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630)

 

확실히 고3이 되니까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있다없다를 떠나서.. 공부를 하는게 당연한 시기지만 그래도 책에 대한 욕심은 여전했던지라 두고두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몇 권 사고 제일 재밌을 것 같은 책을 하나 골라서 읽기 시작하는데, 애석하게도 잘 안 읽히더라는거죠. 진짜 몰입감이 대단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날만 그랬던건지 이야기에 집중이 잘 안 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잠시 독서 활동은 접고 시간을 어찌저찌 보내다가 다시 책을 집었다는 게 이 작품이었습니다. 구매했던 책들 중에 가장 적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어느 정도 매니아층이 형성되어있다고 하는 온다 리쿠 작가님의 작품이었던지라(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제일 대중적이라는 평이지만 그래도 걱정되는건 사실..) 정확히 기대반, 걱정반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는 좋아해도, 연극은 좋아한다 아니다를 떠나서 솔직히 거의 관심이 없다고 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접한 것도 얼마 없고, 그렇다고 책이나 영화(연극을 소재로 하는 영화)로 간접체험을 해본 적도 없어서 도저히 '익숙한 이야기'로 다가갈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고 봐야죠. 그게 또 걱정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읽기 전부터 있었던 걱정은 초반 몇 페이지만 읽고 저멀리 어딘가로 슈웅~ 하고 날아갔습니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요.

 

500페이지 가량의 나름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어느 탄탄한 배우진이 출연한 8부작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 작품은, 그야말로 이야기와 캐릭터의 힘이 거의 90% 이상을 차지해서 없던 기대까지 부풀게 하고, 거기에 그 부푼 기대마저 넘어서게 하는 굉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극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그저 흥미있는 인트로가 유혹하는대로 따라만 가면 저도 모르게 책장을 술술 넘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캐릭터의 힘도 대단했어요. 범상치 않은 마인드를 가진 주인공 아스카를 비롯해 생동감이 있으면서도 나름의 적절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드러내면서 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싶으면서도 어느새 빨려들어 이야기에 몰입을 하게 됩니다. 흡인력으로만 따지면 이제까지 읽어본 중에서 상위권에 충분히 들만한 정도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연극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이다보니 실제로 대본을 짜서 연극을 하고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도 보는 등 다른 이야기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색다른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소설 안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모습이 저같은 경우는 왠지 모르게 머릿 속에 잘 그려지지가 않더라구요. 그 탓에 소설에서 주인공의 연기에 '소름이 끼쳤다'고 하는 특정 인물의 심리 상태에 동화하기도 좀 힘들었어요. 이걸 '뭔가 좀 아쉽다' 라고 하기에는 좀 뭐한게, 요즘 안 좋은 일이 많아서 머릿 속이 복잡한 탓이랄지, 평소 책을 빠르게 슉슉 읽어대는 스타일 때문에 최대한 동작과 그에 묻어나는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 그 부분에서 읽기가 비교적 힘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해야할지 저 자신에 대한 변명 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이걸 워낙에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도저히 책 탓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해야할지 어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상이 힘들었다고 해서 재미가 없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니까요. 이건 그냥 혹시라도 읽게 되시는 분들께 나름의 참고와 같은 의미로 얘기해본거에요. 머릿 속이 너무 복잡하다거나 그러면 가능하면 읽지 말라는 얘기. (?)

 

리뷰도 뭐시기도 아닌 요상한 글이 되버린 것 같은데, 어디까지나 즐겨보자는 식으로 주욱 넘겨읽은 소설이라고 봐야되기에 '이게 리뷰냐' 싶어도 양해해주시길 바라구요. 이 작품은 굳이 지금처럼 뭐라뭐라 주절거릴 필요도 없이 그저 "재밌다"는 말 한 마디로도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기에 여기서 더 뭐라고는 안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수능이 끝나고 정신에 여유가 있을 때 꼬옥 다시 한번 읽어볼겁니다. 넋놓고 읽어도 재밌지만 그 때는 한번 문장 하나하나에 흠뻑 빠져들어 심취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네요. 그래야만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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