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러리
사라 스트리스베리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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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해당하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길길

1. 여성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사람

2. 앤디 워홀 총격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

3. 기존과 다른 양식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

4. 북유럽 현대문학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

5. 도발적인 인물과 내용의 책에 끌리는 사람


<밸러리>는 다섯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 아래와 같은 시기가 주를 이룹니다



밤비랜드 : 조지아 주 벤터에서 보낸 밸러리의 유년시절. 아버지 루이스(친아버지이지만 그를 어린 시절 내내 성폭행했다는 밸러리 자신의 증언이 있음)와 어머니 도러시와 함께 단란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만 도러시와는 꽤나 유대감이 있어 보임


바다 : 플로리다주 엘리게이터리프에서 보낸 아마 청소년기?로 짐작이 되어요 '실크 보이'라는 인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때부터 도러시는 루이스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들과 재혼 내지 연애를 반복합니다


실험실 단지 :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국가장학생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는 부분이에요 아마 밸러리의 삶에서 가장 빛나고 미래가 창창한 순간이 아니었을지요? '코스모 걸'이라 불리는 앤 던컨과의 대화가 많은데 연인 관계인 듯 보이나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제대로 읽은 게 맞나요?


팩토리 : 앤디 워홀과 예술 활동으로 알고 지내면서 친목을 다지던 시절입니다 읽으면서 이때쯤 사건이 터지려나? 이때쯤인가? 싶었어요 미래의 우리들은 아는 폭풍전야의 시기


밸러리를 사랑하라 : 앤디 워홀과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총을 쏘는 순간부터 사망하기까지, 밸러리의 사망 전 도러시와 코스모 걸 등등과의 만남 (홀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으니 환상이겠죠?)


앤디 워홀 살인미수 사건 이후 재판 과정, 정신병원에서의 상담, 1988년 브리스틀호텔에서 사망하기까지 몇 주에 걸친 독백 이 세 장면은 다섯 챕터에 걸쳐 순차적으로 계속 진행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밸러리 솔래너스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으며, 이 소설은 그나마도 충분히 재현해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즉 소설 속 인물들도, 사건들도, 그로 인해 일어나는 대화도 모두 허구의 산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우리는 밸러리 솔래너스가 어떤 가치관 사고 취향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분노를 가지고 행동을 했는지 온전하게 알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그러하듯이요


즉 실화를 바탕으로 좀 많이 각색된 소설이라고 보면 되겠죠?


앤디 워홀을 총으로 쐈던 여성 밸러리 솔래너스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밸러리>

두서없이 적어내려간 제 주관적 후기입니다



급진적 페미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가 사실 페미니즘 단체와는 거리를 뒀다는 건 아시는지? 전 몰랐습니다 SCUM 선언문을 보면 누가 봐도 페미니스트인데 말이죠 확실한 점은 그겁니다 이 소설 속 밸러리 솔래너스는 예의/상냥함/신중함 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여론과 도덕에 구애받지 않고, 똥멍청이들의 존중 따위는 무시하면서, 항상 냉철하고 야비하고 더럽고 야만적인 괴짜라는 것입니다


매춘으로 생계를 이었던 밸러리가 자신은 영혼을 파는 것이 아니고 그저 몸에 달려있는 구멍을 파는 것 뿐이라며 파괴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밸러리의 친구 내지 동성 연인으로 보이는 코스모 걸도 비슷해요 코스모 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던컨은 사형 일정이 잡힌 죄수인데 코스모 걸은 국가로부터 장학금을 받기보다 다른 방법을 통해 학비를 충당합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려는 국가의 돈을 받아먹고 싶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읽기 좀 어렵고 난해했는데 이 구성이 익숙해지면 재미있어요 사건이 직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때로는 나중에 일어날 사건이 먼저 묘사되기도 한답니다


챕터마다 한 번씩 A에서 Z까지 알파벳 한 글자로 시작하는 문장이 있는데요 그 챕터의 주제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문장들과 단어들의 연속인 건 알겠는데 아직 어떻게 이런 걸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어요.. 배움은 끝이 없고 소설도 그러하네요


다만 맨 마지막 챕터에 나오는 <알파벳의 이면> 에서는 밸러리의 죽음이 가까워지는 만큼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어떤 증상이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을 어떻게 옆에서 보필하는 것이 좋을지 무미건조하게 적혀있는데요 괜히 읽으면서 나와 친밀한 사람들의 죽음을 앞에 뒀을 때 나는 어떻게 될까, 죽어가는 사람들이 정말 무서워하고 호흡이 길어질 것인가.. 그런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죽어있는 누군가는 봤더라도 죽어가는 누군가를 본 경험은 없거든요



모든 Y 유전자는 실패라거나, 'SCUM' 자체가 남성 근절이라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래디컬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책을 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밸러리 솔래너스를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라면 읽지 않을 확률이 더 높겠지만요


수컷 쥐 없이 암컷 쥐끼리만 임신이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거나, 사형 제도로 인해 국가로부터 목숨을 빼앗긴 여성 죄수들을 떠올리는 등등 대학교 입학 후 시점부터 특히 페미니즘적인 경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내내 여자들에게 삶이란 끔찍하게 지루하며 사회의 어떤 측면도 여성과는 무관하지만, 여성들은 세계를 탐구하고 발견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유희를 즐길 줄 아는 능력이 탁월한 자들이며, 모든 여성은 타인을 해하는 일만이 유일한 잘못이고 사랑이 인생의 의미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는 메시지가 계속적으로 반복되는데 이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권리가 위협당하는 여자라도 왜 총을 쏘지 않지?' '항상 공부하고 항상 글을 읽고 써라' '낯선 남자들이 너희 생각 속으로 억지로 들어오게 하지 말아라'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사람, 네 친구가 될 여학생을 찾아' 등등 소설 중간중간 여자들에게 해주는 수많은 조언은 아마 작가의 가치관과 일맥상통하겠죠?



