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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ㅣ 시네마틱 노블 2
전혜진 외 지음 / 허블 / 2023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자는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를 읽어보세요
1. SF와 로맨스 장르 둘 다 취향인 사람
2. 책을 읽을 때 호흡 조절이 필요한 사람
3. 너무 진득한 로맨스는 선호하지 않는 사람
4. 사랑에 대한 고민을 '가볍게' 해보고 싶은 사람
5. 새드엔딩보다는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사람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 - 전혜진
가상 세계 '노바에 문두스'의 네임드 '실버레인드리머'가 살아있는 자신의 장례식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노바에 문두스에서 그의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인터넷 속 유저들이 실버레인드리머의 편안한 마지막을 위해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그 결과로 가상 세계에서 시작된 관계가 현실 세계로 귀결되고 아이들은 그 세계에서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됩니다
이거 은근 감동적이었음 신파극이 아닌 잔잔한 여운?
러브, 페어드 - 양제열
언어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언어학자 주인공의 전남편이 서로의 감정을 동기화해 느낄 수 있는 ‘감정 동조 장치’를 발명한 당사자라는 건 당연히 작가의 계획이지만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한 삶이겠죠?
미래 사회에 등장할 수 있는 감성 기술이 어떻게 사랑이라는 관계를 변화시킬지 폭넓은 상상력으로 풀어 쓰면서 기술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단절을 그리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Scene of the Sea - 김효인
뇌와 연동되는 기억 보조 장치를 통해 무엇을 기억할지, 삭제할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모든 것을 잊으려고 결심한 여자 메리가 자신만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살아가는 남자 조를 만나며 펼쳐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심해에 있는 멋진 해저 도시를 배경으로 장면이 시나리오처럼 묘사가 되어 대사, 비주얼 그리고 '도넛'의 맛까지 상상하게 됩니다 왜 도넛이냐면 메리의 직업이 신기하게도 '도넛 아티스트' 거든요

끝의 이야기 - 오정연
동식물이 멸종해 가는 지금의 지구 환경을 배경으로 초월적인 존재와 한 인간의 사랑이 애틋하고도 구원으로 다가오는 소설입니다 난민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수난을 겪다가 드디어 좀 살 만 한가 싶었는데 바로 병을 얻은.. 하나를 위해 신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필멸의 존재가 된 도도의 사랑만큼은 불멸이기를 바라게 되었고요
왠지 엔믹스 멤버가 생각나는, 하나의 스마트팜 아르바이트생 해원이도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 김준녕
제목만 봤을 때 제일 궁금했던 작품인데요 지금 당장 눈 앞에서 펼쳐진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문과 감성 S극 여자 '희'와 외계 생명체를 찾는 일 자체를 업으로 여기는 이과 감성 N극 남자 '최'가 서로를 결코 이해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빠져드는 한 편의 로맨스 시트콤 같으면서도 희의 아픔에, 최의 절실함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소설입니다
앞으로 희가 힘들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두려워할 때 최가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1000100 -이정하
현실 속의 1분을 꿈속에서 100분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LDL(Long Dream Lie) 장치를 통해 임종이 며칠 안 남은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을 전해줄 수 있게 됩니다
사랑하던 남편 영우를 병으로 잃고 316일간을 그의 꿈과 함께 보내게 된 소연은 영우가 살아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며 LDL 속에서라도 행복해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18층에 사는 여자가 영우의 대학 시절 후배인 걸 알면서 둘의 사이를 의심하는데...

‘관계’라는 키워드에 중점을 둔 여섯 개의 SF '로맨스'라는데요
로맨스의 정의를 그 흔한 연인 간의 관계라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첫번째 소설은 사랑이라기보다는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인류애(?)의 느낌에 가깝다고 느껴서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SF가 주가 되는 소설은 맞습니다
전혜진 작가의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은 가상현실에서 유래한 인터넷 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인터넷 관계 20대 30대 정도라면 한 번쯤은 맺어보지 않았나요? 게임 속에서 만나는 것도 블친도 트친도 다 인터넷 관계잖아요 놀랍게도 제게는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인터넷 관계도 있답니다.
인터넷 관계에 대해 허울뿐이라느니, 실체가 없다느니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인터넷으로 인해 오히려 방대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그 0과 1로 이루어진 자아 뒤에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다들 알텐데 그걸 허울없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면 너무 슬픈걸요
양제열 작가의 <러브, 페어드>의 주 소재인 감정 동조 장치만 있다면 불안형도, 회피형도 더이상 감정을 골칫거리로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제가 불안회피형으로서(...) 아주 갖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알고 싶지 않아 사용하기 싫은 기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증명하지 않나? 그렇다면 언어를 건너뛰어 감정을 공유하는 감정 동조 장치는 개인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위협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도 들 것 같습니다
SF와는 다른 결이지만 사랑의 정의를 언어에서 파악해서 '독점'과 '질투'는 사랑의 정의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왠지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이 소설은 꽤나 짧습니다
김효인 작가의 <Scene of the Sea>는 왜 메리의 직업인 '도넛 아티스트'가 너무 재밌어 보였습니다 홀수 달은 도넛을 그리고 짝수 달은 그 다음 달 도넛을 디자인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여행과 예술이 합쳐진 직업이라니!

