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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 145년의 유랑, 20년의 협상
유복렬 지음 / 눌와 / 2013년 8월
평점 :
책의 제목인 외규장각의궤에 대해 설명을 하면,
외규장각이란 규장각의 도서중 영구 보존의 가치가 있는 책들을 별도로 보관한 외각 서고를 말한다.
1782년 2월 정조가 강화도 행궁지에 설치한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이라 설명하고 있다.
외규장각의 보관자료를 보면, 역대왕의 글씨,어람용 의궤 및 주요서적, 왕실 관련 물품등이 철종 연간 외규장각 소장 도서 수량은 약 6,000권에 달한다.
조선왕실의궤는 조선시대에 왕실의 결혼,장례,각종 잔치 등 왕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생하게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왕이 열람하는 어람용과 사고보관용으로 제작하는 분상용 등 2종류가 있다. 이번에 들어오는 의궤는 대부분 어람용으로,
표지는 구름문,모란문으로 가득한 암녹색 비단으로 겉표지 되어있고, 책 겉을 싸고 있는 장정은 놋쇠 물림(경첩)으로 묶어있다.
이밖 외 속지는 당시 일반종이보다 두꺼우면서도 부드러운 고급종이,초주지로 잘 번지지 않는 성질의 것으로 사용했다.
의괘란 의례,혹은 의식의 궤범이 되는 책이라는 뜻이다.
의괘 제작의 목적은 국가의 주요행사에 대한 모범적인 전례를 만들어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이를 참고하여 예법에 맞게 의식을 행하고자 한 것이다.
국장과 같은 예기치 않은 중대사에도 원할한 행사를 치룰수 있는 실용적 목적도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이 책에 들어있는 국가 문화재인 외규장각의궤는 그 제작 목적에서부터 크고 방대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중요문화재이다.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우리나라는 힘이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권리인 우리나라 우리문화재를 외국에 많이 소실하고 잃어버렸음에도 찾아오지 못하고, 설령 찾아오더라도 대여의 조건으로 가져왔다고 하니. 이게 어찌 가져왔다고 말을 할수 있을까 싶다.
다행히 이후에 완전 반환이 되었지만, 이또한 병인양요때 프랑스에 뺏겼다가 지난해(2012년)에 145년만에 반환이 되었으니, 마땅히 받아야 할 문화재가 생각처럼 간단치 않았음을 알수 있다.
부총영사인 외교관 유복렬님께서 숨은 주역으로써 반환과정에 힘써왔다고 하니,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컷음을 책을 통해 가늠하게 한다.
또한,협상자체가 좌초되는 듯 했던 2010년 박흥신 당시 주(駐)프랑스 대사가 프랑스측 협상단에 "대가를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의궤를 돌려달라"고 밝히는 장면은 당시 자리에 배석했던 저자 표현대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정말 기분좋아지는 속시원한 말이다.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는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당당히 말하신 대사관님의 당당함이 멋지다는 느낌마져 들게 한다.
저자는 극심한 피로 때문에 찾아온 피부염에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이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것인가"하고 원망하거나, 파리에서 얻은 둘째 아이를 유산하면서 괴로워한 장면, 의궤 반환 협상에 몸서리 치던 시절 서울의 동료에게 쓴 편지의 제목이 "단풍은 물들고, 내 가슴은 멍들고"였다고 소개한 장면들은 의궤 반환 작업이 저자에게 단순히 공무에만 그친 게 아니라 저자의 인생 자체였음 느끼게 해준다.
저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어 통역을 담당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도 담겨있어
내용에 약간 벗어났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공무를 멋지게 수행한 저자의 노력과 그 노력이 빛을 밝혀준 결과물이 책으로 집필되어
당시의 느낌을 오롯이 전달해준 값진 책이다.
경험담이기에 진실된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고,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담기위해 노력했음을
어느 한쪽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하지 않고 썻다는 점에서도 느낄수 있었다.
글을 쓴 저자가 그녀의 생각을 직선적으로 나열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그 상황을 그대로 느끼며,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며, 책을 읽어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지에 4만2325점, 독일은 쾰른동아시아박물관 등지에 1만727점을 지니고 있으며 20개국, 579개처, 15만2915점에 이르는 약탈당한 문화재가 돌아오지 못 하고 있다고 한다.
현실의 답답한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었고, 문화재 하나 반환하는데, 오랜 기간이 들여진 것을 보니 아직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를 언제쯤 돌려 받을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정부 간 협상이나 국제협약, 민간 차원의 노력을 통해 우리 문화재 반환운동을 적극 펼치는 한편 반환할 것은 하겠다는 태도가 마땅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주장하지 않으면 구제받지 못한다.하루 빨리 모든 문화재가 반환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