소설의 원제는 <Drömfakulteten> 스웨덴어로 꿈의 학부라는 뜻인데요 무엇이 '꿈'이었을까요? 이 소설 자체가 허구의 산물이기 때문에 꿈인 걸까요? 밸러리의 메릴랜드대학교 시절이 앞으로 밝은 미래가 보일 거라는 꿈이 어느 정도는 담긴 학부생활이었기 때문일까요? 밸러리가 숨을 거두기 전 도러시와 코스모 걸의 환영이 꿈이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역사의 뒤안길에 있게 된다 해도 이의는 없어요.


세상은 언제나 회귀를 향한 기나긴 갈망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우린 곧 다시 나갈 거라고 말해. 내가 바다 소풍을 기획할 거라고 말해. 죽어가는 창녀들을 위해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파라솔 아래에서 여름 음료를 마시는 하루.


서술자 네가 죽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다른 결말들, 다른 이야기들이 반드시 있을 거야.

밸러리 죽음은 모든 이야기의 결말이야. 해피엔딩이란 없어.


호텔의 침대는 네가 끝내지 않은 모든 일, 잘못한 모든 일로 이루어진 불타는 사막이다. 네가 잊어버린 모든 것과 작별하지 않은 모든 시간으로 이루어진 천길만길 바닷속이다.


포기는 답이 아니고 지랄이 답이야.


누구나 죽어요. 이 나라 사망률은 100퍼센트예요. 우린 모두 사형선고를 받았고, 유일하게 영속적인 건 소멸뿐이에요. 우린 모두 사라질 테고, 죽음은 모든 이야기의 결말입니다. 죽음은 당신도 이깁니다, 의사 선생.


옳은 질문은 이거죠. 그 여자는 왜 총을 쏘지 않지? 도대체 왜 총을 쏘지 않지? 그 여자의 모든 권리가 공격받고 있었어요. 강간당한 여자 아기나 강간당한 여자 동물과 같은 상태. 그런데 왜 그들은 총을 쏘지 않나요?


그건 그렇게 일어났다. 누구에게나 배경이 있다. 무엇에든 시작이 있다. 모든 것은 결말에 이른다.


죽음은 되돌릴 수 없어. 성별은 되돌릴 수 없어. 배경은 되돌릴 수 없어. 운명도 마찬가지. 사랑도 마찬가지. 처형된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아.


혼자 있으면 유토피아죠. 같은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이 현실을 이루고요.


언제나 학생이어야 해. 주부가 되어선 안 돼. 남자의 똥이나 닦아주고 수음한 팬티를 빨아주진 마. 항상 공부해. 항상 글을 읽고 써. 최종 발언권을 남자들에게 넘기지 말고, 낯선 남자들이 너희 생각 속으로 억지로 들어오게 하지 마. 연구를 하고 교수가 되고 작가가 돼. 늘 정신을 바짝 차려. 절대로 마약에 손대지 마.


단지 건물이고, 책이고, 피와 눈물로 이루어진 사람일 뿐이야.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 학교에서 읽으라고 하는 책은 전부 두 번 이상 읽어. 교수들에게 질문하지 마. 겁이 나도 절대로 내색하지 마. 이방인처럼 행동해선 안 돼. 사람들이 너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도록 하지 마.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사람, 네 친구가 될 여학생을 찾아.


태양이 빛나고 하늘이 파란 동안은 약속을 지킬 거라고 말해.


여자의 유년기를 보지 말고, 욕망의 체계 속 그 여자의 자리를 보세요. 가학 성애자와 여성혐오자들 사이에서 보낸 여자의 불행한 유년기를 보시라고요. 어떤 형태나 형식으로든 욕망이라는 선택지는 없죠.


모성은 사회 변화의 잠재력이에요. 가치 있는 모든 건 어머니들이 이루었죠.


교외와 담보대출과 대걸레와 아기 똥으로 이루어진 어른의 세계에 편입하기엔 너무 유치하고, 자식과 남편을 돌보기엔 너무 이기적이고,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치보기엔 너무 개화한 사람들.


여자는 본능적으로 알아, 타인을 해하는 일만이 유일한 잘못이고 사랑이 인생의 의미라는 걸.


이곳은 피의자가 살고 싶은 세상이 아니지만, 자신의 행동을 온전히 책임지기를 원하며, 그 점이 기록에 남겨지기를 원합니다.


밸러리 내가 죽을 때 손 잡아줄 거야?

도러시 잡아줄게. 네가 잠들 때까지 옆에 있을게. 지금이 밤중이라고 하자. 밤은 엄마의 품속처럼, 일식처럼 컴컴하지.


