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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직전의 우리 ㅣ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4
김나정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3월
평점 :
멸종직전의 우리라는 제목과 장정에 그려진 일러스트에서 SF판타지적인 소설을 상상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내용과 달리 우리 생활속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래서 더 와닿을수 있었고, 흡입력있게 읽어내려갈수 있었다.
한때 작가를 동경했던 내게 소설은 창작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이상향이었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소설을 읽는 재미이전에 내용을 파악하고 현실을 되돌아 보는 사회성이 짙은 내용의 소설은 그 자체로써 의미가 크다.
이 소설은 결과를 먼저 드러내고 그 과정을 차례로 제시한다. 마치 완성된 집을 보여주고, 그집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차곡차곡 보여주는 듯하다.
양파껍질을 벗겨내듯 의문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각각의 캐릭터에서 사건사고의 흐름을 볼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한편의 옴니버스식 영화를 보는듯하다.사건 당일을 기준으로 각각의 (5~6명) 시각으로 재구성된 형식은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이 책은 소설로써 끝내기 아쉽다는 생각이다.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영화 '도가니'나 '또하나의 약속','변호인' 처럼 사회의 아이러니를 속속들이 캐내어 더많은 사람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줄것이다.
폭력과 분노, 증오에 찬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책임을 질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인권탄압과 비리,거대 자본의 폭력성,공권력의 부당성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사회성 짙은 영화들처럼 이 책또한 그러한 영화들의 소설편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없이 반갑게 느껴진다.
신랄한 비판과 직설적인 문체의 평론과 달리 소설을 통해 현실을 되돌아 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설은 그 이상의 영향을 준다.
소설의 주된 캐릭터들은,복수의 화신이 된 나림의 엄마(권희자),삶을 포기해 버린 이세황(권희자의 남편),살인자가 된 후 윤수인으로 개명한 김선주,살인자를 낳은 죄인이 되버린 김선주의 엄마,당사자 이나림,선주의 아들 조안도로 그들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예순은 넘겼을법한 늙은 여자(권희자)가 김선주를 찾아온다. 없어진 아들을 찾느라 정신없을 상황인데도 김선주는 그녀를 알아본다.
아들 안도를 돌려달라 말하지만, 그 예순의 여자는 나림을 모르냐며 되려 질문하고, 이야기는 과거로 흐른다.
피해자였던 (권선주)가 가해자로 변모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무너져버린 내용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자 한다.
세번의 유산으로 기적적으로 얻게된 아이(이나림)을 그녀의 방식대로 사랑하는 엄마 권희자.
이나림을 자신의 이루지못한 꿈을 대신해 주는 이상으로 여기지만,이나림은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담을 느끼며 인형같은 삶에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 결과 피아노에 대한 부담과 강박관념이 손의 마비를 가져오게 된다.피아노를 동경하는 김선주는 피아노를 잘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나림을 추천한다. 마비로 인해 피아노를 못친 다는 것을 알턱이 없는 김선주.
학급친구들의 웃음을 사게된 것에 이나림은 김선주를 미워하게 되고, 자신을 여신처럼 동경하는 대상인 선주에게 그 분노를 모두 투사한다. 극을 불행으로 몰고 가는 시발점이 드러난 장면이다.
이 장난과 증오에 찬 괴롭힘이 결국 이나림의 죽음으로 마무리 되지만, 이는 또다른 아픔과 증오,복수를 불러일으킨다.
죽음이 일어난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않는 선주의 행동에서 소극적인 모습이 보이고, 그런 선주를 무시하며 품어주지 않으려 하는 가정에서 비극의 가정사를 볼수 있다.
아무도 자신의 인생, 우리 모두의 인생을 생각해 보지 못하게 하는 사회속에서 그들은 구원도 기대도 사라진 삶을 살게된다.
평론가 정여울님의 작품해설처럼 이책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누구도 이 증오와 분노와 폭력의 심연을 들여다 보려 하지 않는다면,멸종 직전의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구해낼수 있을까.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 불편한 질문에 결국 나의 문제로 받아 들이는 태도가 우리를 구원케 한다는 것이다.
가정,사회,국가, 전체를 다루는 문제중에 가장 필요악이자 중요한 문제가 가정사 인것 같다.
너무 앞서도 뒷서도 문제되는 사회문제인것 같다.
가정사에 대한 문제이자, 사회전체의 문제이기도 한 사건을 주제삼아 뼈아픈 질문에 답해 볼수 있게 한다.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