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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 - 여성은 리더가 되길 주저하는가
이은형.유재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평점 :
좋다, 싫다를 가르는 나의 판단이 석연치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의 기준이 진정한 나의 호오에서부터 결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지레 짐작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는 할 수 없는 것을 하기 싫은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바꿔 생각하곤 한다. 물론 현실적인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은 어떤 일에서나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전에 내가 가진 두려움을 직면하지 않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모른채 살아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 타협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꿈을 확인한 뒤 실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이라면 어떨까?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진정 바라고 있음에도 현실적인 장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면하고 있는 자신의 열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는 조직의 리더가 되기를 꿈꾸며 임직원이 되기 위한 여성의 도전이 여성에 대한 차별적 조직문화 때문에 좌절되거나 조직에 들어간 뒤 여성 리더가 희소한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임직원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갖지 못하게 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1장과 2장에서는 조직에서 여성들이 리더가 되기를 꿈꾸지 못하게 하는 남성중심적인 조직 문화의 현주소가 소개된다. 3장과 4장에서는 여성들이 될 수 있는 리더의 형태와 여성들이 리더가 되었을 때 더욱 여성친화적으로 변화할 미래상을 제시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여성이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직 정치를 강조한다. 5장에서 저자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조직 정치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으나 조직 정치의 원뜻은 실력이 아닌 아첨이나 친분으로 부당하게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에서 자신의 편을 만들어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그것을 자신과 조직을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라고 조직 정치의 뜻을 재정의한다. 부록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커리어 분석 키트'에는 자신이 가진 경력의 시장가치를 분석해볼 수 있는 경력가치 평가 표와 자신 경력의 약점과 강점을 분석할 수 있는 커리어 SWOT분석 표, 그리고 자신의 경력을 보완해줄 경력목표 대안 표, 자신의 직업 가치관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커리어앵커 검사가 소개되어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자신의 직업인으로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를 읽으며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여성들은 자신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1장에서 소개되는 '호감도의 덫'이 있다. 리더가 되고자 하는 여성들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리더의 역량인 공격성, 추진력, 결단력을 적절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추진력과 결단력은 사회에 만연한 성고정관념에 기반해 소위 '올바른 여성'에게 기대하는 배려심, 상냥함이라는 이미지와 배치되어 리더의 역량을 갖춘 여성들을 '비호감'으로 인식되게 만든다. 일례로 미국의 여성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의 유능함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지만 이것이 되려 사람들이 힐러리에게 호감을 잃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하여 그녀의 대통령 당선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여성들에게 부여된 성고정관념이 여성들의 사회적 지도층으로의 도약을 막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여성들은 리더가 되기를 꿈꾸기도 전에 여성 리더가 희소한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내면화하게 되며,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둔 여성일 경우 가정과 직장에서의 완벽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죄책감을 느끼는 등 직장인 정체성 유지를 위협하는 수많은 감정들과 싸워야 했다. 이는 여성리더가 희소한 현실이 유능한 여성의 부재가 아닌 여성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의 부재에서 기인함을 의미했다.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는 여성들이 호감도에 덫에 걸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유능함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 일과 가정 사이에서 지친 감정을 달래는 방법, 조직 정치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리더에 걸맞는 역량을 갖추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이 모든 방법론들의 목적은 바로 더 많은 여성들이 리더의 자리에 앉아 남성중심적인 사회 문화를 전복하고 여성의 특성이 포용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즉 여성들이 리더가 되는 것은 단순히 여성 개인의 꿈을 실현하는 문제를 넘어 여성들에게 닫혀있던 기회의 문을 더 많이 여는 행위인 것이다.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의 저자는 성공의 의미가 꼭 조직의 상층부로 올라가는 것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여성들에게 리더가 될 기회가 보이지 않게 박탈되고 있었던 현실과 더 많은 여성 리더가 등장할 시 남성이 디폴트값인 사회에 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충격들을 짚으며 숨겨져 있던 여성들의 야망을 발굴하는 것의 의미를 역설한다.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이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되지 않는 세계에는 반드시 여성 리더가 있다. 바꿔 말해 여성 리더가 있어야만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이 약점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여성 리더를 꿈꾸는 것은 곧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일인 것이다.
아직 대학생인 나는 리더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취업을 걱정하고 있는 내게 임직원이 되는 일은 아주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업 세계에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 세상을 앞당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여성 리더의 출현이라는 것을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 로부터 배웠다. 과연 내가 리더의 자질이 있는 것인지, 내가 리더로 살기를 바라는 것인지는 아직도 내게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번지수를 잘못 찾아 내게로 온 질문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여성 리더가 출현하는 일은 어떤 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나와 무관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요컨대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는 조직에서 여성이 리더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이자 리더가 아닌 모든 여성들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더 자유로워지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