네가 물속을 지나갈 때 내가 네 옆에 있을게

물은 널 삼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불속을 걸을 때

불길은 널 태우지 않을 거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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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ㅣ 시네마틱 노블 2
전혜진 외 지음 / 허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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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자는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를 읽어보세요

1. SF와 로맨스 장르 둘 다 취향인 사람

2. 책을 읽을 때 호흡 조절이 필요한 사람

3. 너무 진득한 로맨스는 선호하지 않는 사람

4. 사랑에 대한 고민을 '가볍게' 해보고 싶은 사람

5. 새드엔딩보다는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사람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 - 전혜진

가상 세계 '노바에 문두스'의 네임드 '실버레인드리머'가 살아있는 자신의 장례식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노바에 문두스에서 그의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인터넷 속 유저들이 실버레인드리머의 편안한 마지막을 위해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그 결과로 가상 세계에서 시작된 관계가 현실 세계로 귀결되고 아이들은 그 세계에서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됩니다

이거 은근 감동적이었음 신파극이 아닌 잔잔한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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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페어드 - 양제열

언어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언어학자 주인공의 전남편이 서로의 감정을 동기화해 느낄 수 있는 ‘감정 동조 장치’를 발명한 당사자라는 건 당연히 작가의 계획이지만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한 삶이겠죠?

미래 사회에 등장할 수 있는 감성 기술이 어떻게 사랑이라는 관계를 변화시킬지 폭넓은 상상력으로 풀어 쓰면서 기술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단절을 그리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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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of the Sea - 김효인

뇌와 연동되는 기억 보조 장치를 통해 무엇을 기억할지, 삭제할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모든 것을 잊으려고 결심한 여자 메리가 자신만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살아가는 남자 조를 만나며 펼쳐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심해에 있는 멋진 해저 도시를 배경으로 장면이 시나리오처럼 묘사가 되어 대사, 비주얼 그리고 '도넛'의 맛까지 상상하게 됩니다 왜 도넛이냐면 메리의 직업이 신기하게도 '도넛 아티스트' 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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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이야기 - 오정연

동식물이 멸종해 가는 지금의 지구 환경을 배경으로 초월적인 존재와 한 인간의 사랑이 애틋하고도 구원으로 다가오는 소설입니다 난민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수난을 겪다가 드디어 좀 살 만 한가 싶었는데 바로 병을 얻은.. 하나를 위해 신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필멸의 존재가 된 도도의 사랑만큼은 불멸이기를 바라게 되었고요

왠지 엔믹스 멤버가 생각나는, 하나의 스마트팜 아르바이트생 해원이도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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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 김준녕

제목만 봤을 때 제일 궁금했던 작품인데요 지금 당장 눈 앞에서 펼쳐진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문과 감성 S극 여자 '희'와 외계 생명체를 찾는 일 자체를 업으로 여기는 이과 감성 N극 남자 '최'가 서로를 결코 이해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빠져드는 한 편의 로맨스 시트콤 같으면서도 희의 아픔에, 최의 절실함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소설입니다

앞으로 희가 힘들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두려워할 때 최가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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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00100 -이정하

현실 속의 1분을 꿈속에서 100분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LDL(Long Dream Lie) 장치를 통해 임종이 며칠 안 남은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을 전해줄 수 있게 됩니다

사랑하던 남편 영우를 병으로 잃고 316일간을 그의 꿈과 함께 보내게 된 소연은 영우가 살아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며 LDL 속에서라도 행복해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18층에 사는 여자가 영우의 대학 시절 후배인 걸 알면서 둘의 사이를 의심하는데...


‘관계’라는 키워드에 중점을 둔 여섯 개의 SF '로맨스'라는데요

로맨스의 정의를 그 흔한 연인 간의 관계라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첫번째 소설은 사랑이라기보다는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인류애(?)의 느낌에 가깝다고 느껴서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SF가 주가 되는 소설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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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 작가의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은 가상현실에서 유래한 인터넷 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인터넷 관계 20대 30대 정도라면 한 번쯤은 맺어보지 않았나요? 게임 속에서 만나는 것도 블친도 트친도 다 인터넷 관계잖아요 놀랍게도 제게는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인터넷 관계도 있답니다.

인터넷 관계에 대해 허울뿐이라느니, 실체가 없다느니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인터넷으로 인해 오히려 방대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그 0과 1로 이루어진 자아 뒤에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다들 알텐데 그걸 허울없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면 너무 슬픈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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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열 작가의 <러브, 페어드>의 주 소재인 감정 동조 장치만 있다면 불안형도, 회피형도 더이상 감정을 골칫거리로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제가 불안회피형으로서(...) 아주 갖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알고 싶지 않아 사용하기 싫은 기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증명하지 않나? 그렇다면 언어를 건너뛰어 감정을 공유하는 감정 동조 장치는 개인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위협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도 들 것 같습니다

SF와는 다른 결이지만 사랑의 정의를 언어에서 파악해서 '독점'과 '질투'는 사랑의 정의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왠지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이 소설은 꽤나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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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인 작가의 <Scene of the Sea>는 왜 메리의 직업인 '도넛 아티스트'가 너무 재밌어 보였습니다 홀수 달은 도넛을 그리고 짝수 달은 그 다음 달 도넛을 디자인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여행과 예술이 합쳐진 직업이라니!


