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 스파이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이언 플레밍 지음, 권도희 옮김 / 뿔(웅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645)

 

날은 덥고 집은 더 덥고 학교는 시원하지만 공부를 하라 하고 결국 기분은 어정쩡해서 책도 제대로 눈에 안 들어오고 여러모로 난관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는 때입니다. 특히 고3으로써 말이죠. 그래도 어떻게 된 게 매번 통학할 때마다 책을 꼭 들고 집중은 안 되도 어찌저찌 읽어나가는 중인데 그도 이제는 한계가 오는 듯 싶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 책을 끝으로 소설은 잠시 멈추고 자기계발서 같은 조금 유익한 부류의 책들을 읽어볼 생각이에요.

 

이 소설은 어느 유명 블로그에서 이벤트로 받게 되었는데, 언제라도 한번쯤은 읽어봄직한 시리즈 중 하나가 아닌가 해서 망설임 없이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모르면 간첩 취급 받는 스파이 스릴러 계의 고전, 007 시리즈입니다. 얼마 전에 다른 일부 시리즈들과 같이 국내에 출간되었는데, 그 몇몇의 시리즈들 중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일단 표지가 눈에 훤히 들어오는게(침 따위는 안 나왔습니다. 그냥 눈에 띄었을 뿐이라구요) 눈에 딱 꽂혔고, 같이 나온 시리즈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어느 한 여성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가 된다는 차별화된 점에서 끌렸던 게 가장 컸습니다. 사건이 파바박하고 전개되는 것보단 이렇게 등장인물이 1인칭으로 등장해서 심리를 묘사하는 스타일의 작품들을 더 많이 접해온 터라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된 것 같네요.

 

일단 대략 읽어보고 느낀 점은 '기대와 다르다'였습니다. 제가 007 시리즈를 제대로 접한게 이 소설을 통해서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간 입에 오르내려져왔던 시리즈의 명성을 기대하면서 읽은 결과는 약간 갸우뚱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하니 이 소설은 사실상 시리즈의 번외격이고 주인공도 제임스 본드보다는 비비안 미셸에 더 가까웠으며, 소설의 절반 가량이 '비브(비비안의 또 다른 이름)가 어쩌다가 여행 중에 모텔에 머무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판 좌악 늘여놓으며 장황하게 설명하는 파트이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본드를 보러 왔는데 처음 보는 여인의 이야기가 이야기의 반을 뚝 떼어가서 조금은 당황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었죠.

 

그리고 이게 또 스타일이 원래 이런건지는 몰라도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고 나서 비브와의 대화가 자주 등장하게 되는데 그 때 대사가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길더라는 느낌입니다. 자신이 어쩌다가 그녀가 있는 모텔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그 설명하는 사건들 자체가 그의 업무답게 상당히 긴박감 있는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더라구요. 그 이후에 깡패들을 처단할 대책을 알려줄 때도 조금 장황하게 설명하는 감이 없잖아 있었구요. 긴박감 있는 묘사가 잡아놓은 그 분위기를 주욱주욱 늘어놓는 대화가 적잖게 잡아먹는 느낌이랄까요?

 

일단 아쉬운 점부터 주욱주욱 내뱉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기대와 다르다'일 뿐이지 '기대에 못 미친다'가 아닌 이유는 그 기대하지 않은 이야기의 흡인력도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고, 거기에 그녀의 과거 이야기가 끝나고 모텔에서 사건이 벌어진 후부터의 긴박감은 제임스 본드의 말빨이 어떤가는 둘때치고 정말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난데없이 깡패처럼 보이는 두 남자가 등장하고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다가 우연히 그 모텔에 제임스 본드가 짠! 하고 등장하면서 보여주는 분위기는 독자로써 하여금 몰입하고 지켜보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사건 자체가 생각하는 것 만큼 엄청난 극적 긴장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아무 것도 모르는 비브의 시점으로 불안한 분위기 아래 전개가 되고, 거기에 깔끔하면서도 분위기를 딱 잡아주는 상황 묘사가 끝내줬기 때문에 그만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써놓고 보니까 좋은 점보다는 아쉬운 점을 더 많이 끄적인 것 같은데, 그래도 아쉬운 점이 뚜렷하다고는 하지만 다 각설하고 '적어도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할 수 있다'라고만 적어놔도 될 정도로 재미는 확실히 있었습니다. 007 시리즈는 영화 소설 통틀어서 제대로 접한 건 이 책이 처음이라서 그런 면에서도 없잖게 기대를 했었는데 '다른 시리즈를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충분히 들게끔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번에 같이 나온 시리즈들 중에 100주년 기념으로 새로 나온 시리즈가 있는데 그거부터 읽어볼지 아니면 영화로도 알려진 제임스 본드의 멋진 활약상이 돋보이는 기존 작품들을 더 둘러볼지 벌써부터 고민을 하게 되는데 하필이면 이 책을 끝으로 당분간은 소설을 접게 되었으니..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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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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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644)

