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 스파이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이언 플레밍 지음, 권도희 옮김 / 뿔(웅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645)

 

날은 덥고 집은 더 덥고 학교는 시원하지만 공부를 하라 하고 결국 기분은 어정쩡해서 책도 제대로 눈에 안 들어오고 여러모로 난관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는 때입니다. 특히 고3으로써 말이죠. 그래도 어떻게 된 게 매번 통학할 때마다 책을 꼭 들고 집중은 안 되도 어찌저찌 읽어나가는 중인데 그도 이제는 한계가 오는 듯 싶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 책을 끝으로 소설은 잠시 멈추고 자기계발서 같은 조금 유익한 부류의 책들을 읽어볼 생각이에요.

 

이 소설은 어느 유명 블로그에서 이벤트로 받게 되었는데, 언제라도 한번쯤은 읽어봄직한 시리즈 중 하나가 아닌가 해서 망설임 없이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모르면 간첩 취급 받는 스파이 스릴러 계의 고전, 007 시리즈입니다. 얼마 전에 다른 일부 시리즈들과 같이 국내에 출간되었는데, 그 몇몇의 시리즈들 중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일단 표지가 눈에 훤히 들어오는게(침 따위는 안 나왔습니다. 그냥 눈에 띄었을 뿐이라구요) 눈에 딱 꽂혔고, 같이 나온 시리즈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어느 한 여성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가 된다는 차별화된 점에서 끌렸던 게 가장 컸습니다. 사건이 파바박하고 전개되는 것보단 이렇게 등장인물이 1인칭으로 등장해서 심리를 묘사하는 스타일의 작품들을 더 많이 접해온 터라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된 것 같네요.

 

일단 대략 읽어보고 느낀 점은 '기대와 다르다'였습니다. 제가 007 시리즈를 제대로 접한게 이 소설을 통해서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간 입에 오르내려져왔던 시리즈의 명성을 기대하면서 읽은 결과는 약간 갸우뚱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하니 이 소설은 사실상 시리즈의 번외격이고 주인공도 제임스 본드보다는 비비안 미셸에 더 가까웠으며, 소설의 절반 가량이 '비브(비비안의 또 다른 이름)가 어쩌다가 여행 중에 모텔에 머무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판 좌악 늘여놓으며 장황하게 설명하는 파트이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본드를 보러 왔는데 처음 보는 여인의 이야기가 이야기의 반을 뚝 떼어가서 조금은 당황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었죠.

 

그리고 이게 또 스타일이 원래 이런건지는 몰라도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고 나서 비브와의 대화가 자주 등장하게 되는데 그 때 대사가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길더라는 느낌입니다. 자신이 어쩌다가 그녀가 있는 모텔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그 설명하는 사건들 자체가 그의 업무답게 상당히 긴박감 있는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더라구요. 그 이후에 깡패들을 처단할 대책을 알려줄 때도 조금 장황하게 설명하는 감이 없잖아 있었구요. 긴박감 있는 묘사가 잡아놓은 그 분위기를 주욱주욱 늘어놓는 대화가 적잖게 잡아먹는 느낌이랄까요?

 

일단 아쉬운 점부터 주욱주욱 내뱉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기대와 다르다'일 뿐이지 '기대에 못 미친다'가 아닌 이유는 그 기대하지 않은 이야기의 흡인력도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고, 거기에 그녀의 과거 이야기가 끝나고 모텔에서 사건이 벌어진 후부터의 긴박감은 제임스 본드의 말빨이 어떤가는 둘때치고 정말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난데없이 깡패처럼 보이는 두 남자가 등장하고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다가 우연히 그 모텔에 제임스 본드가 짠! 하고 등장하면서 보여주는 분위기는 독자로써 하여금 몰입하고 지켜보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사건 자체가 생각하는 것 만큼 엄청난 극적 긴장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아무 것도 모르는 비브의 시점으로 불안한 분위기 아래 전개가 되고, 거기에 깔끔하면서도 분위기를 딱 잡아주는 상황 묘사가 끝내줬기 때문에 그만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써놓고 보니까 좋은 점보다는 아쉬운 점을 더 많이 끄적인 것 같은데, 그래도 아쉬운 점이 뚜렷하다고는 하지만 다 각설하고 '적어도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할 수 있다'라고만 적어놔도 될 정도로 재미는 확실히 있었습니다. 007 시리즈는 영화 소설 통틀어서 제대로 접한 건 이 책이 처음이라서 그런 면에서도 없잖게 기대를 했었는데 '다른 시리즈를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충분히 들게끔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번에 같이 나온 시리즈들 중에 100주년 기념으로 새로 나온 시리즈가 있는데 그거부터 읽어볼지 아니면 영화로도 알려진 제임스 본드의 멋진 활약상이 돋보이는 기존 작품들을 더 둘러볼지 벌써부터 고민을 하게 되는데 하필이면 이 책을 끝으로 당분간은 소설을 접게 되었으니..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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