오정연 작가의 <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초월적인 존재와 사랑을 하는 나.. 는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도도가 어떤 존재인지 더 주어진 단서를 찾아내야 이어서 상상할 맛이 나겠더라고요? 동식물이 멸종하고 있는 지금 현 세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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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녕 작가의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을 읽고는 어.. 7일만에 이렇게 여자 집에 가서 스파게티를 자연스럽게 먹고 손까지 잡는다고? 라고 생각했지만 자석의 N극과 S극이 끌리는 것처럼 사랑은 정반대인 사람들끼리 서로 끌리고 이해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감정이죠

한편으로는 최가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들고 있는 수많은 평행세계 지구 시뮬레이션이 궁금했는데요 그 많은 지구들 중 고구려가 전세계를 제패했다거나..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다거나.. 한국어가 국제 공용어가 되었다거나 하는 가능성을 보였던 세계는 없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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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작가의 <01000100>은 DREAM의 'D'를 이진법으로 나타낸 거라고 해요

누군가 세상을 떠남으로써 이미 상실의 아픔을 겪었는데, 그 사람이 죽기 전 꾼 긴 꿈에 접속해 그 사람과 다시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죽음이라는 과학도 어찌할 수 없는 현상이 갈라놓은 존재들을 만나게 해 준 것은 결국 과학이네요 관계의 상실을 기술로 극복하려는 이야기입니다

택배 회사의 드론 관리 업무를 하는 영우와 애완봇 미용 관리사 소연 등 주인공들의 직업도 아주 SF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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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술이 어떻게 사람의 감성에 영향을 줄지 고민하는 소설(<러브, 페어드>, <01000100>), 사랑 이야기에서 과학 기술에게 감초같은 역할을 제공하는 소설(<Scene of the Sea>,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공상과학 세계관 자체에 사랑 이야기를 넣은 소설(<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 <끝의 이야기>) 여섯 편을 통해 도파민, 엔돌핀, 아드레날린을 가볍게 얻어갈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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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이를 바보로 만들고, 겁쟁이를 용사로 만들고, 차도남녀도 구차한 찌질이로 만들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더 못난 사람이 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는 양가적인 감정 '사랑'과 절대적일 것만 같은 '기술'이 합쳐져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세요!


저 푸념이, 한 귀로 들어와서 그대로 다른 귀로 빠져나가기만을 바라며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하지만 안다. 저 한 마디 한 마디가 뇌리에 깊이 새겨져서, 내가 다른 무엇을 하든 내 머릿속에서 속삭여 오겠지.

​

"근데 그런 거 있다? 할머니에게 주방 세제는 무조건 퐁퐁이고 메신저는 카톡이고 커뮤니티 게시판은 카페지. 그게 아니란 걸 알아도 어떤 말들은 입에 착 붙어서 잘 안 고쳐진단 말이야."

​

어른들은 모두에게 같은 옷을 입혀놓으면 가난이 가려질 거라고 쉽게 생각한다. 똑같은 체육복을 입히고, 학교에서 똑같은 문구류를 지급해 주면 아이들은 모를 거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더 빨리 '다른 아이'들을 찾아낸다. 필통에서, 신발주머니에서, 똑같은 체육복의 시접에서, 섬유 사이에 퀴퀴하게 배어 있는 어떤 습기와 냄새를 맡아낸다. 양지에서 옷을 말리지 못하고, 성능 좋은 건조기도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의 그런 냄새를.

​

"사랑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세요. 엄마는 언어학자잖아요! 거기엔 상대방을 향한 갈망이 사랑의 정의로 나와 있지, 상대를 향한 질투심과 독점하고 싶은 마음은 나와 있지 않아요. 엄마, 제발 사랑의 정의를 보세요. 정의되지 않은 것을 보지 마시고요!"

​

저기 저 아이가 몇 년 뒤 여기를 또 오게 된다면 손 한 뼘 정도는 더 컸겠죠? 그럼 저 아이에겐 더 이상 똑같은 바다는 아닐 거예요. 얕은 파도에 저렇게 웃지는 않겠죠. 저 파도에 행복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저 아이밖에 없잖아요.

​

도망치듯 보금자리를 빠져나와 구원인 줄 알고 도착한 땅이 별 볼 일 없다는 이야기는 하나에게 굉장히 익숙했다.

​

"착하게 살겠다고 아등바등할 것도, 멋대로 살아보자며 모질게 굴 일도 없다는 거야. 지금이 중요하지."

​

세상을 집어삼키는 산불과 전염병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때,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겨울과 폭우가 언제 끝날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때,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 듯한 맹수와 허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헤아릴 수 없을 때.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 스스로를 구했다.

​

'두 사람'이 된 둘은 매 순간 노력했다. 인간으로서 서로를 구하기 위해. 냉소에 빠지지 않으면서 현재를 가꾸기 위해.

​

"그냥. 벗어나고 싶어요. 되도록 여기서 멀리요. 서울에서 지방, 한국에서 외국,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요."

(…)

"그런 말이 있어요. 외계 생명체를 믿는 사람일수록 현실이 불행하대요."

"그래요? 왜요?"

"지구에 있는 존재랑 소통이 안 되니까, 바깥 생명체에 기대를 걸어보는 거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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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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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성 인물들이 이야기를 주도하는 소설이 취향인 사람

2. 피아노, 재즈, 타투 등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

3. 겁 많고 신중하지만 자유로움을 남몰래 추구하는 사람

4. 삶을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만 살아봤던 사람

5. 소중한 사람에게 더 많이 사랑받길 바라본 적 있는 사람

6. 지금 곁에 없는 사람과의 영원을 꿈꾼 적 있는 사람

7. 친구의 망한 사랑을 말리다 그 친구와 멀어져 본 사람

8. 인간관계의 허울과 허상에 현타를 느낀 사람

9. 책을 고를 때 표지 미감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10. 다양한 장르와 급전개가 들어간 장편을 좋아하는 사람

​


[줄거리]


여기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마음은 아직도 엄마에게 종속되어 살아온 대치동 마마걸이자 뉴욕의 외톨이 유학생 지유가 있습니다


또 여기 그와는 반대로 감정에 솔직하고 행동에 적극적인,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미국인 대학생 끌로이가 있죠

​

성인이 되고 능동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지유는 끌로이와 단기간에 친해지게 되고, 그에게 끌리면서 둘은 룸메이트가 되기까지 합니다

