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2016년 맨부커 인터네셔널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 '채식주의자'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글쓰기 방식의 책이다.  감정을 따라 상황, 사실, 시간의 흐름, 정보 등을 담아내고 있다.  여성 작가다운 놀라 자빠질 정도의 표현력은 현란하다... 아니 잔인하다.  잔인함만큼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잔상을 남기는 것이 있을까? 그의 글쓰기는 잔인함의 수준이다. 이해하든 이해할 수 없든, 동의하든 동의할 수 없든... 그의 글 속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작가 소개 및 책 내용
한강이라는 여성작가는 1970년 광주출생으로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등 웬만한 상은 다 탄 것 같다.  이 책은 첫 번째가 '채식주의자', 두 번째가 '몽고반점', 세 번째가 '나무 불꽃'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따로 발표되었다.  이 세 권의 책이 '채식주의자'라는 한권으로 완성 된 것이다.  이 책은 친족 구성원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화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꿈을 꾼 이후로부터 육식을 하지 못하게 된 '영혜'라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2화 '몽고반점'은 아내에게 '영혜'(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그의 예술적 갈망은 성적욕망과 함께 뒤섞여 버린다.   마치 땅 속 깊이 숨어 살던 마그마가 미쳐 터져나오듯 예술과 성욕은 뒤범벅 되어 사방으로 쏟아진다.  3화 '나무 불꽃'은 이제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고 죽어가는 '영혜'를 돌보며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상황을 고뇌하며 괴로워하는 언니의 이야기이다.
   
1. 1화 [채식주의자] 
사실 이 이름은 다른 사람들이 붙여준 것 일뿐이다.  '영혜'는 꿈을 꾸고 난 후 고기를 거부하게 된다.  채식이 좋아서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꿈을 꾸고 난후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19) 그녀의 식욕을 역겨운 것으로 바꾸어버린다.  처형 내외의 집들이를 핑계로 병을 고쳐 보려하지만,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는 아버지의 강압은 그녀를 광인처럼 만든다.  칼을 집어 자신의 팔을 자해하고... 그렇게 그녀는 미쳐가고 죽어간다.
'영혜'가 고기를 거부하게 된 분명한 이유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야기 속의 단초를 찾는다면... 어린시절 자신을 물었던 백구를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메달고 죽을 때까지 동네를 달렸던 사건이다.  그 백구는 징그러울만큼 잔인하게 죽여졌고, 그 고기는 동네 사람들과 자신에게 음식이 되었다.  이렇듯 그녀에게 찾아온 거식증은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했던 자신에 대한 처벌이었고, '남의 살'(232)을 자신에게서 덜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소설에서 그녀는 ‘속죄하는 존재’이다.  그렇게 생각 할 수 있는 근거는 어린 시절에만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몽고반점이다.  그것이 영혜에게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녀는 잔혹한 세상을 어린양처럼 속죄하며 죽어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2. 2화 [몽고반점] 
이 일이 있은후 이야기는 처형 내외에게로 옮겨간다.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혼을 당해 혼자 살고 있다. "오월의 신부, 의식있는 신부, 강직한 성직자"(135)라는 별명처럼 언제나 그런 작품만을 만들던 영혜의 형부는 처제의 '몽고반점'에 대한 집착에 빠진다.  몽고반점은 단 한번이라도 표현해 내고 싶었던 예술이 되고, 마음껏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 된다.  결국 그녀는 스케치북이 되어 온 몸에 형형색색의 꽃이 그려지고, 형부인 자신에게도 역시 한 폭의 꽃이 그려진다.  그렇게 모든 것을 이뤄낸다.  예술도 욕망도 그녀의 육체를 통해 탐닉된다.  그러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동생을 위해 반찬을 해온 언니는 그 전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남편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찍어놓은 비디오의 영상을 통해 모두 보게 된다.
그토록 그녀의 몽고반점에 집착했던 그는, 어쩌면 가장 거룩하게 포장된 우리의 속됨을 보여준다.  그는 예술 안에 자신의 욕망을 감춘다.  지독히도 동물적인 그것은... 깊이 감춰진 우리들의 '그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를 대신해 보여지는 ‘욕망하는 존재’이다.    
   
3. 3화 [나무 불꽃] 
왜 제목이 '나무불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221)이라는 표현 때문인 것 같다.  예술가이며 믿었던 남편과 어느 날 고기를 거부하며 이상해져가는 여동생이 벌인 불륜으로 그녀는 남편과 헤어지고, 여동생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동생은 이제 음식을 아예 먹지 않는다.  강제로 코에 호스를 넣어서 음식을 주입하지만 그것도 거부한다.  자신은 이제 나무가 되었다고, 물만 주면 된다고만 말한다... 결국 그녀는 쓰러져 엠블런스에 실려가게 되고, 언니는 이 모든 부조리한 상황에 분노하듯 고개를 들고 도로변에 심겨진 나무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아니, 무엇인가에 항의하듯..."(221)
그녀는  이 소설에서 가장 평범하고 억울함을 당한 존재이다.   남편과 온전치 못한 동생이 벌인 말도 안 되는 일, 그럼에도 차마 동생을 버리지 못하고 돌보고 있는 모성적 여인... ‘돌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동생을 병원에 가둔 장본인이다.  그래서 그녀는 갈등하고 괴로워한다.  그녀는 ‘갈등하는 존재’이다.
   
결론
문장 하나 하나는 말할 수 없이 정교하고, 감각적이다.  한 문장 한 문장 놀라운 충격 그 자체이다.  정교하다 못해 충격적인 묘사는 너무나 선명하다... 그러나 상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지는 않는다.  오히려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것은 "무엇 때문이지?"라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자욱하게 낀 안개처럼 감춰놓았기 때문이다.  그저 글이 주는 충격만이 뭔가... 알 수는 없지만... 심각하고 충격적인 현실을 확인 해준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해하기 좋은 설명보다, 이 소설처럼 잔인한 글쓰기가 보여주는  삶이 더 정확한 '민낯'이 아닐까? 그것은 우리가 매일 매일의 충격적인 현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속죄하며’, 때론 ‘욕망하며’, 때론 ‘갈등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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