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도 자신에게 작가가 될 재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글을 잘 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그것을 업으로 삼아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어쩐지 내 이야기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여울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는 마음껏 용기를 북돋아주기 보다는 '글쓰기' 라는 일에 대해 더욱 엄중한 마음을 들게 한다. <끝까지 쓰는 용기>는 글을 쓴다는 것이 정여울 작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넘어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들이 빼곡히 적혀 있으며 글쓰기가 작가 자신과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이 책은 '어떻게 잘 쓸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경유하여 결국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번 울었다. 글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는 내가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울면서도 나는 내가 왜 울고 있는지를 곰곰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울었던 부분은 정여울 작가가 글 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아이를 만나고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 부분, 정여울 작가의 제자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슬픔과 직면하는 부분, 그리고 정여울 작가가 글 쓰기의 과정에서 '스파크'를 느끼며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만의 생각이 표현되는 순간에 느낀 환희를 묘사하는 부분이다. 글쓰기를 통해 외면해왔던 내 삶의 슬픔, 두려움을 마주보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순간의 힘겨움과 감동을, 또 글쓰기를 하며 나의 창조적인 생각이 언어화 되는 순간의 기쁨을 읽은 나는 나도 모르게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정여울 작가는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단순히 글쓰기의 방법론만을 제시하지 않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가져야 하는 태도와 그로 인해 작가 자신이 성숙하게 되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그렇기에 나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줄지는 않았을 지언정 글을 쓸 때 마주하는 어려움 이면에 어떤 아름다운 것들이 놓이게 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정여울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글쓰기의 본질적인 가치를 알려주는 것 이외에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마치 정여울 작가의 강연 혹은 글쓰기 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독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이 구어체로 쓰여 있고, 중간 중간 '(웃음)' 표시가 되어 있어 마치 정여울 작가가 강연한 것을 받아적은 강연록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를 알려주고 제안하는 글이 가져야 하는 첫번째 덕목은 독자에게 전달할 실용적인 정보를 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더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배우려는 독자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글을 잘 쓰고 싶은 학생의 마음으로 책을 읽었기에 글을 쓰는 방법들에 대해 읽어나갈 때면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생각나 시무룩해 지거나 갑갑해질 때가 있었다. 이것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의 잘못이 전혀 아니지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조언할 시 가질 수 있는 따뜻한 표현 방식은 자신을 연마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수련자가 느낄 수 있는 자괴감까지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이다. <끝까지 쓰는 용기>는 정여울 작가의 글 쓰는 것을 배우려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실용적인 정보와 더불어 따뜻한 격려까지 담겨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책을 덮은 뒤 보이는 책의 제목 <끝까지 쓰는 용기>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글을 쓰는 것은,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쓰는 것에는 다름 아닌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정여울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을 다 읽은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은 분명히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 것 같다. 글쓰기가 가진 소중함을 마음에 간직한 채 자신의 남루한 글, 글을 계속 쓸 수 있도록 현실적인 조건들을 조율하고 버텨내는 것, 글에 대한 무수한 평가에 초연해지는 것, 무엇보다 나의 글을 읽어줄 독자를 잊지 않는 것 모두 가치롭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도록 만드는 '끝까지 쓰는 용기'는 정여울 작가가 계속 강조한 글쓰기의 기쁨에 대한 끈질긴 집착에서 올 것이라고 믿는다. <끝까지 쓰는 용기>는 끝까지 쓰는 용기를 기꺼이 낼 수 있는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서평은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