​

모든 게 완벽하다고 되뇌이며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는 것도 잠시, 서로에게 유일하고 영원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자신과 달리 끌로이는 자신을 좋은 친구들 중 하나로만 여긴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고 지유는 괜한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

게다가 끌로이가 불법체류자에 열 살 많은 남성 멘도와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찔한 불과 같은 사랑을 시작하게 되자 지유는 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지유의 염려와 질투가 점점 선을 넘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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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와 끌로이는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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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존재였던 엄마의 병세가 위중해 한국으로 잠시 귀국한 지유는 끌로이와의 관계 회복에 노력하지만 끌로이는 단 한 번도 답을 보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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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는 한국에서 방황하던 중 우연히 끌로이와 닮은 미지라는 타투 시술점 직원 미지와 얽히게 되고 둘은 점점 친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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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는 끌로이와 형성하는 데 실패했던 완벽하고 유일한 관계를 미지와 만들어내려고 하지만 위험하고 매력적인 지유는 어딘가 이상한 면이 있는데...

​

과연 지유는 엄마의 딸, 끌로이의 룸메이트, 미지의 친한 언니가 아닌 지유 자신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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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점]


모녀, 친구, 연인 등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다양한 관계에 처했을 때 수시로 맞닥뜨리는 갈등과 모순이 담겨 있는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단순하게 '헤짝레(헤녀를 짝사랑한 레즈비언)' 스토리가 아닌가 싶었지만 비록 여성들끼리 서로 사랑하기도 하고 소유하고 싶어하기도 하는 소설일지라도 여기서 성적 지향성이 뭐가 중요한가요? 결국 작가가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관계의 한시성과 그로 인해 필요한 자기 내면의 강인함인데 말이죠


문제 푸는 기계로 자라 단순히 숫자로 나타나는 점수로 뉴욕 대학에 편입 성공했을 뿐, 내면은 아직도 소심하고 미숙한 대치동 마마걸 지유는 조심스럽고 방어적이면서도 완벽하되 유일한 관계를 원하면서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수많은 실수를 합니다만.. 그것은 지유와 반대인 끌로이, 미지도 똑같습니다 끌로이도 불법체류자와 같이 살 생각을 하고 원래 했던 약속도 어기는 등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망한 사랑'을 이어나가고 미지는... (자체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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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이 <안녕, 끌로이>는 미지가 등장하는 챕터 4 부분부터 급격한 장르의 변화를 걷는데요 소설이라서 전혀 시각적인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유가 끌로이와 함께하던 부분은 파란색(끌로이가 파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이후로 눈에 띄었다는 초반 묘사가 있음), 미지와 함께하던 부분은 검은색으로 읽히는 뭔가 공감각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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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알고보니 <안녕, 끌로이>는 원래 지유가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미지를 집에 들이면서 발생하는 악몽 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 이후 벌어지는 나비효과를 통해 누군가와 잘 알고 지낸다는 허울, 누군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시사하는 책이었다고 합니다 첫 기획에서 겹이 더해지고 방향이 바뀌면서 만들어진 장편인지라 끌로이, 엄마 등 다양한 인물과 서사가 발생하고 결국 굴러온 돌 끌로이가 박힌 돌 미지 캐릭터를 밀어냈군요.. 솔직히 흥미로우면서도 조금은 급전개 같다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이해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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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읽었던 프랑스아주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제목이었습니다 <슬픔이여 안녕> 의 '안녕'은 처음 마주했을 때 인사, <안녕, 끌로이>의 안녕은 작별인사더군요


지유는 비록 수많은 사건을 겪고 다양한 실수를 하지만 그로 인해 성장해가며 마지막에는 끌로이에게 용서받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고 끌로이도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에게 이메일로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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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간관계에 최소 한 번은 실패와 좌절이 있지 않았나요? 저 역시 당장 1-2년 전만 해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마감된 수많은 인연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아직도 가끔 되새김질하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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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랑은 영원히 친구로 남을 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기도 했고, 어긋나고 나서도 한동안은 얘가 이런 면에서는 정말 진국이었는데(진국이면 애초에 절연했겠냐?) 싶어서 왜 나를 버렸는지 원망하기도 하고, 내가 버렸는지 이미 저지른 일이면서 고민하기도 하고 애초에 처음부터 거리를 뒀더라면 이런 걸로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생각한 적도 많았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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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OO의 친구'만으로 정의될 수는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 너무 얽매이지는 말고 때로는 안온한 둥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으로 성장해서 결국에는 견고한 자아를 형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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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번 주에 읽었던 박상영의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이 생각나는데요.. 거기서 '감정의 경제성'이라는 단어를 접했거든요 항상 그 관계에 최선을 다하되 그 관계의 유효기간이 종료되면 너무 목매이지 않고 돌아설 수 있는 성질을 말하는 것이었는데요 정작 박상영 작가(본인 피셜)와 저는 감정.. 보다는 분노와 증오라는 괴물에 붙잡혀 있어서 쉽지는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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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나와 완벽하게 맞을 수 없는 불가해한 생명체일지라도 두 생명체가 소통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수많은 불완전을 통해서 삶을 이겨내고 지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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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강 작가의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안녕, 끌로이> 인간관계의 허울과 허상을 넘기고 서투르지만 단단해진 여성이 보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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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구]


은신할 공간은 없지만 절대 내쳐질 일도 없었던 그 안온한 새장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피가 뜨거워야 하는데, 우린 그렇게 타고 나질 않았어. 좌절에 강한 내성만 타고났지."


