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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훔친 여자
설송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평점 :
아래 부류에 해당하면 읽으시오
1) 북한의 실상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
2) 자급자족 성공하는 여성 서사를 사랑하는 사람
3) 경제 이야기를 잘 몰라도 관심은 있는 사람
4) '인생 2회차' 회귀물이 취향인 사람
5) 에피소드와 스토리가 많은 걸 좋아하는 사람

2015년, 양잿물을 잘못 들이킨 딸 미애를 살리기 위해
몰래 약을 훔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주인공 봄순이가
사망 직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1998년으로 부활(?) 및 회귀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딸 미애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잃지 않겠다며
당과 국가가 만든 순종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제 주체로 자리잡으며 시련과 끈기를 보여주는
경제+여성서사+회귀물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 경제생활상을 담았는데
이 모든 걸 인생 2회차인 여성이 320쪽 만에 다 한다..
- 떡으로 시작해서 주유소 자금의 흐름을 터득함
- 전 생에서 자신을 망가뜨린 상사를 이용함
- 타 주유소 업체와 식당, 단골 등 온갖 수단으로 경쟁함
- 시간대, 직종에 따른 고객 분석까지 함
- 뇌물을 주고 원액을 사서 아스피린을 직접 제조함
- 전남편의 모략으로 동림교화소에 끌려가서도 지위를 얻음
- 출소 후 예전 주유소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함
- 십만원이 천원이 된 화폐개혁 피바람을 지켜봄
- 평양으로 정시에 가는 디젤유 기관차 철도사업 착수

일단 봄순이는 총명하다
물론 인생 2회차라는 치트키가 있기는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지 않습니까
물론 딸 미애를 향한 그리움도 그렇고
교화소 출신 동찬에게서 아버지 영민의 처지를 보면서
내쫓지 않고 직원으로 삼는 것도 그렇고
아파트를 지을 때 일공에게 집에 다녀오라며
3만원(북에서는 큰 돈이쥬)을 쥐어주기도 하고
정도 있어서 그 정이 나중에 봄순을 많이 돕기도 함
이게 바로 독기 가득한 조선 신여성이다..
그런데 이 일들의 일부? 어쩌면 대부분?은
작가가 작품 배경이자 고향인 평안남도 순천에서
실제로 살아남기 위해 해 본 일들이라고 합니다
역시 여자는 강합니다
누가 여자들 보고 아무것도 못하는 오또케충이래요
속물적이고 가부장적인 철면피 개쓰레기 전 남편 철욱
감성 풍부하고, 내성적이며 도덕의식 강한 첫사랑 우진
직설적이고 거칠고 외향적이고 실리적인 일꾼 동찬
누군가는 봄순을 돕고, 누군가는 괴롭히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각 인물의 개성이 돋보입니다
(그런데... 꼭 동찬이랑 사랑에 빠져야 했나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생명력이 끈질겨야 하는 게 아니구나
어디서나 사람은 질기고 거칠어야 살 수 있는구나 싶어요
실리도 추구해야 하는데 저는 빡대가리고요
예를 들어 화폐개혁 피바람이나 달러교환 사태 등등은
하루아침에 거렁뱅이가 된 거나 다름없는 일화였는데
실제로 내가 당했다면 어땠을까요
어제 십만원이었던 폐가 가치를 잃고 오늘 천원이 된다면?
북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무래도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는데요
한반도가 (남쪽으로 흡수)통일이 된다면
세금이 엄청 깨지는 게 큰 단점이기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북녘 땅을 맨 눈으로 볼 수 있을 거란 사실은 기대가 됩니다
탈북자나 이산가족들은 자신의 고향을 다시는 못 가니까요..
저 문화류씨인데 '문화'가 황해도 신천이거든요?
평생 내 뿌리가 시작된 곳을 갈 수 없음 ㅠㅠ
봄순이라는 이름 뜻이 '봄날의 새순'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들으면 이렇게 촌스러운 이름이 없지만
요즘 북한에서는 MZ세대 이름이나 다름없다 합니다
하긴.. 1-2년 전에 봤던 북한 뉴스 중에
한국식? 이름 금지하고 체제를 찬양하는 이름이 많던데
총일 탄일 폭일 막 이러더라고요 이름이?
그럼 여기서 잠시 밸런스 게임!
이름 마지막글자에 순옥자춘례 들어간 MZ세대로 살기
vs
이름 총일 탄일 폭일인 MZ세대로 살기
이렇게 남과 북이 갈라진 지 어연 70여년..
점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말이 통하고 정도 통한다는 게 신기하네요
정말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일까요
아 그런데 제일 통하는 게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반도를 강타하는 그것은....
회귀물에서도 어김없이 변하지 않는 것은......
감수성 가득한 우진이마저 피할 수 없었던....
'가부장제'
ㅋㅋ
아무쪼록 한반도에 살아가는 여성들이
아버지, 남편, 남자 형제, 아들에게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경제적 능력을 지키고 살아가길 기원하며
북한 or 여성 or 회귀물이 취향이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후불제라는 기회가 그녀의 야망을 자극했다.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안전부는 안전하게, 당 비서는 당당하게 주민들의 장사를 불법 행위로 몰아세우고 악착같이 뇌물을 뜯어냈다. 머리가 좋은 인재들은 이잣돈을 빌려 사법 간부를 양성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사법 간부가 되어 뇌물을 갈취하는 방법부터 배웠다.
"생각하면 어이없죠. 여자가 남편의 양말이나 빨자고 결혼을 하는가요? 남자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공대해야 하는 것이 여자의 의무예요? 여자도 자신만의 감정이 있어요. 그런데 그 감정까지도 남편 마음대로예요."
사회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 시장이 태동해 발전하던 과도기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에게 아픔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신분 상승의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 속에서 사랑을 하고 이별도 했다. 장마당 지각생이 되지 않겠다며 치열하게 토닥거리다가도 모든 사람이 한 잔의 술로 화끈하게 껴안던 그 시절은 내 삶의 전부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