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이름의 숲
아밀 지음 / 허블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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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항에 해당한다면 읽어보시오

1. 아이돌/케이팝에 미쳐있는, 그 중에서도 '여덕'

2. 그 중에서도 여돌에 미친 '여미새'

3. 가상현실 SF를 좋아하는 사람

4. 백합/GL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

5. 학생들의 교우관계에 대한 묘사를 흥미로워하는 사람

6. 따돌림 묘사에 PTSD가 없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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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섯번째 서평단 포스팅

<너라는 이름의 숲(가제본)> 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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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이상기후와 미세먼지로 인해 가상 현실에서 살아가면서 가짜 음식, 가짜 아름다움, 가짜 만남, 가짜 감각의 삶에 싫증이 난 미래 사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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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의 혜택을 누리는 '중산층' 대중은 진짜 채소와 고기와 과일과 향신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원하고, 진짜 꽃과 호수를 구경하며 진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하고, 진짜 사람을 만나 진짜 체온을 나누고 진짜 사랑을 하고 싶기에 '진짜'에 집착하며 인간 아이돌 이채에게 열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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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아이돌 이채(여성 이채선)은 살이 찌면 어쩌나,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쩌나, 말투가 밉보이면 어쩌나, 누군가 흉보면 어쩌나 매 순간 전전긍긍하고 '거칠게 자랐지만 영혼은 순수한 소녀 이채' 컨셉에 허무와 권태를 느끼지만 그럭저럭 먹고 살기 위해 열정을 연기하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첫 장면부터 데뷔 초 자신의 영상을 보다 폭식을 시작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이죠..



한편 아칸타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걸릴 수 있는 '가상현실 저항증', 즉 가저증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정숲은 허다온과 연극부 일행의 따돌림에도 굴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남몰래 열정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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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는 이번 활동 컨셉 뮤직 비디오 때문에 자신의 모교인 정숲과 허다온의 학교로 향하는데요 이채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할 조연/엑스트라를 재학생 중에서 모집하게 되면서 다온은 조연, 숲은 엑스트라를 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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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온은 무해하고 친근한 척 하며 정숲을 고립시키려 하지만 연예계 짬으로 다온의 의도를 궤뚫어보는 이채는 다온을 탐탁치 않아하고 숲이 다온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굉장히 빨리 눈치채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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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는 점점 남들과 다르게 자신의 관심을 갈구하지 않는 정숲에게 끌리고 정숲은 정숲대로 이채를 향한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데...



생각

기본적으로 가상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이 부의 상징이라는 SF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 작가의 말처럼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칸타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세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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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전적이 있는 숲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동급생들의 악행을 보며 바이러스 혐오란 무엇인가.. 싶고 코로나 초창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학생이 아니기에 누군가를 따돌리지는 않았지만 기침만 해도 사람을 피하게 되고 눈치줬을 수도 있었던 시기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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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살면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다양한 전염병을 겪었지만 유독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혐오가 심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제가 나이를 먹으며 더 겁이 많아지고 접하는 소식이 늘어나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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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에서 볼 수 있듯이 소설 설명만 볼 때는 몰랐지만 이 소설에서는 여학생들의 교우관계에 대한 현실이 적나라했습니다 어른들은 모두가 아이들을 친구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안에서도 말 한 번 섞지 않아본 사이가 있고 다른 반이 되면 인사조차 하지 않고 눈도 피할 사이가 있는 법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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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폭력은 아니지만 동급생들과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토라지기도 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지 않나요 그리고 저희 동네가 애들이 좀 이상했던 건지 모르겠는데 제 주변 여자애들 대부분은 왕따를 시켜봤거나 당해봤거나 방관해본 경험이 있더라고요.. 특히 당해본 경험이 정말 많았습니다 따돌림을 주도했든, 당했든, 또는 방관했든 자신의 학창시절을 한번쯤은 돌아보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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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지망생 여러분~