"도미노의 완성은 잘 쓰러뜨리는 데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쓰러져야만 성공인 거야.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지난번 같은 실수가 가장 바보 같은 것이야. 알겠니?"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다 보면 인생의 달콤한 면도, 고약한 면도, 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제삼자의 눈에는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관계인지 똑똑히 보이는데 당사자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을 때, 얼마나 답답한지 알아?"


무모함은 절대 용납하지 않으면서 실전을 강조했던 엄마의 아이러니.


어쩌면 이방인과 친한 친구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닐지 모른다. 시간과 추억의 축적이 있어야만 관계가 깊어지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세상엔 애초부터 실패가 예견된 일들이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잘될 거로 생각하는 자체가 착각이고 욕심인 일들 말이다.


"앞으로 살면서 언니가 이길 때마다 그게 언니 힘으로 이긴 거라고 착각하지 마. 알량한 상처를 받았다고 진 거라고 착각도 말고."


너는 내게 세상에 유일한 사람이자 모든 이를 합쳐 놓은 사람이었어. 절대 잃어버리거나 빼앗겨서는 안 되는 삶의 전제였어. 너와 나의 삶이 교차하는 시간이 그렇게 짧게 끝나 버리는 건 용납할 수 없었어.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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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이름의 숲
아밀 지음 / 허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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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항에 해당한다면 읽어보시오

1. 아이돌/케이팝에 미쳐있는, 그 중에서도 '여덕'

2. 그 중에서도 여돌에 미친 '여미새'

3. 가상현실 SF를 좋아하는 사람

4. 백합/GL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

5. 학생들의 교우관계에 대한 묘사를 흥미로워하는 사람

6. 따돌림 묘사에 PTSD가 없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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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섯번째 서평단 포스팅

<너라는 이름의 숲(가제본)> 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

​

줄거리

이상기후와 미세먼지로 인해 가상 현실에서 살아가면서 가짜 음식, 가짜 아름다움, 가짜 만남, 가짜 감각의 삶에 싫증이 난 미래 사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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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의 혜택을 누리는 '중산층' 대중은 진짜 채소와 고기와 과일과 향신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원하고, 진짜 꽃과 호수를 구경하며 진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하고, 진짜 사람을 만나 진짜 체온을 나누고 진짜 사랑을 하고 싶기에 '진짜'에 집착하며 인간 아이돌 이채에게 열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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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아이돌 이채(여성 이채선)은 살이 찌면 어쩌나,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쩌나, 말투가 밉보이면 어쩌나, 누군가 흉보면 어쩌나 매 순간 전전긍긍하고 '거칠게 자랐지만 영혼은 순수한 소녀 이채' 컨셉에 허무와 권태를 느끼지만 그럭저럭 먹고 살기 위해 열정을 연기하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첫 장면부터 데뷔 초 자신의 영상을 보다 폭식을 시작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이죠..



한편 아칸타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걸릴 수 있는 '가상현실 저항증', 즉 가저증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정숲은 허다온과 연극부 일행의 따돌림에도 굴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남몰래 열정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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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는 이번 활동 컨셉 뮤직 비디오 때문에 자신의 모교인 정숲과 허다온의 학교로 향하는데요 이채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할 조연/엑스트라를 재학생 중에서 모집하게 되면서 다온은 조연, 숲은 엑스트라를 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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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온은 무해하고 친근한 척 하며 정숲을 고립시키려 하지만 연예계 짬으로 다온의 의도를 궤뚫어보는 이채는 다온을 탐탁치 않아하고 숲이 다온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굉장히 빨리 눈치채게 되는데요

​

이채는 점점 남들과 다르게 자신의 관심을 갈구하지 않는 정숲에게 끌리고 정숲은 정숲대로 이채를 향한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데...



생각

기본적으로 가상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이 부의 상징이라는 SF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 작가의 말처럼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칸타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세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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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전적이 있는 숲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동급생들의 악행을 보며 바이러스 혐오란 무엇인가.. 싶고 코로나 초창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학생이 아니기에 누군가를 따돌리지는 않았지만 기침만 해도 사람을 피하게 되고 눈치줬을 수도 있었던 시기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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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살면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다양한 전염병을 겪었지만 유독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혐오가 심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제가 나이를 먹으며 더 겁이 많아지고 접하는 소식이 늘어나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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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에서 볼 수 있듯이 소설 설명만 볼 때는 몰랐지만 이 소설에서는 여학생들의 교우관계에 대한 현실이 적나라했습니다 어른들은 모두가 아이들을 친구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안에서도 말 한 번 섞지 않아본 사이가 있고 다른 반이 되면 인사조차 하지 않고 눈도 피할 사이가 있는 법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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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폭력은 아니지만 동급생들과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토라지기도 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지 않나요 그리고 저희 동네가 애들이 좀 이상했던 건지 모르겠는데 제 주변 여자애들 대부분은 왕따를 시켜봤거나 당해봤거나 방관해본 경험이 있더라고요.. 특히 당해본 경험이 정말 많았습니다 따돌림을 주도했든, 당했든, 또는 방관했든 자신의 학창시절을 한번쯤은 돌아보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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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지망생 여러분~

