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한가지 철학개념 (부제: 읽어보면 알게 된다.) 서평: 최병유

 

모든 책은 읽어주는 것을 간절히 바란다. 그 간절함은 읽는 내내 책 속에서 드러난다. 그 간절함은 때로 명쾌함, 균형감, 다양함, 친절함등등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그 간절함이 있다. 읽어보면 알게 된다.

 


[저자의 책소개]

1. 저자

  이 책은 3인 공동저작이다. 캘리 제임스 클락과 제임스 K. A. 스미스라는 철학자 두 명과 리처드 린츠라는 신학자가 신학과 철학의 이해를 위해 쓴 책이다. 그래서 이들이 제시하는 책의 저술 방향과 목적은 명확하다.

 


2. 저술방향

  이 책은 서문에서부터 '사전'(p7)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 대상은 "신학생 및 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모두"(p7)라고 밝힌다. 그리고 책의 저술방법은 '접근성'(p7)을 가장 중요시 한다고 말한다. 저술방향과 목적이 정말 명확하지 않은가?

 


3.저술목적

  이 책의 저술목적은 사전이다.  그 정체성에 맞게  첫번째 목적은 '자료제공'(p8)이다. 두번째는 단순한 모음집이 아닌 "철학 용어들과 철학자들에 대해 논하는 쪽"(p8)을 택했다고 밝힌다. 그래서 이 책은 알게 하는 것 위에 고민을 더해준다. 그 고민은 "지식적인 것"에 대한 '궁금증'과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의혹'이다. 세번째는 '균형'(p10)이다. 한쪽을 변론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공평하게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친절한 방향성과 목적을 가진 이 책의 내용은 과연 어떨까? 궁금함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독자로서의 책소개]

1. 101권 책의 요약본

  먼저 각 주제를 다룬 저자들의 학문적 소양은 백과사전을 대하는 듯했다. 그들의 글에 나타난 고민은 "무엇을 쓸것인가?"라기 보다는 "무엇을 선별할 것인가?"에 있었다. 그들은 새로 사온 음식재료를 깨끗하게 씻어서 요리할 수 있는 재료로 잘 발라내듯 각각의 주제를 설명한다. 친절한 해설과 주변 개념, 그리고 논란을 제시한다. 그렇게  그들이 깨끗이 발라낸 재료들은 독자 앞에 내놓아 진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 재료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이런 재료들을 이만큼씩 준비해서 중불에 튀기고 약한 불에 몇분간 조려야 합니다."라고... 어쩌면 이 책은 101가지의 주제를 다뤘다기 보다는 101권의 전문서적 한권을 지우고 지워서 한 면에 담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독자에게 낭패감과 도전감을 같이 준다.  "이 요리를 어떻게 하지?"와 "어쩌면 나도 맛있는 요리를 하게 될지도 몰라!"라는!

 


2. 뿌리와 가지

  101가지의 철학개념을 다루며 저자는 이 책의 뿌리가 역사라는 것을 밝히며,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계몽주의"(p8)를 가장 많이 인용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한 가지의 주제를 다루며 여기저기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또 다른 생각의 가지들을 보게 된다.  동시에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그 수많은 타당한 생각의 가지들이 과연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그것을 알게 해주고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어쩌면 철학의 사명은 수없이 뻗어 있는 그 복잡한 가지들이 어디로부터 연결되어 있는지 안내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이 책에서 그 뿌리를 함께 보여준다.

 


