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정도면 책중독 증상 초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비록 읽고 나서 느낀 점에 대해서 깔끔하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재밌으면 재밌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다, 라고 간단하게라도 글을 남겨왔고, 그렇게 리뷰를 써오긴 했어도 애초에 그렇게까지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는데(다른 분들에 비하면 진짜 적게 읽은 편 ㅠㅠ) 어느새 '평상시에 책을 안 들고 다니면 허전하다' 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엄연히 고3인데.. 이왕 들고 다닐거면 영단어 책을 들어야지.. ㅠ_ㅠ

아무튼, 이번 소설은 상당히 오랜만에 접해보는 역사 소설입니다. 읽어본 역사 소설이 뭔가 하고 기억을 되짚어보니 일단 대표적으로 <삼국지>, 지금은 내용은 물론이고 책 정보조차 기억 안 나는 <고구려를 위하여>, 그리고 조금 머리를 싸맸지만 나름 재미지게 읽었던 이정명 작가님의 <뿌리깊은 나무> 정도가 있네요. 굳이 따진다면 김근우 작가님의 <피리새>도 넣어볼 수 있구요(고전 신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어디까지나 판타지니까..). 여하튼, 역사 장르는 접한게 얼마 없는 만큼이나 꺼려하는 경향도 있었기 때문에 이 책도 이러저러한 기대보다는 서평단 신청하고 졸지에 당첨까지 되는 순간에도 이걸 내가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섰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걱정은 아주 그냥 싸그리 뭉쳐서 저 멀리 해왕성으로 보내버려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점은 다 둘째치고라도 일단 재미 면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줄 수 있는 소설이었으니까요. '기존의 고루한 역사소설은 잊어라!' 라는 공식 소개글의 거창한 문구 그대로 고루하지 않고 재미있으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도입부에서 사알짝 풍겨나오는 그 당시 특유의 분위기에만 어찌저찌 적응하고 넘기면 그 이후부터는 신들린 듯이 책장을 후루룩 넘길 수 있을거라 충분히 장담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서 드라마 보듯이 영상이 그려져서 저도 모르게 감정 이입도 하면서 꽤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만큼 몰입감은 대단했다는 거죠.

13권 분량에 달하니 대하 역사 소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1권만 그런걸지는 몰라도 스토리의 전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빠른 편입니다. 이게 경우에 따라서 좋게도 볼 수 있고 나쁘게도 볼 수 있을 듯 한데, 안 좋은 쪽부터 언급을 해보자면 그 빠른 전개라는게 조금 나쁘게 말하면 왠지 모르게 막연한 전개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스토리 언급은 가능하면 안 하는 부류인지라 예는 못 들겠지만 아무튼 호흡을 한번 제대로 가다듬을라 치면 어느새 배경과 상황이 별안간 바뀌어버려서 '뭐야? 여긴 벌써 넘어가는거야?' 할 정도로 정을 좀 틀라치면 슉 하고 넘어가는게 조금은 위화감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하는게 이런 부분이었고, 이 점도 좋게 말하면 오히려 이런 빠른 전개로 인해 더욱 몰입하기 쉬웠다, 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력 꽤 있으신 김진명 작가님의 스타일이 이러하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말아야죠. 그 정도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일단은 두고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찌저찌 하다보니까 이 작품과 <삼국지>를 많이 비교하게 되는 것 같은데, 솔직히 1권 밖에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작품은 <삼국지>를 뛰어넘을만한 작품인가?' 라는 질문에는 아직 답하기가 힘든 감이 있습니다. 같은 역사 소설이고, 주인공의 주변에 용맹한 장수가 함께하는 등 비슷한 시대의 작품으로써 유사한 점도 없잖아 있었지만, 딱 읽었을 때의 느낌이 서로 다르게 느껴졌다는 생각 또한 없잖게 했었기 때문에 아직은 확신이 잘 안 섭니다. 하지만 깔끔하게 1권만 따지고 본다면 합격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구성 면에서는 만족스러웠고, 이 느낌으로 계속 가서 <삼국지>가 그랬던 것처럼 소설은 물론이고 만화로도 나오고 애니로도 나오고 하면서 많이 알려진다면 또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라고 봅니다. 일단은 만족스러운 스타트였고 지금으로써 바라는건, 못해도 딱 지금의 페이스 정도로라도 주욱 끝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띠지에 적혀있던 문구("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알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에서 느껴지듯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작품성은 살짝 제쳐두고라도 그 행보가 무척 기대되는 바입니다. 부디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기를 바라며…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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