동년배들 괴롭히면 아이돌 못 하는 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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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작가처럼 그리고 주인공 정숲처럼 '여성 아이돌을 덕질하는 여성 덕후'이기 때문입니다 작가 역시 여자 아이돌을 덕질하는 여덕이라 심도 있는 상황 연출과 묘사가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포항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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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이채와 팬 정숲의 러브스토리(?)에는 ⓐ 여성 아이돌의 성적 대상화 ⓑ 사람으로서의 성향은 존중하지 않고 대중의 입맛대로 꾸며지는 아이돌의 이미지 ⓒ 몸매 관리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 여자 아이돌이라면 무조건 '선하고 천진한 아기' 또는 '남자에게 꼬리치는 창녀'일거라는 사람들의 편견 ⓔ 아이돌에게 작곡/작사 실력을 요구하지만 겨우 가사 단어 몇 개, 음절 두 마디 이런 식으로 아이돌의 발전이 아닌 홍보를 위해 곡에 참여시기는 행위 등 아이돌 산업에 대한 비판이 녹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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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돌을 무조건 성녀나 악녀 프레임에 씌우지는 않지만 당장 트위터만 봐도 가끔 특정 행동을 한 여돌을 조리돌림하거나 '하여자'라고 비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그런 행동을 보면 대부분 일반인 여성이 하면 딱히 걸고 넘어지지 않는데 여돌이라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되더라고요.. 누구는 딸기 두 손으로 집고 나눠서 베어먹는다고 내숭 떤다느니 누구는 딸기 꼭지채로 먹는다고 없어보인다느니 . . . 아 하나만 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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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 멤버 좀 관능적으로 나오는 영상에 대고 '한남(한국남자)됨' 이런식으로 말하는 것도 싫거든요 성결국은 적 대상화랑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요즘 내가 여자 아이돌이 아니라 그저 '코르셋'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을 가졌기에 더 이런식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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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올렸고 인용구에도 작성했지만 이채가 정숲에게 내심 칭찬을 갈구하고 자신이 가꿔 왔던 외면에 대해 칭찬받고 싶어하는 장면과, 정숲이 이채를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이라 표현하면서 '어떤 연료로 어떻게 타올라 빛을 발산하는지 지켜보고 싶'다며 찬양하는 장면에서 서로의 속마음이 묘사된 문장이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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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자 아이돌과 여덕을 통해 케이팝 산업의 어두운 면과 학교폭력을 고발하고, SF 세계관까지 녹여내린 <너라는 이름의 숲> 가볍게 시작했지만 마냥 재미만을 위해 읽지 않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좋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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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구

잘해도, 잘하지 못해도 돌아오는 것이 적의뿐이라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최대한 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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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영위하는 삶은 가치가 없지만 진짜를 전시하는 삶은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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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팬들은 이채를 어린 창녀쯤으로 여기는 여성 대중과 어린 창녀로 만들고 싶어 하는 남성 대중 모두를 미워했고, 이채는 어디까지나 순수하고 선량한 여성 청년이라고 변호했다. 서울 출신 여성이라고 해서 성적으로 문란하다거나 만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지역 차별이며 이채의 품위를 깎아내리는 악의적인 폭력이라는 논지였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이채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한 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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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그저 같은 반에 소속된 아이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 사이라고 규정했다. '같은 반 친구'라니. 그 안에서 적과 원수와 일시적 동맹과 배신자와 중재자와 아웃사이더가 촘촘하게 나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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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귓속말을 들었다는 것은 이미 그 사람의 음모에 공모했다는 뜻이 되니까. 게다가 그 공모의 현장을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목격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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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경우의 수가 있고 그중 많은 것이 이채에게는 다분히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이런, 타인의 위력에 취약한 연주가 연주일 수 있지? 심지어 저 연주는 이채의 위력을 손짓해 부르기까지 하는 듯했다. 타인의 모든 영향력이 차단되는 견고하고 완전한 가상현실과는 달랐다. 연약함이란, 불완전함이란 폭력에 맞설 힘이 없는 것을 넘어서 차라리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성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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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이채는 칭찬을 좋아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를 좋아했다. 그것은 마치 음식과도 비슷해서 중독적이었고 들으면 기분이 좋았지만, 얼마 못 가 효과가 떨어졌고 너무 많이 들으면 심드렁해졌다. 그걸 알면서도 늘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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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이 이런 시궁창에서 건져낸 행복의 의미를 뭐 하러 알아야 하겠어요? 저는 선배의 빛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선배가 어떤 연료로 어떻게 타올라 빛을 발산하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그 빛에 얼굴과 손을 찍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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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미움은 서로를 상쇄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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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면서 왜 네가 살찌면 그만 사랑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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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심과 애정을, 호기심과 사랑을 구분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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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은 흔히 케이팝 산업의 피해자라고 합니다. 그들은 무리한 다이어트와 미용 시술과 성형 수술을 감내하며 대중의 가혹한 외모 평가에 시달립니다. 충분히 먹고 놀고 자고 공부하며 자라야 할 청소년 시기에 성인도 소화하기 어려운 스케줄을 감당하며 노동하고, 카메라 앞에서 끊임없이 대상화되며 온갖 악의적 소문과 여론에 노출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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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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