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 비어 있나요? - 피렌체, 사람, 그리고 나…
Tamara(김유경) 지음 / 초비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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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낯선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건 멋진 풍경을 매일 보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예쁜 골목을 걷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다른 나라의 여유를 누리는 삶이라고 쉽게 상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여행으로 잠시 머무는 곳과 삶이 되어버린 곳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이 책은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단순한 해외살이 에세이는 아니었다.
한국에서 치열하게 일하며 자기 자리를 만들었던 사람이 낯선 나라에서 아내, 엄마, 이방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읽는 동안 예쁜 풍경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더 오래 남았다.
​
아름다운 도시 안에서도 외로움은 생기고,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도 내 자리를 잃어버린 것 같은 순간은 찾아온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
제목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 자리 비어 있나요라는 말은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아도 되냐는 물음처럼 보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다르게 들린다.
​
내 삶에서 내가 앉을 자리는 어디인지, 내가 잃어버린 이름은 무엇인지, 이제 나는 어떤 자리에서 다시 나를 시작해야 하는지 묻는 말처럼 느껴졌다.
​
작가는 한국에서의 익숙한 삶을 떠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전혀 다른 속도의 삶을 만난다. 일과 성취가 중심이던 시간은 가족과 관계가 중심인 시간으로 바뀐다.
처음에는 그 변화가 낭만이 아니라 혼란이었을 것 같았다.
커리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사람이 어느 순간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 안에 머물게 될 때, 그 안에서 흔들리는 마음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
특히 작가가 자신의 힘듦을 스스로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던 장면들이 마음에 남았다.
낯선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고, 다른 문화에 적응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돌보면서도 괜찮은 척해야 했던 마음이 느껴졌다.
​
사람은 때때로 내가 힘들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힘든 줄도 모른 채 버티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 힘듦을 알아봐주는 순간에야 비로소 무너지고, 또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 것 같다.
​
엄마를 떠올리는 장면도 깊게 다가왔다.
엄마가 없는 자리, 엄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누군가 언니처럼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먹먹했다.
​
나 역시 엄마를 갑자기 떠나보낸 사람이라 그런지 그 부분에서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
엄마라는 존재는 살아 있을 때도 크지만, 떠난 뒤에는 더 넓은 빈자리로 남는 것 같다.
그 빈자리를 완전히 채울 수는 없지만,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의 다정함으로 하루를 견디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에서 피렌체는 관광지가 아니라 회복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카푸치노와 골목과 사람들의 온기가 나오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작가가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배경이었다.
​
타국에서 만난 사람들, 아이의 학교생활,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오래된 상실까지 모두 작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지 천천히 묻게 만든다.
​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역시 인상 깊었다.
빠른 성취보다 안정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은 엄마인 내게도 오래 남았다.
​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더 많이 시키고 더 빨리 끌고 가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뿌리를 믿을 수 있게 곁을 지켜주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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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낯선 교육 방식 속에서 배운 것들은 단지 외국 생활의 차이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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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나도 내 자리를 생각했다.
병원에서 오래 일하던 나, 엄마를 떠나보내고 책을 붙잡게 된 나, 지금은 다른 자리에서 다시 살아가는 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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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한 번 정한 자리에서 평생 사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고 밀려나고 다시 앉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낯선 나라에 사는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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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자리가 어색한 사람, 예전의 내가 그리운 사람, 가족 안에서도 혼자라고 느껴본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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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문장으로 감정을 밀어붙이는 책은 아니었다.
대신 차분하게 자기 삶을 꺼내놓고, 그 안에서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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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피렌체에 가고 싶어진다기보다, 내 삶의 빈자리를 조용히 바라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제는 나를 조금 더 다정하게 앉혀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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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이 아닌 삶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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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였고, 이방인의 외로움이 아닌 한 사람이 자기 자리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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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조용히 말을 걸어줄 것 같다.
​
비어 있는 줄 알았던 그 자리에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가 앉아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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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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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명랑한 사람은 원래 걱정이 적고 상처도 적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밝게 웃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삶이 쉬웠나 보다 하고 쉽게 넘겨짚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진짜 명랑함은 아무 일도 겪지 않은 사람의 가벼움이 아니라, 비참한 순간을 지나오고도 끝내 삶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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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지수 기자가 나태주 시인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에세이다.
단순히 시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라기보다, 오래 살아온 사람이 자기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견뎌왔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여전히 사랑과 다정함을 잃지 않았는지를 들려주는 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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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멈추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봄을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마음, 약한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고난을 피하려 하기보다 다른 방향으로 지나가 보라는 말들이 잔잔하게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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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겪었다고 해서 삶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그 시간이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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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좋았던 건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라는 위로가 아니다.
비참한 순간도 있고, 상처도 있고,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시간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 피는 꽃을 보고, 지금 내 곁의 사람을 사랑하고, 나에게 오는 하루를 다시 받아보자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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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으며 내 삶도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고, 오래 붙잡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프게 지나온 자리에서 나는 다시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말하는 명랑함도 그런 마음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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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명랑함은 시끄럽게 웃는 밝음이 아니다.
