고보면 간단하지만 이처럼 핵심을 관통하는 글쓰기 가르침이 있을까싶다. 유명 작가들은 트위터 140자도 그냥 쓰지 않는다. 이외수 씨도 트위터에 올리는 글을 고심해서 쓰고 트위터 하는 것이 창작에 도움이 된다 하는 것을 보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좋은 글쓰기와 아름다운 말을 쓰고, 반듯하게 행동하는 생활, 만일 이렇게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반은 작가다.

 

뛰어난 문학작품이나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겠다. 저자는 신문도 보지 말고 항상 아름다운 글만 보라고 하지만 신문은 좀 어려울 것 같다. 수 많은 지식이 녹아 있어서 글쓰기 거리를 발견하는데 꽤 유용하기 때문이다. TV를 보지 말라는 말은 공감한다. TV만 치워도 많은 알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치열한 독서와 습작만이 글쓰기 실력을 높여준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물이 다르게 보일때까지 관찰하고 통념적인 시각을 버리는 것, 글로써 낯설지만 신선한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작가가 되는 밑바탕이 된다.

도대체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얼마나 더 노력해야 이런 경지에 갈 수 있는 것일까. 문장만들기와 단락 만들기 훈련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훈련이 풍부하게 잘되어 있어야만 자유롭고 풍부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다. 작가도 시인으로 등단하기까지 7년 습작, 소설로 등단하기까지 다시 6년이 걸렸다고 한다. 첫 출간까지 다시 2년. 첫 출간까지 15년 걸린 셈이다. 서점에 가면 이렇게 많은 책을 누가 다 사가나 할 정도로 그 종류와 양이 엄청나다. 작가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수준의 책이라도 출간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서점의 구석을 잠시 장식하다가 사라지고 만다. 처음부터 대작을 쓰려는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어찌되었든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과 틀을 깨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수 년간의 노력으로 빚어진 문장 실력으로 승부를 하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출판계는 항상 불황이었고 지금도 불황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너무 안 읽는다 비판하고 또 따른 이는 읽을만한게 있어야 사서 볼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둘 다 맞는 이야기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용도 공개 안된 신작에 대해 초판 50만부를 찍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프랑스의 공쿠르상 수상작은 40만부가 넘게 팔리고 다른 이름난 문학상 수상작도 보통 10~20만부는 나간다. 문학상 종류도 3000개. 한국은 몇개더라. 한국에서 이런 일이 한국 작가에 의해 일어나기 힘든 것일까. 마을 버스에서의 두 여고생 대화가 나의 귀를 찌르고 스쳐간다. 말끝마나 '~발'이 들어간 해괴한 언어. 대학입시를 위한 입시 학원으로서의 학교가 아닌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언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육이 필요한 것 아닌지. 글쓰기 책 한권을 읽고 우리나라 교육까지 타고 들어갔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절실한 문제다. 기존의 글쓰기 책들에 지루함을 느낀다면 꼭 이 책을 사서 읽어보자. 세상을 보는 눈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어린 학생들이 이런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 인상 깊은 구절 >

P.13 사람은 누구나 공주와 왕자로 태어나지만 그들의 부모가 입을 맞추어 개구리로 변하게 한다. - 에릭 번

P.18 군자는 평생에 걸쳐 근심할 만한 가지 있는 근원적 고민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P.21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언어는 거의 대부분이 뒤죽박죽의 개구리 언어다. .. 대부분 너무 부정확하거나 난삽하거나 낡거나 뻔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모적, 상투적, 관습적, 관용적 표현들뿐이다.

P.30 말투와 자세까지 변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언어 사용의 실질적인 변화 없이 사람이 변하는 경우는 없으며, 사람이 변하면 그 사람의 언어 또한 변한다. 내가 변하지 않고 문장 기술만 훈련하는 것은 글쓰기 공부가 아니다.

P.37 집필과 독서는 참으로 독특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말하는 사람은 혼자 골방에 앉아 쓰고, 듣고자 하는 사람 역시 혼자 자기 골방에 앉아 읽는다.

P.41 일반인들이 평소 관용적, 관습적으로 공용하는 언어는 '일반언어'다. 그러나 문학에서처럼 '낯설게 하기'를 통해 자기만의 개성적인 표현 기술을 사용하는 문장은 '문학언어' 혹은 '창작언어'다.

P.47 일상언어 습관을 버리고 철저한 출판언어다운 정련된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 방법은 오직 좋은 책의 좋은 문장, 씨앗문장을 열심히 읽는 것이다. 좋은 출판언어를 외우듯 익혀 평소 일상언어를 구사할 때조차 출판언어와 같이 엄밀한 어휘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P.48 초보 습작생은 반드시 독서할 때 좋은 씨앗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긋고, 밑줄 그인 씨앗문장들을 직접 따라 서 보는 훈련을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한다. 초보 때는 자기의습작량보다도 따라 쓴 문장의 양이 더 많아야 좋다.

P.48 '낯설게 하기'는 일상의 자동화된 인식을 배제하고, "사물에 대한 감각을 알려진 대로가 아닌 지각된 대로" 인식하려는 노력이다. 즉, 습관적, 관용적, 상투적 표현을 배제하고 지각된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낯설게 하기'이다.

P.52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잔들고 싶어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다. 라는 문장은, 통속적인 관념적인 관습적인 개구리 언어로는 결코 잡아내기 못할 참으로 독특하고 신선하고 상쾌한 표현이다.

P.52 공주다운, 왕자다운 언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독서를 통해 '출판언어, 창작언어'를 자기 것으로 육화하는 동시에, 실질적 정직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적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P.57 헐거운 제목과 같은 어휘를 사용하는 한, 우리는 언어로 인해서 사물과 만나지 못한다. 언어가 장벽이 되어 실체와 마주하지 못하고 만다.