 

시험이 끝난 날에 책 한 권을 또 독파했습니다. 사실 이제까지 몇 권 읽어놓고 리뷰를 쓰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팍팍 피어나버린 완벽주의가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쓰자'고 제안을 해버려서 정확히 소설 세 작품의 리뷰를 못 쓴 실정입니다. 그러다가 걸림돌이 하나 쏙 빠져나오자마자 리뷰를 쓰게 되었으니 고3 생활이 저에게 얼마나 많은 근심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는지 정답이 바로 나오네요.

 

이 작품은 요즘 상당히 주목받고 계시는 분이라고 하는 김애란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얼마 전에 나온 젊은작가상 단행본에서도 '물 속 골리앗'이라는 작품을 선보이셔서 많은 분들은 물론이고 저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심플하면서도 몽환적인 표지와 함께 등장한 장편을 보고 얼마 안 가서 있는 돈으로 덜컥 주문을 해버렸습니다. 전에 없던 이끌림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어서 읽게 된 소설인데, 다 읽고 나서 '그 기대를 충족시켰는가' 한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예, 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전에 어디서 슬쩍 얘기했던 것 같은데 저는 한국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풍부한 내면 묘사를 보여주는 나름대로 개성 있는 한국 문학이지만 저는 아직 그런 쪽에 확 빠져들지를 못했어요. 버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덤덤한 묘사가 주는 에너지는 저한테는 좀 지루하게 다가오는 경향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반대로 덤덤한 묘사가 오히려 저로 하여금 이야기에 더욱 매료되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한아름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덤덤하고 은은하게 묘사되는 이야기가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분위기도 많이 가볍고 캐릭터도 상당히 뚜렷해서 꽤나 몰입이 쉬웠다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이야기의 주 내용이나 주제가 결코 쉬웠던 건 아니고, 몇 단락씩마다 은근히 심오한 주제를 내던져주기도 하고 결말도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어서 여러모로 고3 크리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큰 인상을 남겨준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굉장히 소박하고 은은하며 별다른 특별한 변수가 거의 없이(말 그대로 거의 없지만 조금 있다는 의미)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주인공은 꽤나 특별합니다. 책에서 이름이 따로 언급되진 않은 것 같지만 '조로증'이라고 해서 남들보다 빨리 늙는 병에 걸린 아이라고 하는데, 주욱 읽어가다보면 '이게 진짜 큰 병에 걸린 아이의 이야기일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어둡지도 않고 오히려 산뜻하기까지 합니다. 덤덤하게 주인공의 일상을 전혀 특별해보이지 않게 묘사하는데 그럼에도 그 가벼운 이야기가 전해주는 에너지에는 저도 모르게 소설 제목처럼 두근두근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두근거리며 읽다가도 이야기의 끝이 다가올 즈음에는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지하철에서 읽다가 어쩔 수 없이 덮어버릴 정도로 몸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이 이야기만의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 무언가를 지금의 제 필력으로 설명해낼 수가 없다는 게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혹시라도 저처럼 표지와 간단한 줄거리에 왠지 모르게 이끌림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저와 같은 느낌을 충분히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평소 본인이 책 읽으면서 이런 감정 잘 못 느끼는 편임을 생각하면..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쓴 단편소설이 나오는데, 사실 이 부분은 아직 다 읽지 못했습니다. 어쩌다보니까 타이밍이 안 맞아서 마저 다 읽지 못하고 이렇게 리뷰를 쓰게 되었는데, 사실 한아름의 이름으로 쓴 이 단편은 본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집중을 요하는 이야기라서 조만간 정신이 말짱해질 때 제대로 한번 읽어보려 하구요. 이 책은 저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재밌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구매하게 된거라서 마저 다 읽게 되면 어머니께도 드려볼 생각입니다. 언제 한번 마음의 여유가 진득하게 느껴질 때쯤 한번 더 읽어보고 싶어지는 작품이지만, 그 때가 과연 찾아오기는 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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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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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630)