고요한 사람의 단단함이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슬픔을 알고도 작은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의 태도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 오히려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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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늘 좋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삶 전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말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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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의 질문도 참 좋았다.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고, 천천히 마음을 열게 하는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대답도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인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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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터뷰는 질문하는 사람의 태도까지 읽히는데, 이 책은 그 점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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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 몸이 약해진다는 것,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무거운 이야기를 피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따뜻한 곳으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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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비참한 순간을 품고 있어도, 그 안에 여전히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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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위로가 부담스러운 사람, 괜찮다는 말보다 삶을 조금 더 오래 살아본 사람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 나이 들어가는 일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잘 맞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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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마음에 이런 말이 남는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강한 게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꽃을 보는 사람이 강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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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삶을 가장 정직하게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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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결과
정민 지음 / 리브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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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은 늘 시작할 때보다 끝난 뒤에 더 오래 남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사랑이 남긴 흔적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했고, 기다렸고, 믿었고, 또 멀어졌던 시간들이 한 장면씩 그림처럼 떠올랐다.
​
제목은 사랑의 결과이지만, 단순히 사랑이 끝난 뒤의 상처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감정은 왜 오래 지워지지 않는지, 끝난 마음이 왜 다시 나를 비추는지 묻는 책이었다.
​
이 책은 소설이면서 동시에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문장은 길게 설명하지 않는데도 장면마다 색이 있었다.
검은 배경 속에서 희미하게 번지는 빛처럼, 사랑의 감정도 선명하게 말해지기보다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그래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어떤 문장은 읽자마자 지나가지 않고 마음 안에 걸렸다.
​
사랑을 말하는데도 달콤함보다 쓸쓸함이 먼저 왔고, 이별을 말하는데도 완전히 차갑지만은 않았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의 시작보다 사랑의 끝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이 시작될 때 우리는 보통 설렘과 기대를 먼저 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사랑이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 나는 그 사랑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그 지점을 아주 섬세하게 건드린다.
​
사랑이 아름다웠는지, 아팠는지, 후회였는지, 성장인지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그 모든 감정이 한 사람 안에 함께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자주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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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사랑은 한 가지 색으로만 남지 않는다.
사람마다 사랑의 색이 다르고, 끝의 모양도 다르다.
어떤 사랑은 분홍빛처럼 따뜻하게 남고, 어떤 사랑은 죽어버린 색처럼 어둡게 남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두움조차 완전히 미워할 수 없었다.
사랑이 남긴 상처와 기억은 결국 내가 지나온 시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마음, 정리하고 싶어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관계, 끝났지만 끝났다고 말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이 책 안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
특히 좋았던 점은 사랑을 무조건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랑에는 기대도 있고, 집착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도 있다.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 안에는 때로 내가 나를 얼마나 외롭게 두었는지에 대한 고백도 숨어 있다.
이 책은 그 복잡한 마음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
사랑이란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이고, 사람은 사랑을 겪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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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결국 이 책은 타인을 향한 사랑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나를 향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를 오래 바라보던 눈이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처럼 읽혔다.
사랑이 끝난 뒤 남는 것은 상대에 대한 기억만이 아니었다.
그때의 나, 그 사람 앞에서 작아졌던 나, 기대했던 나, 버티던 나, 그리고 다시 살아가려는 내가 함께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슬픔은 무너지게 하는 슬픔이 아니라, 가만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슬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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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문장이 함께 있어서 더 특별했다.
글을 읽다가 그림을 보면 문장으로 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색으로 이어졌다.
그림을 보고 다시 글을 읽으면 마음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페인팅노블이라는 형식이 낯설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 형식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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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림이 더 많은 말을 해주는 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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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아직도 마음 한쪽에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오래 붙잡게 될 것 같다.
사랑의 결과는 끝이 아니라 남겨진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일이 나를 망가뜨리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어떤 끝은 다시 나를 살펴보게 만드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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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빠르게 읽고 덮는 책이라기보다 천천히 넘기며 감정을 따라가야 하는 책이었다.
문장과 그림 사이에 멈춰 서는 시간이 많았다.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마음 안에 남아 있는 색을 조용히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사랑의 끝을 통과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어둡고도 부드러운 빛을 쉽게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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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오늘의 나
제인 수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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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잘하려고 애쓴 날일수록 이상하게 마음은 더 쉽게 무너진다.
분명 하루를 대충 산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버티고 참고 해냈는데도 밤이 되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날의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오늘도 충분히 애썼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위로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단순히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책은 아니었다.
관계에서 상처받은 마음, 가족을 향한 미안함,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마음을 아주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
가장 좋았던 점은 위로가 과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힘내라는 말이 때로는 부담이 될 때가 있다.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는데 더 힘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억지로 일어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지금 지쳤다면 잠깐 쉬어도 된다고 말한다.