3. 은근한 기독교 신앙의 후원자

  이 책이 다루는 주제들을 보며 아직 씨앗조차 심지못한 밭과 같은 허허로움을 느낀다. 수많은 철학사상들과 그 철학을 했던 사람들의 이름조차 낯설 때의 낭패감은 둘째로 하고, 101가지의 주제들마저 처음 듣는 이야기로 다가올 때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그러나 가끔 반가운 순간이 찾아온다. 기독교와 관련된 신학과 철학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 책은 101가지의 이야기를 치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내용의 학문성과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글의 간결함과 명료함에 묻어난다. 표현의 담백함은 치우치지 않았다는 신뢰를 주는 가장 전략적인 도구이다. 이 책은 그렇게 담백한 글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은근한 기독교 신앙의 후원자로 슬그머니 독자의 등뒤에 선다. 어쩌면 이 엄청난, 그러면서 단순한 이 책이 막연하나마 나를 후원해준다고 느껴진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완벽한 이해 제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주제에 대한 궁금증과 주변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이것', '저것', '요것', 그리고 '저~것 까지...'알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낸다. 계속 보낸다. 읽어보면 알게 된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 개정판
김기현 지음 / 복있는사람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목사이다. 그는 탁월한 학자이고, 작가이고, 스승이고, 철학자이지만 결론은 언제나 목사이다. 학자는 연구하고, 작가는 글을 쓰고, 스승은 가르치고, 철학자는 사유하지만, 그는 목사이다. 그의 책이 높은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이유이다. 언제나 독자를 하나님 앞으로 데려다 놓는단 말이다! 그의 글은 머리를 움직이고, 가슴을 뒤흔든다. 저만치 던져놓았던 각자의 삶을 끌고와 눈 앞에서 보게 만든다. 그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분명히 그의 삶을 멋대로 휘집고다니던 '고난'이라는 놈 때문일 것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당신들이 있었다."(11)라는 고백과 '죽음'을 묵상하며 살아야 했던 10년이란 말은 글로도, 말로도 담기에는 벅차다. 너무 큰 무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야 할 그가 '고난'이라 놈의 멱살을 잡아버렸다. 멱아지를 잡아 이리저리 사방으로 흔들어서 발 앞에 패대기를 쳐버렸다. 미꾸라지처럼 도망다니던 '고난'이란 놈이 쭉 뻗어버렸다. 저자는 고난과의 한판 씨름에서 승전가를 힘차게 노래하고 있다. 궁금하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 개정판
김기현 지음 / 복있는사람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목사이다. 그는 탁월한 학자이고, 작가이고, 스승이고, 철학자이지만 결론은 언제나 목사이다. 학자는 연구하고, 작가는 글을 쓰고, 스승은 가르치고, 철학자는 사유하지만, 그는 목사이다. 그의 책이 높은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이유이다. 언제나 독자를 하나님 앞으로 데려다 놓는단 말이다! 그의 글은 머리를 움직이고, 가슴을 뒤흔든다. 저만치 던져놓았던 각자의 삶을 끌고와 눈 앞에서 보게 만든다. 그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분명히 그의 삶을 멋대로 휘집고다니던 '고난'이라는 놈 때문일 것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당신들이 있었다."(11)라는 고백과 '죽음'을 묵상하며 살아야 했던 10년이란 말은 글로도, 말로도 담기에는 벅차다. 너무 큰 무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야 할 그가 '고난'이라 놈의 멱살을 잡아버렸다. 멱아지를 잡아 이리저리 사방으로 흔들어서 발 앞에 패대기를 쳐버렸다. 미꾸라지처럼 도망다니던 '고난'이란 놈이 쭉 뻗어버렸다. 저자는 고난과의 한판 씨름 이야기를 하박국과 함께 풀어내고 있다. 궁금하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6년 맨부커 인터네셔널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 '채식주의자'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글쓰기 방식의 책이다.  감정을 따라 상황, 사실, 시간의 흐름, 정보 등을 담아내고 있다.  여성 작가다운 놀라 자빠질 정도의 표현력은 현란하다... 아니 잔인하다.  잔인함만큼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잔상을 남기는 것이 있을까? 그의 글쓰기는 잔인함의 수준이다. 이해하든 이해할 수 없든, 동의하든 동의할 수 없든... 그의 글 속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작가 소개 및 책 내용
한강이라는 여성작가는 1970년 광주출생으로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등 웬만한 상은 다 탄 것 같다.  이 책은 첫 번째가 '채식주의자', 두 번째가 '몽고반점', 세 번째가 '나무 불꽃'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따로 발표되었다.  이 세 권의 책이 '채식주의자'라는 한권으로 완성 된 것이다.  이 책은 친족 구성원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화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꿈을 꾼 이후로부터 육식을 하지 못하게 된 '영혜'라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2화 '몽고반점'은 아내에게 '영혜'(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그의 예술적 갈망은 성적욕망과 함께 뒤섞여 버린다.   마치 땅 속 깊이 숨어 살던 마그마가 미쳐 터져나오듯 예술과 성욕은 뒤범벅 되어 사방으로 쏟아진다.  3화 '나무 불꽃'은 이제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고 죽어가는 '영혜'를 돌보며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상황을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언니의 이야기이다.
   
