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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이해>를 읽었을 때에 감탄은 새롭게 출간된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읽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반복되었다. 에리히 프롬은 언제나 사람들이 당연하게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을 다시 들여다보고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하며 진정으로 그 말을 실현하며 사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나는 내가 사랑을 했던 것도 삶을 사랑하며 산다고 생각했던 것도 어떤 부분에 부족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런 부족함의 원인은 어떤 환경에서 기인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에리히 프롬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사랑의 이해>에서는 그녀는 사람들이 실은 사랑의 의미를 전혀 다르게 알고 있으며 진정한 의미에서 사랑을 하고 성숙한 인격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에리히 프롬은 역시 삶을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여기는 사람의 의식에 대해 말하며 사람들이 삶을 사랑하지 않고 함부로 여겨 자신의 삶을 어떤 경위로 망치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특히 공감되었던 꼭지는 ‘무력감에 대하여'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낯선 환경을 힘들어한다. 자신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지 못하기에 위험에 대비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에 내던져 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성향이 강하다. 내가 미리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이 긴장하는 편이고 그래서 불안을 느끼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낯선 환경을 피하려고 한다.
에리히 프롬은 이 책에서 현실을 통제하려는 이런 성향은 실은 삶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삶은 그 자체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이며 생동하는 것 그 자체인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는 것은 무용하며 삶에 대한 사랑을 막고 그저 예측 불가라는 상황을 두려워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사실 돌아보았을 때 삶이 완전히 내 예상과 맞아 떨어졌던 적은 거의 없었다. 내가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질 때도 있었다. 다만 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가진 것들을 이용해 최대한 잘 헤쳐나가고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한다면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숱한 예측의 공허함을 겪고 나서도 나는 내 인생을 통제하려는 경향을 아직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런 성격이 내가 맡은 일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삶에 대한 불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어갔을 때 나는 오히려 더 이상 아무것도 준비하거나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불안에 모든 감정이 압도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나의 이런 모습을 미리 꿰뚫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삶을 통제하려는 성향의 단점을 이 책에 써 놓았다.
에리히 프롬은 언제나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삶의 다방면에서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또한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말한다. 그녀의 글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이는 현실적인 특성들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변화를 촉구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은 언제나 구체적이며 정확하다. 삶이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이번 책인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가 더욱 반가울 것이다. 완전히 행복하거나 아름답지 않음에도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논하는 이 책은 삶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삶을 소중히 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성들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