 

확실히 고3이 되니까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있다없다를 떠나서.. 공부를 하는게 당연한 시기지만 그래도 책에 대한 욕심은 여전했던지라 두고두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몇 권 사고 제일 재밌을 것 같은 책을 하나 골라서 읽기 시작하는데, 애석하게도 잘 안 읽히더라는거죠. 진짜 몰입감이 대단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날만 그랬던건지 이야기에 집중이 잘 안 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잠시 독서 활동은 접고 시간을 어찌저찌 보내다가 다시 책을 집었다는 게 이 작품이었습니다. 구매했던 책들 중에 가장 적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어느 정도 매니아층이 형성되어있다고 하는 온다 리쿠 작가님의 작품이었던지라(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제일 대중적이라는 평이지만 그래도 걱정되는건 사실..) 정확히 기대반, 걱정반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는 좋아해도, 연극은 좋아한다 아니다를 떠나서 솔직히 거의 관심이 없다고 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접한 것도 얼마 없고, 그렇다고 책이나 영화(연극을 소재로 하는 영화)로 간접체험을 해본 적도 없어서 도저히 '익숙한 이야기'로 다가갈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고 봐야죠. 그게 또 걱정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읽기 전부터 있었던 걱정은 초반 몇 페이지만 읽고 저멀리 어딘가로 슈웅~ 하고 날아갔습니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요.

 

500페이지 가량의 나름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어느 탄탄한 배우진이 출연한 8부작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 작품은, 그야말로 이야기와 캐릭터의 힘이 거의 90% 이상을 차지해서 없던 기대까지 부풀게 하고, 거기에 그 부푼 기대마저 넘어서게 하는 굉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극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그저 흥미있는 인트로가 유혹하는대로 따라만 가면 저도 모르게 책장을 술술 넘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캐릭터의 힘도 대단했어요. 범상치 않은 마인드를 가진 주인공 아스카를 비롯해 생동감이 있으면서도 나름의 적절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드러내면서 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싶으면서도 어느새 빨려들어 이야기에 몰입을 하게 됩니다. 흡인력으로만 따지면 이제까지 읽어본 중에서 상위권에 충분히 들만한 정도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연극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이다보니 실제로 대본을 짜서 연극을 하고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도 보는 등 다른 이야기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색다른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소설 안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모습이 저같은 경우는 왠지 모르게 머릿 속에 잘 그려지지가 않더라구요. 그 탓에 소설에서 주인공의 연기에 '소름이 끼쳤다'고 하는 특정 인물의 심리 상태에 동화하기도 좀 힘들었어요. 이걸 '뭔가 좀 아쉽다' 라고 하기에는 좀 뭐한게, 요즘 안 좋은 일이 많아서 머릿 속이 복잡한 탓이랄지, 평소 책을 빠르게 슉슉 읽어대는 스타일 때문에 최대한 동작과 그에 묻어나는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 그 부분에서 읽기가 비교적 힘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해야할지 저 자신에 대한 변명 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이걸 워낙에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도저히 책 탓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해야할지 어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상이 힘들었다고 해서 재미가 없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니까요. 이건 그냥 혹시라도 읽게 되시는 분들께 나름의 참고와 같은 의미로 얘기해본거에요. 머릿 속이 너무 복잡하다거나 그러면 가능하면 읽지 말라는 얘기. (?)