오정연 작가의 <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초월적인 존재와 사랑을 하는 나.. 는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도도가 어떤 존재인지 더 주어진 단서를 찾아내야 이어서 상상할 맛이 나겠더라고요? 동식물이 멸종하고 있는 지금 현 세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김준녕 작가의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을 읽고는 어.. 7일만에 이렇게 여자 집에 가서 스파게티를 자연스럽게 먹고 손까지 잡는다고? 라고 생각했지만 자석의 N극과 S극이 끌리는 것처럼 사랑은 정반대인 사람들끼리 서로 끌리고 이해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감정이죠
한편으로는 최가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들고 있는 수많은 평행세계 지구 시뮬레이션이 궁금했는데요 그 많은 지구들 중 고구려가 전세계를 제패했다거나..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다거나.. 한국어가 국제 공용어가 되었다거나 하는 가능성을 보였던 세계는 없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정하 작가의 <01000100>은 DREAM의 'D'를 이진법으로 나타낸 거라고 해요
누군가 세상을 떠남으로써 이미 상실의 아픔을 겪었는데, 그 사람이 죽기 전 꾼 긴 꿈에 접속해 그 사람과 다시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죽음이라는 과학도 어찌할 수 없는 현상이 갈라놓은 존재들을 만나게 해 준 것은 결국 과학이네요 관계의 상실을 기술로 극복하려는 이야기입니다
택배 회사의 드론 관리 업무를 하는 영우와 애완봇 미용 관리사 소연 등 주인공들의 직업도 아주 SF다웠습니다
미래 기술이 어떻게 사람의 감성에 영향을 줄지 고민하는 소설(<러브, 페어드>, <01000100>), 사랑 이야기에서 과학 기술에게 감초같은 역할을 제공하는 소설(<Scene of the Sea>,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공상과학 세계관 자체에 사랑 이야기를 넣은 소설(<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 <끝의 이야기>) 여섯 편을 통해 도파민, 엔돌핀, 아드레날린을 가볍게 얻어갈 수 있는 책입니다
똑똑이를 바보로 만들고, 겁쟁이를 용사로 만들고, 차도남녀도 구차한 찌질이로 만들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더 못난 사람이 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는 양가적인 감정 '사랑'과 절대적일 것만 같은 '기술'이 합쳐져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세요!

저 푸념이, 한 귀로 들어와서 그대로 다른 귀로 빠져나가기만을 바라며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하지만 안다. 저 한 마디 한 마디가 뇌리에 깊이 새겨져서, 내가 다른 무엇을 하든 내 머릿속에서 속삭여 오겠지.
"근데 그런 거 있다? 할머니에게 주방 세제는 무조건 퐁퐁이고 메신저는 카톡이고 커뮤니티 게시판은 카페지. 그게 아니란 걸 알아도 어떤 말들은 입에 착 붙어서 잘 안 고쳐진단 말이야."
어른들은 모두에게 같은 옷을 입혀놓으면 가난이 가려질 거라고 쉽게 생각한다. 똑같은 체육복을 입히고, 학교에서 똑같은 문구류를 지급해 주면 아이들은 모를 거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더 빨리 '다른 아이'들을 찾아낸다. 필통에서, 신발주머니에서, 똑같은 체육복의 시접에서, 섬유 사이에 퀴퀴하게 배어 있는 어떤 습기와 냄새를 맡아낸다. 양지에서 옷을 말리지 못하고, 성능 좋은 건조기도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의 그런 냄새를.
"사랑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세요. 엄마는 언어학자잖아요! 거기엔 상대방을 향한 갈망이 사랑의 정의로 나와 있지, 상대를 향한 질투심과 독점하고 싶은 마음은 나와 있지 않아요. 엄마, 제발 사랑의 정의를 보세요. 정의되지 않은 것을 보지 마시고요!"
저기 저 아이가 몇 년 뒤 여기를 또 오게 된다면 손 한 뼘 정도는 더 컸겠죠? 그럼 저 아이에겐 더 이상 똑같은 바다는 아닐 거예요. 얕은 파도에 저렇게 웃지는 않겠죠. 저 파도에 행복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저 아이밖에 없잖아요.
도망치듯 보금자리를 빠져나와 구원인 줄 알고 도착한 땅이 별 볼 일 없다는 이야기는 하나에게 굉장히 익숙했다.
"착하게 살겠다고 아등바등할 것도, 멋대로 살아보자며 모질게 굴 일도 없다는 거야. 지금이 중요하지."
세상을 집어삼키는 산불과 전염병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때,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겨울과 폭우가 언제 끝날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때,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 듯한 맹수와 허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헤아릴 수 없을 때.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 스스로를 구했다.
'두 사람'이 된 둘은 매 순간 노력했다. 인간으로서 서로를 구하기 위해. 냉소에 빠지지 않으면서 현재를 가꾸기 위해.
"그냥. 벗어나고 싶어요. 되도록 여기서 멀리요. 서울에서 지방, 한국에서 외국,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요."
(…)
"그런 말이 있어요. 외계 생명체를 믿는 사람일수록 현실이 불행하대요."
"그래요? 왜요?"
"지구에 있는 존재랑 소통이 안 되니까, 바깥 생명체에 기대를 걸어보는 거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