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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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p.16)

할머니가 한분 계시는데 얼마전 거동이 불편해지셔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그 후 자주 찾아가고 있는데, 다른 환자분들과 할머니를 보며 과연 인간은 마지막에는 저렇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깥의 삶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라 그런지 요양병원을 갔다오면 자꾸만 꿈에서 나온다. 한번도 구체적으로 나이 들어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쇼크였나보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생각해봐야겠다고 하던 차에 <데루코와 루이> 를 만났다.


부끄러움 낳은 인생이라니, 어떤 인생이었을까나.

루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시 이어지는 내용을 읽었다.

그리고 조용히 책을 닫았다.

(p.143)

<데루코와 루이> 는 일본에서 여러 문학상을 받은 이노우에 아레노 작가의 책이다. 일반 소설이라면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텐데, 나이 든 할머니 두분의 이야기라고 했다. 70살 동갑내기의 무모한 여행이야기. 60대 넘은 분들도 병원에 누워있는 사람을 많이 보았던 나는 10살이나 많은 분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이 약간 과한 설정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120살에도 정정하게 살아계시면서 10kg 쌀을 번쩍 드는 분도 있는걸 어제 보고, 삶은 자기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르겠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둘인데 한명은 남편과 살고 있다가 집을 나오고, 다른 한명은 복권에 당첨되어 그 돈으로 실버타운에 살다가 그곳을 떠난다.


 

멋진 집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여기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다.

(p.253)

<데루코와 루이> 는 노년에 관심이 있고 책을 좋아하는 독자님께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함과 노인 생활에 대하여 그리고 인생에 대해 배울 점이 많았던 책이다. 어린 친구들이 집나온 이야기는 몇번 읽은 것 같은데 나이든 분이 가출했다는 말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게다가 가출할 때 무거워서 책을 가져가지 않을 것 같은데, 주인공들이 책을 챙겨나와 굳이 독서하는 시간을 가지는 모습에 인상깊었다. 앞으로 여행갈 때는 나도 책을 챙겨가야지. 한국이나 일본이나 인생 사는 것은 비슷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으며 이 글을 마친다.

#데루코와루이 #이노우에아레노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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