 

리뷰도 뭐시기도 아닌 요상한 글이 되버린 것 같은데, 어디까지나 즐겨보자는 식으로 주욱 넘겨읽은 소설이라고 봐야되기에 '이게 리뷰냐' 싶어도 양해해주시길 바라구요. 이 작품은 굳이 지금처럼 뭐라뭐라 주절거릴 필요도 없이 그저 "재밌다"는 말 한 마디로도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기에 여기서 더 뭐라고는 안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수능이 끝나고 정신에 여유가 있을 때 꼬옥 다시 한번 읽어볼겁니다. 넋놓고 읽어도 재밌지만 그 때는 한번 문장 하나하나에 흠뻑 빠져들어 심취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네요. 그래야만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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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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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정도면 책중독 증상 초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비록 읽고 나서 느낀 점에 대해서 깔끔하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재밌으면 재밌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다, 라고 간단하게라도 글을 남겨왔고, 그렇게 리뷰를 써오긴 했어도 애초에 그렇게까지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는데(다른 분들에 비하면 진짜 적게 읽은 편 ㅠㅠ) 어느새 '평상시에 책을 안 들고 다니면 허전하다' 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엄연히 고3인데.. 이왕 들고 다닐거면 영단어 책을 들어야지.. ㅠ_ㅠ

아무튼, 이번 소설은 상당히 오랜만에 접해보는 역사 소설입니다. 읽어본 역사 소설이 뭔가 하고 기억을 되짚어보니 일단 대표적으로 <삼국지>, 지금은 내용은 물론이고 책 정보조차 기억 안 나는 <고구려를 위하여>, 그리고 조금 머리를 싸맸지만 나름 재미지게 읽었던 이정명 작가님의 <뿌리깊은 나무> 정도가 있네요. 굳이 따진다면 김근우 작가님의 <피리새>도 넣어볼 수 있구요(고전 신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어디까지나 판타지니까..). 여하튼, 역사 장르는 접한게 얼마 없는 만큼이나 꺼려하는 경향도 있었기 때문에 이 책도 이러저러한 기대보다는 서평단 신청하고 졸지에 당첨까지 되는 순간에도 이걸 내가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섰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걱정은 아주 그냥 싸그리 뭉쳐서 저 멀리 해왕성으로 보내버려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점은 다 둘째치고라도 일단 재미 면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줄 수 있는 소설이었으니까요. '기존의 고루한 역사소설은 잊어라!' 라는 공식 소개글의 거창한 문구 그대로 고루하지 않고 재미있으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도입부에서 사알짝 풍겨나오는 그 당시 특유의 분위기에만 어찌저찌 적응하고 넘기면 그 이후부터는 신들린 듯이 책장을 후루룩 넘길 수 있을거라 충분히 장담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서 드라마 보듯이 영상이 그려져서 저도 모르게 감정 이입도 하면서 꽤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만큼 몰입감은 대단했다는 거죠.

