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의 거짓말 -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말하다
최경영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워렌 버핏과 우리의 언론? 처음에는 이 둘의 비교가 어떻게 가능할지 전혀 예상이 안 되었다. 이런 궁금증은 책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풀려나갔다. 저자는 KBS의 기자이자 PD다. 언론 권력의 핵심에 있을 만한 사람이지만 저자는 반기를 들고 있다. 우리 언론은 썩었다고 주장을 펼치고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워렌 버핏의 말과 행동을 인용한다. 

 

이 책을 보고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주식과 관련해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 같은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워렌 버핏도 투자한 기업의 다음 분기 실적을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애널리스트들은 한해 전망도 잘 내놓는다.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적중률이 떨이지니 문제지. 우리나라 언론이 그다지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제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신문도 왜곡편향 보도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기사인지 광고인지 헷갈리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 신문을 10분 정도만 보면 중요한 내용은 다 본 듯하다. 요즘은 문화나 책 관련 내용만 본다. TV뉴스도 내용이 없다. 언제부턴가 뉴스는 인터넷 뉴스만 조금 보게 되었다. 연합뉴스가 파업했을 때 종이 신문의 질은 확연히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보는 뉴스는 평소와 거의 다름이 없었다. 이 책에서 나와 있듯 언론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워렌 버핏이 코카콜라에 투자해서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은 굉장히 유명하다. 코카콜라 같은 음료회사나 보험회사, 은행, 제과업 등의 독보적 기업들은 공장을 새로 짓지 않는 이상 상품 개발 등에 추가 비용이 적게 들어가고 인플레이션 수준에 따라, 또는 그 이상으로 가격이 꾸준히 오른다. 이런 특징이 있는 회사에 투자함으로써 워렌 버핏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이런 배경 설명이 있어서 이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언론도 그 신뢰도가 많이 추락했다는 사실은 묘한 위안을 준다. 어차피 이것이 추세라면 기존 언론을 대체하고 신뢰할 만한 언론이 속속 등장해 줘야 한다. 이 책에서는 오마이 뉴스 정도만 언급하고 외국의 사례는 없는 듯 하다. 이미 존재해서 일반인들은 다 알기 때문에 안 나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신뢰도 있고 상업적 목적이 없는 언론은 불가능한 것일까?

 

한국의 특수성은 언론이 더 '장난'을 치기에 쉬운 조건이라고 한다. 확실히 한국은 맹목적 대중 쏠림이 강하다. 인구가 적어서일까 아니면 단일 민족이어서일까. 저자는 현재 언론사의 높으신 분들이 문제라고 말한다. 언젠가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 밝은 언론의 미래가 펼쳐질까? 확신이 들지 않는다. 너무나 복잡한 문제고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가 성숙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말대로 좀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소신 있게 책을 썼다는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의 문제를 언론사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 전체가 총체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표출된 한 예라고 생각된다. " '흥분, 환희, 실망, 절망, 기대, 광분'하는 인간의 마음은 그대로였습니다. 버핏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 그리고 반복되는 그들의 행태에서 기회를 찾았습니다." 라는 저자의 말에 모든 답이 있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탐욕과 공포를 오가는 인간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들이 모인다면 어떤 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저자가 이렇게 열변을 토하면 성토하는 언론의 문제까지도 말이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 45 기업의 본질 가치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변할 수 있고, 또 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설적인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도 재무제표의 숫자와 이에 바탕을 둔 각종 평가 지수만으로 주식시장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P.52 세금 안 내려고 추잡한 짓 하지 말고 정당하게 돈 많이 벌어서 세금 많이 내세요. 그것이 '우리날' 미국을 사랑하는 것이고 우리 기업인, 부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 워렌 버핏

P.69 특히 방송기자를 했던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젊은 시절 이들은 한국 경제, 한국의 민주주의에 과연 어떤 기여를 했습니가?

P.83 자동차는 20년이 넘게 몰고 있고, 소박한 주택에서 50년이 넘게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근처 회사로 출근하고 저녁은 거의 매일 집에서 먹습니다. 저녁식사 후 체리향의 코카콜라 한 병과 견과류로 군것질을 하면서 그낭릐 일을 정리합니다. .. 단조롭고 규칙적인 삶이지만 버핏은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P.87 워렌 버핏은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되도록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P.88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인기투표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다.

P.88 시작의 트렌드에 자신을 맞추어간 여의도나 뉴욕 증권가의 투자자들은 흥망성쇠를 거듭했지만, 버핏은 40년이 넘게 번성하고 있습니다.

P.89 보통의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춥니다. 그러나 고집불통인 사람은 세상을 자기에 맞추려고 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진보는 이런 고집불통들이 이루어냅니다. - 조지 버나드 쇼

P.94 문제는 드러나 있는 것보다 감춰져 있는 것들입니다. 거의 모든 기사속에 숨어 있는 언론의 주장, 추정, 억측, 그리고 편견 들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P.96 신문에 나왔어, 어제 9시 뉴스에 나왔어라는 말이 여전히 주요한 사실의 근거로 받아들여지는 상황...

P.105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제발 나에게 '반면에'라고 말하지 않을 경제학자를 데려다달라'고 말했겠습니까?

P.112 사물을 정확히 구분하는 능력이 과학적 가치투자의 첫걸음입니다. 투자는 과학입니다.

P.119 사실 앞에서 이론은 그저 공허할 뿐이다.

P.123 상업주의 언론에서 기사는 오로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P.148 철강, 조선, 반도체, 가전 등은 상대적으로 대규모의 투자를 주기적으로 요구하는 업종들입니다... 매우 고달픈 장사를 하고 있는 셉입니다.

P.150 주식투자자에게는 당장 눈에 보이는 담보 이상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매우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위대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서 영원히 보유한다'는 버핏의 원칙도 모두 이런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P.157 독과점적 위상을 구가하던 신문사의 뉴스가 싸구려 일용품으로 전락했다.

P.174 봉건의 그늘은 넓고, 일제와 독재의 유산은 뿌리 깊습니다. 반면 자유와 민주를 떠받치는 시민사회는 왜소하기 짝이 없습니다.

P.188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의 바다에서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을 모두 갖춘 '위대한 기업'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P.189 '흥분, 환희, 실망, 절망, 기대, 광분'하는 인간의 마음은 그대로였습니다. 버핏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 그리고 반복되는 그들의 행태에서 기회를 찾았습니다.

P.190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정말 인식하기 힘든 일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지적 능력이 평균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 대니얼 카네만

P.219 언론은 극단을 좋아합니다. 대중의 관심이 그런 쪽에 있다고 믿기때문입니다. 대중의 관심을 잡아두고 싶어 하는 언론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뉴스를 쏟아냅니다.

P.222 평상시 언론 뉴스는 약장수들의 헛소리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언론 뉴스를 마지막 기댈 곳으로 여기기 때문에 군중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언론의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 쉴러 교수

P.238 워렌 버핏은 자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언론은 항상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워렌 버핏은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를 짐작하고 있지만 한국 언론은 자신들이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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