동년배들 괴롭히면 아이돌 못 하는 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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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작가처럼 그리고 주인공 정숲처럼 '여성 아이돌을 덕질하는 여성 덕후'이기 때문입니다 작가 역시 여자 아이돌을 덕질하는 여덕이라 심도 있는 상황 연출과 묘사가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포항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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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이채와 팬 정숲의 러브스토리(?)에는 ⓐ 여성 아이돌의 성적 대상화 ⓑ 사람으로서의 성향은 존중하지 않고 대중의 입맛대로 꾸며지는 아이돌의 이미지 ⓒ 몸매 관리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 여자 아이돌이라면 무조건 '선하고 천진한 아기' 또는 '남자에게 꼬리치는 창녀'일거라는 사람들의 편견 ⓔ 아이돌에게 작곡/작사 실력을 요구하지만 겨우 가사 단어 몇 개, 음절 두 마디 이런 식으로 아이돌의 발전이 아닌 홍보를 위해 곡에 참여시기는 행위 등 아이돌 산업에 대한 비판이 녹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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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돌을 무조건 성녀나 악녀 프레임에 씌우지는 않지만 당장 트위터만 봐도 가끔 특정 행동을 한 여돌을 조리돌림하거나 '하여자'라고 비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그런 행동을 보면 대부분 일반인 여성이 하면 딱히 걸고 넘어지지 않는데 여돌이라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되더라고요.. 누구는 딸기 두 손으로 집고 나눠서 베어먹는다고 내숭 떤다느니 누구는 딸기 꼭지채로 먹는다고 없어보인다느니 . . . 아 하나만 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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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 멤버 좀 관능적으로 나오는 영상에 대고 '한남(한국남자)됨' 이런식으로 말하는 것도 싫거든요 성결국은 적 대상화랑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요즘 내가 여자 아이돌이 아니라 그저 '코르셋'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을 가졌기에 더 이런식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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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올렸고 인용구에도 작성했지만 이채가 정숲에게 내심 칭찬을 갈구하고 자신이 가꿔 왔던 외면에 대해 칭찬받고 싶어하는 장면과, 정숲이 이채를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이라 표현하면서 '어떤 연료로 어떻게 타올라 빛을 발산하는지 지켜보고 싶'다며 찬양하는 장면에서 서로의 속마음이 묘사된 문장이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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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자 아이돌과 여덕을 통해 케이팝 산업의 어두운 면과 학교폭력을 고발하고, SF 세계관까지 녹여내린 <너라는 이름의 숲> 가볍게 시작했지만 마냥 재미만을 위해 읽지 않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좋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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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구

잘해도, 잘하지 못해도 돌아오는 것이 적의뿐이라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최대한 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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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영위하는 삶은 가치가 없지만 진짜를 전시하는 삶은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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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팬들은 이채를 어린 창녀쯤으로 여기는 여성 대중과 어린 창녀로 만들고 싶어 하는 남성 대중 모두를 미워했고, 이채는 어디까지나 순수하고 선량한 여성 청년이라고 변호했다. 서울 출신 여성이라고 해서 성적으로 문란하다거나 만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지역 차별이며 이채의 품위를 깎아내리는 악의적인 폭력이라는 논지였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이채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한 아기였다.

​

어른들은 그저 같은 반에 소속된 아이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 사이라고 규정했다. '같은 반 친구'라니. 그 안에서 적과 원수와 일시적 동맹과 배신자와 중재자와 아웃사이더가 촘촘하게 나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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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귓속말을 들었다는 것은 이미 그 사람의 음모에 공모했다는 뜻이 되니까. 게다가 그 공모의 현장을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목격당하게 된다.

​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가 있고 그중 많은 것이 이채에게는 다분히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이런, 타인의 위력에 취약한 연주가 연주일 수 있지? 심지어 저 연주는 이채의 위력을 손짓해 부르기까지 하는 듯했다. 타인의 모든 영향력이 차단되는 견고하고 완전한 가상현실과는 달랐다. 연약함이란, 불완전함이란 폭력에 맞설 힘이 없는 것을 넘어서 차라리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성질 같았다.

​

당연하게도 이채는 칭찬을 좋아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를 좋아했다. 그것은 마치 음식과도 비슷해서 중독적이었고 들으면 기분이 좋았지만, 얼마 못 가 효과가 떨어졌고 너무 많이 들으면 심드렁해졌다. 그걸 알면서도 늘 원했다.

​

선배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이 이런 시궁창에서 건져낸 행복의 의미를 뭐 하러 알아야 하겠어요? 저는 선배의 빛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선배가 어떤 연료로 어떻게 타올라 빛을 발산하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그 빛에 얼굴과 손을 찍고 싶어요.

​

사랑과 미움은 서로를 상쇄해 주지 않았다.

​

너를 사랑한다면서 왜 네가 살찌면 그만 사랑하는 거야?

​

"동정심과 애정을, 호기심과 사랑을 구분할 줄 알아?"

​

여돌은 흔히 케이팝 산업의 피해자라고 합니다. 그들은 무리한 다이어트와 미용 시술과 성형 수술을 감내하며 대중의 가혹한 외모 평가에 시달립니다. 충분히 먹고 놀고 자고 공부하며 자라야 할 청소년 시기에 성인도 소화하기 어려운 스케줄을 감당하며 노동하고, 카메라 앞에서 끊임없이 대상화되며 온갖 악의적 소문과 여론에 노출되지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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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훔친 여자
설송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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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부류에 해당하면 읽으시오

1) 북한의 실상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

2) 자급자족 성공하는 여성 서사를 사랑하는 사람

3) 경제 이야기를 잘 몰라도 관심은 있는 사람

4) '인생 2회차' 회귀물이 취향인 사람

5) 에피소드와 스토리가 많은 걸 좋아하는 사람


2015년, 양잿물을 잘못 들이킨 딸 미애를 살리기 위해

몰래 약을 훔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주인공 봄순이가

사망 직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1998년으로 부활(?) 및 회귀하게 되는데..

