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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이수정.이은진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평점 :
<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의 부제는 '왜 어떤 성격장애는 범죄로 이어지는가' 이다. 그렇다. 이 책은 성격장애를 겪었던 사람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에 대해 다룬 책이다. <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는 다양한 종류의 성격장애 별로 해당 성격장애를 겪는 사람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사례를 함께 설명한 뒤 성격장애자가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어떤 정신세계를 가지고 살았고, 범죄를 저지를 때 어떤 사고 흐름을 겪는지를 설명한다.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범죄자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 원인이 성격장애인 경우 범죄자들이 어떤 경로로 성격장애를 겪게 되는지를 알아보는 일은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를 더 이상 만들어내지 않는 일인 동시에 성격장애로 인해 자신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일이다. 범죄에 연루된 가해자와 피해자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는 성격장애를 겪은 범죄자들의 이야기에 기꺼이 귀를 기울인다. 누군가를 면책하기 위함이 아니라 면책할 일 자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진 책, <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이다.
저자 이은진은 말한다. "성격장애의 특성도 개인 간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라고, "완성된 성격이나 완벽한 성격은 존재할 수 없다"고. (176p)<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에는 성격장애와 관련된 범죄를 소개하는 각 장을 해당 성격장애의 일반적인 특징, 성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문제 행동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해당 성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일으킨 끔찍한 범죄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전에 서술되어 있는 성격장애의 보편적 특징에 대한 글을 읽고 있을 때마다 나는 불안을 느꼈다. 나의 감정, 사고방식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성격장애 특성 부분에서 주춤하고, 후술되는 끔찍한 사건을 읽으며 나 자신이 크게 문제되는 성격장애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묘한 안도감을 느끼기를 반복했다. 분명한 점은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들은 모두 성격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에 보도될 만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만 각자가 가진 성격의 모서리는 개인의 삶에서 사소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불행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 거론되는 성격장애를 겪고 범죄를 일으키는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성격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객관적 판단을 상실한 채 자신의 매몰된 사고를 과신하며 성격이 개선될 기회를 아예 만들지 않거나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들이 범죄자가 된 이유는 어쩌면 성격 장애 탓이 아닐지 모른다. 범죄가 일어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성격 장애를 치료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성격 장애의 원인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일어나지만 그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 개인의 삶에서 다양한 조건들이 맞아떨어졌을 때 예상치 못한 큰 불행이 발생하는 것이다. 성격 장애의 원인을 밝히는 일은 물론 중요하고, 우리 주변의 사람이 그런 문제를 겪지 않도록 함께 도와야 하겠지만 선제적 조치가 불가한 경우에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직면하도록 돕고, 의학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성격장애로 인한 사회적 비극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 아닐까. 성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모두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각자가 가진 정도의 차이와 치료의 유무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성격장애로 인해 일어나는 비극은 필연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성격의 모서리를 품고 살아가는 우리는 어떨까. 큰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지만 우리는 각자가 가진 성격적 결함으로 인해 매일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다. 더불어 내 주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할 것이다. <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는 그런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 '원래' 그런줄 알았던 내 모습이 의학적 결락으로 평가되는 성격이었다는 점을 직면케 한다. 이미 만들어진 성격의 모서리, 그로 인한 삶의 날카로운 순간들에 대해 사후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를 직면하는 것부터 시작하므로. 나는 이 책에서 소개된 수많은 성격장애들을 알아가며 내가 가진 결락을 인정하고, 그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나의 불행들이 끈적끈적하게 내 삶과 하나되어 무엇이 내가 원하는 삶이고, 무엇이 내가 떼어내고 싶은 불행인지 모호하게 하나되어 있던 시간들이 이 책에서 설명하는 언어로 인해 정리된다. 틀린 그림 찾기에서 두 그림의 차이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듯이 책을 읽으며 내가 바랐던 삶과 내가 살고 있는 삶 사이의 차이가 선연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책의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자신의 병증을 자가 진단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문제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내가 <이수정 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를 통해 얻은 결론은 당연하게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허무할만큼 당연한 말이지만 '완벽' 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자기 자신이 부족하다는 말은 사뭇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기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은 "내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인 것이다. 내가 부족한 것도, 다른 사람이 부족한 것도 당연하다. 완벽을 바란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사소한 흠결에도 크게 반응하던 우리 자신을 떠올려보자. 사소한 흠결을 용납할 수 없었던 우리의 마음은 흠결의 사소함만큼 작디 작은 바람으로 보이지만 실은 '완벽' 이라는 완벽한 허구를 바랐던 거대한 바람이었던 것이다. 내가 바랐던 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내가 바랐던 것의 거대한 실체를 똑바로 마주보는 것은 우리가 비로소 그 거대한 바람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줄 것이다. 설령 닿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닿을 수 없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기에 매일을 더욱 분투할 것이다. 허구가 아닌 완성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성장을 위한 매일이 분투' 라고 칭하고 싶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