P.64 평소 생각을 자유롭게 한다거나 말을 잘한다는 것은 바로 청킹, 즉 의미망을 정확하고 자유롭게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사유 단위는 언어 크기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P.69 지극히 평번하게 살면서도 과다한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너무 거칠거나 너무 조밀하기 일쑤다. '사건' 자체가 아니라 '언어'에 의해, 지나치게 커다란 문제로 확대되거나 지나치게 잡다한 문제 속에서 허덕인다.

P.73 아주 작은 사물에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담겨 있는 법이다. 그것을 발견하도록 하자. 불과 들판의 나무를 묘사하려면, 다른 불이나 나무와 비슷하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앞에 서 있어야 한다.

P.82 삶의 진실이나 문제들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진실과 문제들을 다루는 나의 생각과 언어가 너무 투박하거나 거칠거나 단순해서, 오해를 사거나 시비가 붙거나 헛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88 "사랑에 빠질때마다 우리의 과거는 바뀐다. 소설을 쓰거나 읽을 때마다 우리의 과거는 바뀐다. 과거란 그런 것이다" - 파스칼 키냐르

P.91 좋은 글이란 하나의 사건을 단지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해 놓은 글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 속에 묻혀 있는 삶의 숨은 진실들까지 함께 복원해 놓는 글이다.

P.104 기존의 낡은 생각에 갇혀 있으면 낡은 문장만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어떤 생각, 어떤 선입견도 없는 순수 무지의 깊은 침묵 속에서 모든 생각, 모든 상상이 가능한 지점에 이를 때야만, 새로운 형태의 문장이 생겨난다.

P.109 우리가 배웠거나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식이나 상식이란 대개 먼셀 기준표 같은 것들이다. 세상만물의 풍요로움을 풍요로움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표준화하고 도식화한다.

P.147 습작생들이 일상적 사실과 주관적 사실을 극복하기까지 대부분 3년 이상 걸린다.

P.147 만약 읽는 데 자연스러운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독자는 글과 화자를 신뢰하지 않기에, 그럴 법한 개연성은 글쓰기의 기본조건이다.

P.154 한 사람이 써 온 글을 두고 여럿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합평 과정은 정신분석보다도 강렬한 밀도를 갖는 만남이다. .... 합평은 다른 무엇보다고 깊은 속내가 드러나는 대화일 수밖에 없다. 치유를 위한 글쓰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글쓰기는 이미 치유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지니고 있다.

P.170 뛰어난 문학 작품이 즐겨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해 보면, 다만 관용구, 비속어, 상투구 등에 오염되지 않았을 뿐, 도리어 가장 쉽고 흔하고 자연스러운 언어를 사용한다. 다만 적시적소에 자유로이 활용할 따름이다.

P.172 특별한 어휘나 낯선 어휘가 아니라, 쉽고 흔하고 평범한 자연언어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시적 인식을 갖게 하는 힘은 바로, 색다르고 독특한 조합 덕분이다.

P.176 대부분의 좋은 명작들을 읽고 났을 때 절망스러운 것은, 글쓴이가 나보다 많은 어휘력을 각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쉬운 어휘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가 쓴 글과는 판이한 인식과 의미에 가 닿아 있다는 점이다.

P.194 인간은 언어로는 단 한 마디의 사실 자체도 그대로 말하지 못한다. 인간은 언어로는 단 한 마디도 사실 자체를 표현할 수 없다! 재현은 불가능하다. 언어를 사용하는 한 누구나 일정한 왜곡-변형-창조를 이미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P.200 그는 수많은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시시한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루런 이유 없이, 그 죽음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억울해할 것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멕시코인 역에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 에서

P.200 한 사람의 언어 능력이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알맞은 구체적 수식을 얼마나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에 비례한다.

P.214 리듬감 있게 문장을 이으면 아무리 긴 문장이어도 잘 읽히고, 리듬감 있게 문장을 이으면 아무리 짧은 문장들도 가독성 있게 읽힌다. 초보자들은 자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언어의 리듬감은 거의 무시해 버린다. 그래서 문장에 맛이 없다.

P.261 이 순간들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어찌 연결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그것들은 나중에 뒤돌아보고서야 그 연관성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작은 계기들이 어쨌든 미래에는 연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무언가를 믿어야 합니다.

P.278 일상생활에서부터 잡담과 수다를 최대한 끊어야 한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조차 줄여야 한다. 양질의 독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좋은 책을 찾아 읽는 시간을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삼음으로써, 일상언어가 아니라 출판언어를 자신의 중심 언어로 삼아야 한다. 독서를 해야 다양한 문장 변용에 익숙해진다.

P.278 합평을 받지 않으면, 그것은 자기 말만 하고 마믄 꼴과 같다. 믿을 만한 상대를 통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방아야만 자기 작품을 비로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냉정한 합평을 받아야만, 부적절한 표현, 비개연적인 주관, 무가치한 잡념과 빤한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부분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P.280 어떤 장르의 글쓰기든, 문장과 단락, 그리고 단락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글이 구축되지 않는다. 따라서 문장 만들기와 단락 만들기 훈련이 풍부하게 잘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유롭고 풍부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다.

P.285 자신의 지금 모습에 대한 강한 불만과 지금의 자기 모습과 결별하고자 하는 단호한 변화의 결심만이 장차 자신을 훌륭한 작가로 이르게 해준다.

P.287 읽기, 쓰기의 공부는 끝이 없다. 그래서 힘든 게 아니라, 그래서 행복하다. 마치 아직 먹어 보지 못한 음식이 너무 많은 뷔페식당처럼. 다만 읽을 만한 책은 너무나 넘쳐나고, 자신의 글쓰기 공부는 언제나 자기 욕심에 비해 부족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