​

이번에는 딸 미애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잃지 않겠다며

당과 국가가 만든 순종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제 주체로 자리잡으며 시련과 끈기를 보여주는

경제+여성서사+회귀물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

1998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 경제생활상을 담았는데

이 모든 걸 인생 2회차인 여성이 320쪽 만에 다 한다..

​

- 떡으로 시작해서 주유소 자금의 흐름을 터득함

- 전 생에서 자신을 망가뜨린 상사를 이용함

- 타 주유소 업체와 식당, 단골 등 온갖 수단으로 경쟁함

- 시간대, 직종에 따른 고객 분석까지 함

- 뇌물을 주고 원액을 사서 아스피린을 직접 제조함

- 전남편의 모략으로 동림교화소에 끌려가서도 지위를 얻음

- 출소 후 예전 주유소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함

- 십만원이 천원이 된 화폐개혁 피바람을 지켜봄

- 평양으로 정시에 가는 디젤유 기관차 철도사업 착수



일단 봄순이는 총명하다

물론 인생 2회차라는 치트키가 있기는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지 않습니까

​

물론 딸 미애를 향한 그리움도 그렇고

교화소 출신 동찬에게서 아버지 영민의 처지를 보면서

내쫓지 않고 직원으로 삼는 것도 그렇고

아파트를 지을 때 일공에게 집에 다녀오라며

3만원(북에서는 큰 돈이쥬)을 쥐어주기도 하고

정도 있어서 그 정이 나중에 봄순을 많이 돕기도 함

​

이게 바로 독기 가득한 조선 신여성이다..

그런데 이 일들의 일부? 어쩌면 대부분?은

작가가 작품 배경이자 고향인 평안남도 순천에서

실제로 살아남기 위해 해 본 일들이라고 합니다

역시 여자는 강합니다

누가 여자들 보고 아무것도 못하는 오또케충이래요

​

​

속물적이고 가부장적인 철면피 개쓰레기 전 남편 철욱

감성 풍부하고, 내성적이며 도덕의식 강한 첫사랑 우진

직설적이고 거칠고 외향적이고 실리적인 일꾼 동찬

​

누군가는 봄순을 돕고, 누군가는 괴롭히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각 인물의 개성이 돋보입니다

(그런데... 꼭 동찬이랑 사랑에 빠져야 했나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생명력이 끈질겨야 하는 게 아니구나

어디서나 사람은 질기고 거칠어야 살 수 있는구나 싶어요

실리도 추구해야 하는데 저는 빡대가리고요

예를 들어 화폐개혁 피바람이나 달러교환 사태 등등은

하루아침에 거렁뱅이가 된 거나 다름없는 일화였는데

실제로 내가 당했다면 어땠을까요

어제 십만원이었던 폐가 가치를 잃고 오늘 천원이 된다면?

​

북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무래도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는데요

한반도가 (남쪽으로 흡수)통일이 된다면

세금이 엄청 깨지는 게 큰 단점이기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북녘 땅을 맨 눈으로 볼 수 있을 거란 사실은 기대가 됩니다

탈북자나 이산가족들은 자신의 고향을 다시는 못 가니까요..

저 문화류씨인데 '문화'가 황해도 신천이거든요?

평생 내 뿌리가 시작된 곳을 갈 수 없음 ㅠㅠ

​

​

봄순이라는 이름 뜻이 '봄날의 새순'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들으면 이렇게 촌스러운 이름이 없지만

요즘 북한에서는 MZ세대 이름이나 다름없다 합니다

하긴.. 1-2년 전에 봤던 북한 뉴스 중에

한국식? 이름 금지하고 체제를 찬양하는 이름이 많던데

총일 탄일 폭일 막 이러더라고요 이름이?

그럼 여기서 잠시 밸런스 게임!

​

이름 마지막글자에 순옥자춘례 들어간 MZ세대로 살기

vs

이름 총일 탄일 폭일인 MZ세대로 살기

​

​

이렇게 남과 북이 갈라진 지 어연 70여년..

점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말이 통하고 정도 통한다는 게 신기하네요

정말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일까요

​

아 그런데 제일 통하는 게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반도를 강타하는 그것은....

회귀물에서도 어김없이 변하지 않는 것은......

감수성 가득한 우진이마저 피할 수 없었던....

'가부장제'

ㅋㅋ

​

​

아무쪼록 한반도에 살아가는 여성들이

아버지, 남편, 남자 형제, 아들에게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경제적 능력을 지키고 살아가길 기원하며

북한 or 여성 or 회귀물이 취향이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후불제라는 기회가 그녀의 야망을 자극했다.

​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안전부는 안전하게, 당 비서는 당당하게 주민들의 장사를 불법 행위로 몰아세우고 악착같이 뇌물을 뜯어냈다. 머리가 좋은 인재들은 이잣돈을 빌려 사법 간부를 양성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사법 간부가 되어 뇌물을 갈취하는 방법부터 배웠다.

​

"생각하면 어이없죠. 여자가 남편의 양말이나 빨자고 결혼을 하는가요? 남자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공대해야 하는 것이 여자의 의무예요? 여자도 자신만의 감정이 있어요. 그런데 그 감정까지도 남편 마음대로예요."

​

사회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 시장이 태동해 발전하던 과도기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에게 아픔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신분 상승의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 속에서 사랑을 하고 이별도 했다. 장마당 지각생이 되지 않겠다며 치열하게 토닥거리다가도 모든 사람이 한 잔의 술로 화끈하게 껴안던 그 시절은 내 삶의 전부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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