1. 1화 [채식주의자] 
사실 이 이름은 다른 사람들이 붙여준 것 일뿐이다.  '영혜'는 꿈을 꾸고 난 후 고기를 거부하게 된다.  채식이 좋아서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꿈을 꾸고 난후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19) 그녀의 식욕을 역겨운 것으로 바꾸어버린다.  처형 내외의 집들이를 핑계로 병을 고쳐 보려하지만,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는 아버지의 강압은 그녀를 광인처럼 만든다.  칼을 집어 자신의 팔을 자해하고... 그렇게 그녀는 미쳐가고 죽어간다.
'영혜'가 고기를 거부하게 된 분명한 이유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야기 속의 단초를 찾는다면... 어린시절 자신을 물었던 백구를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메달고 죽을 때까지 동네를 달렸던 사건이다.  그 백구는 징그러울만큼 잔인하게 죽여졌고, 그 고기는 동네 사람들과 자신에게 음식이 되었다.  이렇듯 그녀에게 찾아온 거식증은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했던 자신에 대한 처벌이었고, '남의 살'(232)을 자신에게서 덜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소설에서 그녀는 ‘속죄하는 존재’이다.  그렇게 생각 할 수 있는 근거는 어린 시절에만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몽고반점이다.  그것이 영혜에게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녀는 잔혹한 세상을 어린양처럼 속죄하며 죽어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2. 2화 [몽고반점] 
이 일이 있은후 이야기는 처형 내외에게로 옮겨간다.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혼을 당해 혼자 살고 있다. "오월의 신부, 의식있는 신부, 강직한 성직자"(135)라는 별명처럼 언제나 그런 작품만을 만들던 영혜의 형부는 처제의 '몽고반점'에 대한 집착에 빠진다.  몽고반점은 단 한번이라도 표현해 내고 싶었던 예술이 되고, 마음껏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 된다.  결국 그녀는 스케치북이 되어 온 몸에 형형색색의 꽃이 그려지고, 형부인 자신에게도 역시 한 폭의 꽃이 그려진다.  그렇게 모든 것을 이뤄낸다.  예술도 욕망도 그녀의 육체를 통해 탐닉된다.  그러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동생을 위해 반찬을 해온 언니는 그 전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남편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찍어놓은 비디오의 영상을 통해 모두 보게 된다.
그토록 그녀의 몽고반점에 집착했던 그는, 어쩌면 가장 거룩하게 포장된 우리의 속됨을 보여준다.  그는 예술 안에 자신의 욕망을 감춘다.  지독히도 동물적인 그것은... 깊이 감춰진 우리들의 '그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를 대신해 보여지는 ‘욕망하는 존재’이다.    
   
3. 3화 [나무 불꽃] 
왜 제목이 '나무불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221)이라는 표현 때문인 것 같다.  예술가이며 믿었던 남편과 어느 날 고기를 거부하며 이상해져가는 여동생이 벌인 불륜으로 그녀는 남편과 헤어지고, 여동생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동생은 이제 음식을 아예 먹지 않는다.  강제로 코에 호스를 넣어서 음식을 주입하지만 그것도 거부한다.  자신은 이제 나무가 되었다고, 물만 주면 된다고만 말한다... 결국 그녀는 쓰러져 엠블런스에 실려가게 되고, 언니는 이 모든 부조리한 상황에 분노하듯 고개를 들고 도로변에 심겨진 나무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아니, 무엇인가에 항의하듯..."(221)
그녀는  이 소설에서 가장 평범하고 억울함을 당한 존재이다.   남편과 온전치 못한 동생이 벌인 말도 안 되는 일, 그럼에도 차마 동생을 버리지 못하고 돌보고 있는 모성적 여인... ‘돌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동생을 병원에 가둔 장본인이다.  그래서 그녀는 갈등하고 괴로워한다.  그녀는 ‘갈등하는 존재’이다.
   
결론
문장 하나 하나는 말할 수 없이 정교하고, 감각적이다.  한 문장 한 문장 놀라운 충격 그 자체이다.  정교하다 못해 충격적인 묘사는 너무나 선명하다... 그러나 상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지는 않는다.  오히려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것은 "무엇 때문이지?"라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자욱하게 낀 안개처럼 감춰놓았기 때문이다.  그저 글이 주는 충격만이 뭔가... 알 수는 없지만... 심각하고 충격적인 현실을 확인 해준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해하기 좋은 설명보다, 이 소설처럼 잔인한 글쓰기가 보여주는  삶이 더 정확한 '민낯'이 아닐까? 그것은 우리가 매일 매일의 충격적인 현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속죄하며’, 때론 ‘욕망하며’, 때론 ‘갈등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씀 앞에 울다 - 내 영혼의 일기
김기현 지음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그는 논리와 변증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의 글은 명료하다. 그냥 알맹이다. 그 뜻과 표현이 희미한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이 책에서 그 속을 뒤집었다... 말씀 앞에 울다가... 말씀 앞에 웃게 한다. 기꺼이 십여권을 더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그럴 가치가 있다. 강추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