​
완벽하지 못한 하루도 하루였고, 무너진 마음도 내 마음이니 함부로 미워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나에게 얼마나 야박했는지를 자주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왜 이것밖에 못했냐고 다그쳤던 날들이 많았다.
몸이 피곤한 날에도 마음이 약해진 날에도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무시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된다고, 충분히 잘 버텼다고, 스스로에게도 다정한 말을 건네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
엄마와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살아 계실 때 더 잘할걸 하는 후회는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이다.
함께 있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식사 한 끼, 안부 한마디, 별것 아닌 챙김이 시간이 지나면 가장 크게 남는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표현하고 싶어졌다.
미루지 말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
이 책이 말하는 자기 사랑은 거창하지 않다. 매일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도 아니고, 모든 것을 웃어넘기라는 말도 아니다.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인정하고, 힘들면 힘든 대로 쉬어가고, 오늘 해낸 만큼만 나를 알아주는 일이다.
​
나를 사랑한다는 건 특별한 결심이 아니라, 지친 나를 버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살다 보면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다. 아무리 애써도 인정받지 못하는 날이 있고, 괜찮은 척하다가 혼자 무너지는 밤도 있다. 그런 순간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내 편이 되어주는 한 문장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을 조용히 건네는 책이었다.
​
읽는 동안 크게 울컥하기도 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누군가 내 마음을 대신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고, 나도 나에게 조금은 부드러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살아가고 있고, 뜻대로 되지 않아도 하루를 건너고 있으며, 무너진 줄 알았던 나도 사실은 계속 버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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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끝에 마음이 자주 지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잘하고 있는데도 스스로를 부족하게 느끼는 사람,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 나를 조금 더 아껴주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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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애쓴 나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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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눈부신 그들의 세상을 - 기억이 사라질 때,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유은영 지음 / 더케이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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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에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다룬 책이라고 해서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병원에서 오래 일했던 시간도 있었고, 사람의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을 가까이서 본 기억도 있어서 더 쉽게 넘길 수 없는 주제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은 병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기억이 흐려진 뒤에도 한 사람 안에 끝까지 남아 있는 마음과 존엄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다.
​
우리는 누군가를 기억력으로 판단할 때가 많다. 이름을 기억하는지, 가족의 얼굴을 알아보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지로 그 사람의 상태를 먼저 본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능력이 줄어든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억은 희미해져도 몸이 기억하는 감각이 있고, 마음에 남은 온기가 있고, 누군가를 향해 반응하는 아주 작은 떨림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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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내가 만약 기억을 잃는다면 무엇이 끝까지 남았으면 좋을까 생각했다.
나는 사랑받았던 기억보다 사랑했던 마음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엄마를 그리워했던 마음, 아이들을 안아주던 마음, 책을 읽으며 나를 붙잡던 마음,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싶어 했던 마음이 마지막까지 나를 지켜주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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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잊고 날짜를 잊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끝까지 사람답게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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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치매 어르신들의 행동은 겉으로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갑자기 화를 내고, 자꾸 어딘가로 가려고 하는 모습은 돌보는 사람에게도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그 행동을 단순한 문제 행동으로 보지 않았다.
그 안에 불안이 있고, 두려움이 있고, 잃어버린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행동보다 마음을 먼저 보려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
돌봄을 하는 가족의 마음도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한다고 해서 매 순간 다정할 수만은 없다. 사랑하는 마음과 지치는 마음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힘들 수 있고, 곁을 지키고 싶으면서도 도망치고 싶을 수 있다.
그 마음을 부끄럽게만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위로였다.
​
돌봄은 완벽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다시 곁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가 사람을 판단할 때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효율과 능력인 것 같다.
말이 빠른 사람, 기억을 잘하는 사람,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사람을 더 괜찮은 사람처럼 여긴다.
하지만 사람의 가치는 그런 것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느리게 말하고, 자주 잊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그 삶이 덜 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가장 약해진 순간에도 한 사람의 존엄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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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도 다시 보였다. 내가 가장 그리워할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익숙한 집을 알아보는 일,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 일, 좋아하는 책을 펼치는 일, 밥 냄새를 맡는 일,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에게 대답하는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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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평범해서 고마운 줄 몰랐던 것들이 사실은 삶을 붙들어주는 가장 큰 기둥이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
돌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제 식판을 조심히 건네는 손, 기다려주는 눈빛, 같은 말을 다시 들어주는 마음이 먼저 생각난다. 존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병명보다 사람의 이름을 먼저 불러주는 태도가 떠오른다.
​
기억나는 문장은 나는 지금 당신들을 잊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아름답게 지고 있는 중입니다 라는 말이었다.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의 마음을 다 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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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치매를 무섭고 슬픈 이야기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잊어가는 사람의 세계도 여전히 눈부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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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돌보는 사람, 노년의 시간을 생각하는 사람, 부모의 늙어감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오래 마음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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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누군가의 느려진 걸음을 조금 더 기다려주고 싶어진다.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도 사랑은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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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스티아(@hestia_hotforever)가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더케이북스 ( @the_.kbooks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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