13권 분량에 달하니 대하 역사 소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1권만 그런걸지는 몰라도 스토리의 전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빠른 편입니다. 이게 경우에 따라서 좋게도 볼 수 있고 나쁘게도 볼 수 있을 듯 한데, 안 좋은 쪽부터 언급을 해보자면 그 빠른 전개라는게 조금 나쁘게 말하면 왠지 모르게 막연한 전개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스토리 언급은 가능하면 안 하는 부류인지라 예는 못 들겠지만 아무튼 호흡을 한번 제대로 가다듬을라 치면 어느새 배경과 상황이 별안간 바뀌어버려서 '뭐야? 여긴 벌써 넘어가는거야?' 할 정도로 정을 좀 틀라치면 슉 하고 넘어가는게 조금은 위화감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하는게 이런 부분이었고, 이 점도 좋게 말하면 오히려 이런 빠른 전개로 인해 더욱 몰입하기 쉬웠다, 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력 꽤 있으신 김진명 작가님의 스타일이 이러하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말아야죠. 그 정도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일단은 두고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찌저찌 하다보니까 이 작품과 <삼국지>를 많이 비교하게 되는 것 같은데, 솔직히 1권 밖에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작품은 <삼국지>를 뛰어넘을만한 작품인가?' 라는 질문에는 아직 답하기가 힘든 감이 있습니다. 같은 역사 소설이고, 주인공의 주변에 용맹한 장수가 함께하는 등 비슷한 시대의 작품으로써 유사한 점도 없잖아 있었지만, 딱 읽었을 때의 느낌이 서로 다르게 느껴졌다는 생각 또한 없잖게 했었기 때문에 아직은 확신이 잘 안 섭니다. 하지만 깔끔하게 1권만 따지고 본다면 합격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구성 면에서는 만족스러웠고, 이 느낌으로 계속 가서 <삼국지>가 그랬던 것처럼 소설은 물론이고 만화로도 나오고 애니로도 나오고 하면서 많이 알려진다면 또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라고 봅니다. 일단은 만족스러운 스타트였고 지금으로써 바라는건, 못해도 딱 지금의 페이스 정도로라도 주욱 끝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띠지에 적혀있던 문구("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알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에서 느껴지듯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작품성은 살짝 제쳐두고라도 그 행보가 무척 기대되는 바입니다. 부디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기를 바라며…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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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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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딱 하자마자 또 책을 하나 집어들었어요. 물론 학교에서도 독서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언급을 하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3이면 만화건 소설이건 일단 접어두고 공부에 전념하는 게 요즘 세상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루트라고 봐도 무방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질렀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고백>의 작가님 신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도서 카페에서 알게 되었다는 것이 바로 지름신의 축복까지 받아버렸다는... 아무튼, 어느 정도 기대를 한만큼 개학과 동시에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이 <고백>보다 더 낫거나 동급일 거라는 기대까지는 안 하고 있었어요. 작가님에 역자님에 출판사까지 같았으니 기대가 안 될리야 안 될 수가 없었지만, 워낙에 전작의 포스나 반전 등등의 요소가 대단했기에 아무리 같은 작가에 역자라도 그만한 흡인력을 자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박에 못을 박고 읽기 시작했죠.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전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소설이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건 아니에요. 물론 <고백>에 비하면 흡인력이 떨어지는 건 애석하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읽고 나면 그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더라,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듭니다. 전작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임팩트 강한 고백의 향연으로 인해 뒤통수가 얼얼한 상태로 계속 읽게 되다보니 그 몰입도가 상당했던 거죠. 그에 반해 이 소설은 임팩트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상당히 차분하고 절제된 느낌이랄까요? 천생의 이야기꾼이 긴장끈을 놓지 않고 일담을 죽죽 늘어놓는 듯한 스타일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침착하게 등장인물들 각각의 심리를 꼼꼼히 묘사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역시 미나토 가나에다' 싶을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했던 부분도 없잖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스타일을 선봉으로 밀고 나가지는 않은 것 같다, 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고백>의 경우는 각 등장인물이 파트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알고 있는 그대로 죽죽 뱉어내다보니 몰입감은 물론이요 설득력이 상당히 엄청났는데, 이번 작품은 시점이 3인칭 전지적(중간중간에 사토코라는 인물이 전화 통화를 하는 파트가 있지만 분량은 얼마 안 되니…)으로 정확한 경황을 알지 못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 설명 등이 골고루 묘사가 되어있어서 수루루루룩 넘어가기보다는 천천히 곱씹어보면서 읽어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읽는 동안에도 많이 했었습니다. <고백>보다는 오히려 그 이전에 읽었던 노자와 히사시 작가님의 <심홍>이 더 생각나게 하네요. 음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된건데 작가님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일일이 이력서를 작성한다고 합니다. 그 덕에 전작보다 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나름 생동감 있는 캐릭터에 몰입하며 큰 무리 없이 적당히 재미지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것도 상당히 좋은 재능이라고 할 수 있죠.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아야카라는 이름의 여중생이었는데, 이 녀석이 히스테리를 잔뜩 부리고 시건방을 떨 때마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머리라도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으니 할 말 다 했습니다. 물론 그런 성격이 형성된 것도 다 이유가 있지만요. 왠지 <아따아따>의 단비가 사춘기를 겪으면 저렇게 될........... 아,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ㅠ_ㅠ)

이제 마무리를 지어볼까요. 아무튼 이번 소설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딱 기대한 만큼의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고백>만큼의 임팩트나 쇼킹은 없었지만 적어도 평작 이상의 몰입감은 있고 같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같은 사회파 소설로써 그 메세지가 전작보다는 더 선명했다고 생각했기에 다 읽고 나서도 그렇게 큰 아쉬움은 없었던 소설입니다. 책 뒤의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그새 본국에서 다른 신작을 또 내신 모양인데 얼마 뒤에 또 국내에 나올련지 모르겠습니다. 아, 나와도 수능 끝나고 나와주길.. 으헝헝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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